
한국은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그 과정에서 전통문화의 단절과 공동체 감수성 약화라는 ‘내면의 결손’을 겪어왔다.
최근 곳곳에서 드러나는 갈등과 불안 역시 경제 중심의 국가 발전 전략이 남긴 그림자일 수 있다. 경제는 선진국에 가까워졌지만, 문화적 안정성과 성찰의 기반은 아직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다.
이런 흐름 속에서 금융기관의 역할을 새롭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은행과 증권사는 전국적인 지점망, 꾸준한 고객 유입, 안정적 공간 인프라를 이미 갖춘 거의 유일한 산업이다.
단순한 금융 거래 창구가 아니라 시민이 매일 스쳐 지나가는 생활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이 문화예술과 결합할 때 파급력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금융기관은 하루 수만 건의 ‘대기시간’을 만들어내는데, 이 공백의 시간을 문화로 채우는 순간 전혀 다른 사회적 가치가 탄생한다.
실제로 일상의 대기 공간이 문화공간으로 변하는 경험은 시민이 예술을 가까이서 자연스럽게 접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서울 중구 장교동의 3~5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 매일 오후 열리는 혁필 수업이 대표적이다. 102세 남상준 선생이 직접 강의하는 이곳은 주민들에게 붓을 처음 잡아보는 경험을 선물하고, 세대가 뒤섞여 대화를 나누는 작은 문화 거점이 되고 있다.
이런 사례는 금융기관이 보유한 수백·수천 개 지점에서도 충분히 재현될 수 있다. 작은 문화 접점이 쌓이면 도시의 정서가 달라지고 지역 공동체의 신뢰 자본도 자연스럽게 회복된다.
해외 금융권은 이미 오래전부터 문화예술을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해왔다.
프랑스 BNP파리바는 지점 로비와 회의실을 신진 예술가의 갤러리로 꾸미고, 30년 넘게 전시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이는 단순한 후원을 넘어 은행 브랜드를 ‘문화적 품격을 아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고객은 금융 거래를 위해 방문했다가 자연스럽게 전시를 관람하고, 지역 예술 생태계는 은행을 통해 지속적인 노출 기회를 얻는다.
이탈리아 우니크레딧(Unicredit)은 주요 지점마다 ‘오픈 아트 스페이스’를 설치해 청년 작가의 작품을 순환 전시하며, 판매 수익 일부를 지역 예술 프로젝트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이 모델은 유럽 문화경제학 교과서에 소개될 정도로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금융위기 이후에도 지역사회 신뢰도를 높게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북유럽 은행들 또한 지점 내 음악 공연, 지역 작가 워크숍, 공공 디자인 전시 등을 통해 고객 경험을 강화하고 브랜드 스토리를 확장해왔다.
국내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 신한은행은 본점과 대형 지점에서 정기 전시를 열어 고객 경험의 질을 높였고,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사내 갤러리를 운영하며 직원이 일상에서 예술을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만들었다.
최근에는 지방은행들도 지역 예술단체와 협업한 팝업 전시, 전통공예 시연, ‘작가의 날’ 행사 등 생활밀착형 문화 프로그램을 시도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가 전국 지점으로 확산된다면 금융권의 문화적 파급력은 폭발적으로 커질 것이다.
고객의 몇 분짜리 대기 시간이 스마트폰 스크롤 대신 지역 작가의 회화, 전통 공예, 동네 장인의 손길을 만나는 시간이 된다면 어떨까. 분기별 소규모 전시, 작가와의 대화, 원데이 클래스가 금융기관에서 정례화될 경우, 은행과 증권사는 자연스럽게 지역 문화 생태계의 촉매 역할을 하게 된다. 더 나아가 판매·기부·협업 수익을 직원 복지나 지역 문화사업에 환원하는 구조까지 자리 잡는다면 ‘금융–문화 선순환 모델’은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특히 지방 중소도시 지점에서 이런 프로그램이 뿌리내릴 경우 수도권 중심의 문화 편중을 완화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유럽 국가들이 평범한 일상 공간을 예술이 머무는 장소로 바꿔온 데는 ‘문화는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시민의 일상 속에 있어야 한다’는 일관된 철학이 있었다. 이는 경제 규모와 무관하게 생활 속 문화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한국 금융권도 늦지 않았다. 거래 중심의 공간에 머물던 금융기관이 문화예술과 손을 잡는 순간, 지역사회에 내적 풍요를 공급하는 공공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다.
고객의 짧은 대기 시간이 미래의 문화 기반을 넓히는 자산으로 바뀔 때, 한국 사회는 보다 성숙한 문화 선진국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갈 것이다. 금융이 문화를 품는 일은 경제와 문화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투자이자, 우리의 일상을 더욱 깊고 풍요롭게 만드는 사회적 실험이 될 것이다.
[이칠용 한국공예예술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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