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일반 회사채 및 자본성 증권(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의 공모 발행 규모는 총 16조490억 원으로 2분기(15조690억 원) 대비 6.5% 증가했다. 이는 2분기 급감 이후 회복세를 보인 것이나, 1분기(32조2920억 원) 대비로는 여전히 절반 수준에 그친다.
9월 한 달간 발행액은 8조9270억 원(26개사)을 기록하며 분기 중 가장 활발한 발행 움직임을 보였다. 3분기 월평균 발행은 5조3497억 원으로, 2분기 평균(5조230억 원)을 소폭 상회했다.
이번 분석은 일반 회사채와 자본성 증권의 공모 발행 실적을 대상으로 했으며, 은행채·여전채·자산유동화증권(ABS) 및 수요예측을 거치지 않은 건은 제외했다.
자금조달 목적은 차환이 12조3340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운영자금 목적이 2조8527억 원, 타 증권 취득 4553억 원이 뒤를 이었다. 여전히 차환 비중(76.9%)이 높았으나 2분기(79.8%) 대비 2.9%p 하락했다.
특히 9월 기준으로는 차환 비중이 69.9%로 낮아지며, 점차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운영·시설자금·타 증권 취득 등 신규 투자로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2분기 발행 위축으로 밀려난 조달 수요가 본격화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여전히 기업들은 금리 불확실성과 시장 변동성을 감안해 신규 차입보다는 기존 부채 관리에 방점을 두는 보수적 재무전략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발행 유형별로는 일반 회사채가 13조5720억 원(62개 사) 발행되며 가장 많은 비중(84.6%)을 차지했다. 신종자본증권은 2조4770억 원(8개사, 15.4%)으로 2분기(7.9%, 1조1900억 원) 대비 크게 증가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9월 기준으로도 전체의 79.5%(7조1020억 원)가 일반 회사채였고, 신종자본증권이 20.5%(1조8250억 원)를 차지했다. 2분기 중 급감했던 자본성증권의 발행 비중이 3분기에는 정상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권의 자본성 조달이 재개된 것은 바젤Ⅲ 최종안 시행(2026년)을 앞두고 자본비율 선제 관리 수요가 부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주요 금융지주와 보험사들이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을 활용한 자본 확충에 나섰다.
3분기에도 여전히 우량등급 위주의 발행이 두드러졌다. AA- 이상 발행 비중은 65.5%로 중심축을 형성했으나, 2분기(67.0%) 대비 1.5%p, 1분기 대비 11%p가량 하락했다.
하지만 9월 우량채 비중은 67.7%를 보이며, 6월 최저점(51.2%)을 찍은 이후 꾸준히 상승(7월 60.8%, 8월 66.3%)하는 모습이었다. 이는 투자자들이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점차 리스크 선호도를 회복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대내외적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여전히 신용도에 민감한 선별적 접근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 이하 중신용 기업의 조달 환경은 일부 개선됐으나,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발행규모 면에서는 대기업 편중이 더욱 심화됐다. 9월 발행규모 구간별 3000억 원 이상 발행은 전체의 69.1%(6조1670억 원)를 차지했고, 1000억~3000억 원 미만도 25.8%(2조3050억 원)에 달하는 등 대형사 위주 발행이 이어졌다. 반면, 1000억 원 미만 발행은 전체의 5.2%(4570억 원)에 불과했다.
3분기 누적 기준 1000억 원 이상 발행 비중은 전체의 99.0%(15조8810억 원)로 전분기(94.5%, 14조2440억 원) 대비 4.5%p 상승하며, DCM시장에서의 대기업 편중 구조가 더욱 고착화됐다.
이는 투자자들이 불확실한 시장 환경 속에서 규모의 경제와 신용도를 갖춘 대형 발행사에 집중하는 경향이 심화된 결과로 분석된다. 중소·중견 기업의 직접금융 시장 접근성은 여전히 제한적인 상황이다.
기간별로는 3년물 비중이 44.4%(7조1200억 원)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가운데, 2년물(3조2770억 원)과 5년물(2조3370억 원)도 각각 20.4%, 14.6%를 차지했다.
주목할 점은 10년 이상 장기물 비중이 15.7%(2조5170억 원)로 직전 분기(9.0%) 대비 크게 상승했다는 것이다. 이는 신종자본증권 발행 호조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직전 분기 대비 2년~5년물의 비중(88.0%→79.3%)은 낮아진 반면 10년 이상 장기물의 비중(9.0%→15.7%)은 6.7%p 상승하며 만기 구조가 다변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금융권의 자본성 조달 재개와 함께 일부 기업들이 장기 자금조달을 통해 재무구조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3분기 전체 수요예측 경쟁률은 평균 6.02대 1을 기록, 2분기(5.30대 1) 대비 0.72%p 상승하며 시장 우호적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는 투자자들의 채권 매수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업계에선 4분기 시장 전망에 대해 신중한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3분기 채권시장은 수요가 증가하는 것보다 공급이 늘어나는 속도가 훨씬 빠른 구조적 환경에 직면했다. 수요가 강해지는 속도보다 공급이 늘어나는 속도가 빠른 상황에서 시장금리의 구조적 하락은 힘들어 보인다는 분석이다.
키움증권은 9월 채권시장이 통화 완화 기대 후퇴 속에 약세 압력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축소에 더해 금융안정을 중시하는 한국은행의 스탠스가 확인되며 10월 인하 기대가 축소됐다는 것이다.
현재 업계에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10월에서 11월로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화투자증권은 "개선되고 있지만 잠재수준을 하회하는 성장"과 "다시 전고점을 경신한 서울-지방 아파트가격 격차, 불안해진 외환시장"이라는 복합적 변수가 통화정책 운영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11월 인하가 마지막이 될 것이며, 2026년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여전히 올라가는 서울 집값과 다시 불안해진 외환시장, 그리고 개선되고 있는 성장 지표를 고려한 판단이다.
한 업계전문가는 "10월 채권시장은 움직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통화 완화 기대 후퇴 속에 금리가 제한적 범위 내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4분기에도 '강한 수요 vs 늘어나는 공급'이라는 수급 구조 속에서 우량채 중심의 선별적 발행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말 만기 도래 물량 집중과 함께 차환 수요가 본격화되면서 발행 규모는 3분기 대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성, 국내 부동산 시장 흐름,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과 폭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러한 외생변수들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DCM 시장의 복귀 속도와 강도가 결정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두경우 한국금융신문 전문위원 kwd122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