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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회 칼럼] 한국 증시 저평가 덫 벗으려면

장종회 기자

jhchang@fntimes.com

기사입력 : 2025-12-01 05:00 최종수정 : 2025-12-01 11:54

“주주가치 보호만 제대로 해도
일본·대만 이상으로 오를 것”

▲ 장종회 전무 겸 AI 미디어본부장

▲ 장종회 전무 겸 AI 미디어본부장

[한국금융신문 장종회 기자] 한국 증시는 “싸서 매력적”이라는 말이 오래 반복되어 왔다. 싸다는 것은 장점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구조적 문제의 다른 표현으로 변질됐다.

지난 11월26일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의 세미나에 발표자로 나선 홍콩 펀드매니저 존 전(Jon Jhon) 마이알파매니지먼트 한국헤드의 말이 뼈아프다. 그에 따르면 한국 시장은 오를 때는 덜 오르고 떨어질 때는 더 많이 떨어진다.

그 이유는 경기의 탓도, 기업 규모의 탓도 아니다. 주주가치를 존중하지 않는 지배구조, 기업 총수·경영진·사모펀드 중심으로 왜곡된 의사결정구조가 만든 결과라는 지적이다.

지금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의 주요 기업들은 글로벌 산업체계의 황금 같은 섹터에서 좋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주가로 따지면 훨씬 높이 날아가야 하는 상황인데 현실은 오히려 반대라는 얘기다.

日 주주 모두 프리미엄 공유

존 전 헤드는 일본과 한국의 기업인수합병(M&A) 과정에서의 제도적 차이에 주목해 “누가 시장의 부를 가져가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이렇게 답했다. “일본은 공개매수제를 통해 주주 모두가 프리미엄을 공유한다. 반면 한국은 총수·무능한 경영진, 일부 사모펀드가 그 프리미엄을 독식한다.”

이 단순한 차이가 10년 누적수익률에서 ‘극명한 격차’를 만들어냈다. 일본 주식시장은 지난 2012년 아베노믹스 이후 250% 가량 상승했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가 2023년에 ‘M&A 가이드라인’을 추가로 내놓자 시장은 다시 50% 넘게 뛰었다.

일본은 인수 제안이 들어오면 이사회가 즉시 이를 공시하고, 독립위원회를 구성해 외부 자문을 받는다. 때로는 “주주가치를 극대화할 더 나은 인수자”를 직접 찾아 나선다.

정부 가이드라인에 경영진이 자신들의 자리 보존을 목적으로 인수 제안을 막아서는 안된다는 조항까지 넣었다.

대만은 강제하지 않으면서도 상장사에 자기자본이익률(ROE) 목표 공시를 관행으로 정착시켰다. 대만의 자사주 소각 비율은 아시아에서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프랑스도 경영권 분쟁이 일어났을 때 소액주주가 불리하지 않게 ‘의무공개매수제’를 운영한다. 대주주와 소액주주간 주식 프리미엄의 비대칭성을 허용하지 않는다. 모두 “주주의 권리가 회사의 권리보다 우선한다”는 자본주의 기본철학을 시장에 각인한 셈이다.

대주주 독점에 거꾸로 가는 韓

한국은 거꾸로 가는 양상이다. 한샘 사례가 대표적이다. IMM·롯데 컨소시엄이 지난 2021년 10월 대주주 지분을 22만원대에 사들일 때 일반주주 주가는 절반에 불과했다.

한샘의 현재 주가는 4만원대로 곤두박질친 상태다. 지배주주는 프리미엄을 챙겼지만 일반주주는 아무런 권리도 보호받지 못했다.

한국타이어가 한온시스템 경영권 지분을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서 사들일 때도 마찬가지였다. 1만원 대에 샀지만 현재 시장 가격은 3000원 대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주식매각 프리미엄은 ‘특정 소수의 특권’이지 주주 전체의 권리가 결코 아니다.

이런 비정상적 관행은 해외 투자자 시각에선 한국을 가장 위험한 시장 중 하나로 보게 만든다. 이런 차이가 쌓이고 쌓여서 일본은 M&A만 연간 200조 원 안팎에 달하는데 한국은 절반 수준에 머무른다.

일본 주식시장은 M&A가 활발하면 할수록 주가가 오른다. 인수 시에 붙는 프리미엄이 모든 주주에게 돌아가는 구조여서다.

한국에서는 “누가 인수하느냐” 보다 “대주주가 얼마나 챙길까”가 관측 포인트가 되어 버렸다. 그러니 기업 인수가 발표돼도 주가가 잘 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소액주주는 소외감을 느끼면서 자금을 해외주식으로 뺀다.

주주 존중문화 뿌리내려야

존 전 헤드는 일본과 같은 주주가치 보호책을 한국에 도입하면 “주가가 크게 오를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프리미엄이 특정 개인이 아니라 전체 주주에게 분배되니 주식을 살 유인이 충분히 형성된다. 경영을 잘못한 경영진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퇴출되니 기업에 좋을 수 밖에 없다. 기업인수 가능성이 상존하는 만큼 공매도 세력도 무리하게 주가를 누를 수 없게 된다.

주주환원이 강화되면 기업이 과도한 현금을 내부에 쌓아두는 관행도 사라질 것이다. 결국 상장된 기업은 시장에서 ‘적합한 경영진’을 배치하게 될 터이고 주주들도 합리적인 대우를 받으니 모두가 행복한 귀결이다.

한국 주식시장이 저평가를 벗으려면 일본·대만·프랑스가 이미 보여준 그 길을 가는 수밖에 없다. 기업은 시장에 올라가는 순간부터 더 이상 ‘가문의 전유물’이 아니다. 경영권은 ‘모든 주주가 위임한 책임’이라는 원칙을 회복해야 한다. 20~30% 지분을 가진 지배주주가 70~80% 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걸 더는 용납해선 안 된다.

국방이나 반도체 등 전략산업을 보호해야 하는 건 예외로 하더라도 가구·화장품·카페 기업까지 ‘국부 유출’ 운운하며 지배주주 특권을 지켜달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지금 한국주식이 싼 이유는 단 하나, 주주를 존중하지 않는 의식 때문이다. 이 단순한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한 한국은 앞으로도 오를 때 덜 오르고 떨어질 때 더 크게 떨어지는 시장으로 남을 게 분명하다.

상법을 개정하고 주식시장을 바꿔야 한다는 분위기도 조성된 마당에 당국은 뽑은 칼을 칼집에 그대로 넣어선 안된다. 지금이야말로 ‘한국 디스카운트’를 끝낼 절호의 기회다.

장종회 한국금융신문 기자 jh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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