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은 곧바로 지배구조 개선안을 앞세워 맞섰다. 고려아연은 사외이사 의장제와 집중투표제 도입을, 영풍·MBK는 집행임원제 도입을 제시했다. 하지만 분쟁이 장기화하면서 명분은 힘을 잃고, 감정 섞인 갈등만 남았다. 특히 올해 3월 MBK가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로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이들이 주장한 지배구조 선진화는 설득력을 크게 잃었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은 우여곡절 끝에 적대적 M&A를 막아냈다. 그러나 이후에도 MBK와 영풍은 소송전을 이어가며 물러서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재까지 경영권 관련 소송만 24건이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시장에서는 “기업 가치 제고는 사라지고 소송 비용과 불신만 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분쟁은 고려아연의 재무구조에도 큰 부담을 남겼다. 지난해 말 기준 별도 총차입금은 4조713억원으로 1년 전보다 약 10배 늘었다. 부채비율은 15.8%에서 83.2%로, 차입금 의존도는 4%에서 33.2%로 급등했다. 올해 상반기 고려아연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재무 부담을 점차 완화하고 있지만, 임직원들의 고용불안과 조직 내 스트레스가 극심하다는 조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3월 주총 이후 양측의 전략은 달라졌다. 영풍·MBK 측은 현 경영진을 향한 비판을 거듭하는 반면, 고려아연은 기업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사업 확대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사업을 둘러싼 시각이 변했다. 과거 영풍·MBK는 “과도한 투자”라고 지적했으나, 최근 고려아연이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과 전략광물 공급 MOU를 체결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미·중 갈등 속 전략광물의 중요성이 커지자 미국 사업은 오히려 고려아연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MBK는 홈플러스 기업회생 신청으로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다. 채권 발행 논란으로 검찰 수사와 금융감독원 재조사까지 진행되며 압박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MBK가 대주주인 롯데카드에서 해킹 사고가 발생하면서 논란이 확대됐다.
결국 지난 1년간 이어진 적대적 M&A는 기업가치 제고나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본래의 명분과는 멀어졌다. 남은 것은 끝없는 소송전과 재무적 부담, 그리고 시장과 여론의 피로감뿐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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