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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영화 ‘8번 출구’와 K-영화 탈출구

정채윤 기자

cy@fntimes.com

기사입력 : 2025-12-01 05:00

▲ 정채윤 기자

▲ 정채윤 기자

[한국금융신문 정채윤 기자]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 유일한 탈출구인 ‘8번 출구’로 영원히 나갈 수 없다.

지난 10월 개봉한 일본 스릴러 영화 ‘8번 출구’ 이야기다.

게임 속 세계에 던져진 듯한 폐쇄적 공포를 정교하게 구현하면서 관객을 끝없는 루프 구조 속으로 몰아넣는 독특한 형식이 돋보인다.

‘8번 출구’는 지난 5월 개최된 제78회 칸영화제, 10월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작품이다.

게임을 실사화한 영화로는 처음 칸에 진출해 화제를 모았다.

게임 기반 장르가 예술영화 무대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영화는 지난 2023년 일본 인디 개발자가 출시해 1년 만에 전 세계 다운로드 190만 회를 돌파한 동명 호러 게임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 ‘8번 출구’는 1인칭 3D 워킹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게임은 어떠한 설명도 없이 지하도에 갇힌 주인공 시점으로 시작하는데, 영화 역시 주인공 1인칭 시점으로 오프닝을 열어 흥미와 강력한 몰입감을 준다. 관객은 주인공과 함께 게임을 하듯, 제시하는 규칙을 따르거나 규칙을 벗어난 이상 현상을 함께 찾게 된다.

최근 몇 년 간 영화계는 ‘투자 위축→제작편수 감소→관객 감소→흥행 부진’이라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극장가에는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가 종종 등장해 눈길을 끈다. 예컨대 지난 4월 개봉한 영화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원작으로 한다.

일각에서는 영화계가 부진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 게임이라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한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확고한 팬층을 보유한 게임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하면 초기 관객 유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형 게임 IP는 이미 세계관, 스토리, 캐릭터가 시장에서 검증된 만큼 리스크를 낮출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게임 원작을 영화화하는 것은 새로운 시도가 아니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90년대 초반부터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스트리트 파이터’ ‘모탈 컴뱃’ ‘레지던트 이블’ 등 게임 기반 실사 영화는 꾸준히 제작돼 왔다.

이를 통해 영화계가 게임 원작 기반 실사 영화를 선택하는 본질은 두 산업 간 공통점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와 게임은 대중을 위한 스토리텔링, 캐릭터, 세계관 구축에 집중하며 감정적 몰입과 경험을 제공한다는 특징이 있다.

최근 게임 역시 영화적 연출과 스토리를 적극 도입해 실사화에 적합한 구조와 내용을 갖추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달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 2025’ 역시 대표 키워드로 ‘내러티브(이야기)’를 꼽았다.

지스타 메인 콘퍼런스 ‘지콘’에는 게임뿐만 아니라 영화, 만화 등 다양한 콘텐츠 창작자가 참여하기도 했다.

결국 영화와 게임은 서로의 형식을 닮아가며, 감정적 몰입과 서사를 공유하는 같은 뿌리의 산업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거 같다.

이는 즉 두 산업 간 호환이 각 산업 성장과 발전, 지속가능성을 돕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뜻이다. 침체한 영화계가 이 공통점을 바탕으로 새로운 활로를 찾기를 기대해 본다.

정채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chaeyu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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