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호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이 은행들에게 부동산과 담보·보증대출과 같은 ‘손쉬운 이자장사’를 지양하고 기업을 위한 생산적 금융에 매진해달라고 당부하면서, 은행들 역시 기업금융 투자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김종호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기술보증기금은 이 같은 정부 정책에 발맞춰 은행 - 기업 간의 가교이자 투자 마중물 역할을 함으로 ‘제 3 벤처 붐’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사업기반이 약한 중소기업을 위해 탄소중립·M&A 등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이행 중이다.
기술보증기금의 핵심 업무는 기술력은 우수하지만 담보력이 부족한 중소벤처기업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받을 수 있도록 보증을 지원하는 일이다.
기보는 올해 상반기 동안 당초 계획보다 9000억원 많은 30조2000억원의 보증을 공급했다. 특히 AI, 반도체, 탄소중립 등 미래전략산업 분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5월 AI·AX 우대보증을 출시했으며, 인공지능 전환(AX)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본부 조직인 ‘데이터사업전략실’을 ‘AI데이터전략실’로 개편했다.
시중은행 및 금융지주들과의 협업을 통해 중소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을 두텁게 했다. 대표적으로 올해 4월 기보는 농협은행과 협약을 체결해 특별출연과 보증료지원을 통해 최대 657억원 규모의 협약보증을 공급키로 했다. 기보의 특별출연금 15억원을 재원으로 300억원 규모의 특별출연 협약보증을 지원하고, ▲보증비율 상향(85%→100%, 3년간) ▲보증료 감면(0.2%p↓, 3년간) 등의 우대혜택을 제공하는 식이다.
지난달에는 신한은행, 국민은행 등과도 연이어 MOU를 손을 잡았다. 신한은행과는 주력산업 위기 극복 및 수출·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특별출연과 보증료지원을 통해 최대 1300억원 규모의 협약보증을 공급하기로 했다. 국민은행과는 AI, 방산, 바이오, 콘텐츠, 에너지 등 기술주도 신산업과 기후위기 대응 등 미래세대를 위한 성장기반 구축 분야의 R&D기업을 공동으로 지원하고, 최대 1467억원 규모의 협약보증을 제공키로 했다.
이를 위해 기술보증기금은 지난 3월, 민관이 협업해 중소기업의 M&A 수요발굴부터 자문, 중개, 금융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중소벤처기업 전용 민관협력 M&A 플랫폼(이하 ‘M&A 플랫폼’)‘을 구축하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번 사업은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소기업 도약전략’과 기획재정부의 ‘기업 성장사다리 구축방안’에 따른 후속 조치로 추진됐다. 기보는 국내 최대 기술거래 플랫폼 ‘스마트 테크브릿지’ 내에 M&A거래정보망을 신설해 매도·매수 희망기업의 신청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민간의 전문 중개 역량과 기보의 금융지원 역량을 결합해 중소기업 M&A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계획이다.
기술 탈취 및 유출 방지를 위한 기술보호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기보는 ‘Tech-Safe’ 플랫폼을 통해 M&A 과정에서 기업의 기술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보호할 예정이다. M&A기업은 기술거래 기록을 등록해 기술 탈취 시 증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증거지킴이(TTRS) 서비스를 최대 5건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그로부터 3개월 뒤인 올해 6월에는 이 플랫폼을 더욱 활성화시키기 위한 민간 중개기관 풀인 ‘M&A파트너스’도 모집하기 시작했다. 기보는 이번 모집을 통해 민간 M&A 중개기관 참여를 확대해 공동중개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민관협력 기반의 전문적인 중개서비스 역량을 확충함으로써 중소·벤처기업 M&A 시장 활성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하반기 기보에는 탄소가치평가와 한국형 녹색기술분류체계인 K-택소노미평가를 전담할 ‘녹색기술금융센터’가 신설된다. 택소노미(Taxonomy)는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단어로, 어떤 대상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나누고, 각 그룹을 체계적으로 조직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보가 지향하고 있는 ‘K-택소노미’는 유럽 연합(EU)에서 제정한 녹색분류체계인 ‘EU 택소노미’에서 기인했다. EU 택소노미는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 활동을 분류하는 기준을 6가지 환경 목표(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물 자원 및 해양 생태계 보호 등)로 제시하고 있다.
기보는 이번 센터 신설을 계기로 탄소중립 확산과 녹색금융 지원을 한층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기보는 2021년 탄소가치평가모형 개발을 시작해 2022년 탄소가치평가보증을 도입했으며, 2023년 택소노미적합성평가모형 개발을 거쳐 2025년 택소노미평가보증을 시행하는 등 탄소중립 지원 기반을 확충해왔다.
올해 기보는 택소노미평가보증의 첫 사례로 IoT 기반 원격 검침 단말기 제조기업인 ㈜에스트론(대표이사 문기석)을 발굴해 지원했다. 이 기업은 이번 보증을 통해 ▲보증비율 상향(85%→최대 95%) ▲보증료 감면(최대 0.4%p↓) ▲협약은행의 보증료 지원(0.7%p, 2년간) 등의 혜택을 받게 됐다.
‘탄소감축 자가진단 서비스’는 중소기업이 에너지 사용 현황, 전환 계획 등을 입력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직접 진단하고, 탄소감축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중소기업은 예상 탄소 배출량과 감축 효과를 시뮬레이션함으로써, 감축 계획의 실행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점검하고 실질적인 실행력을 높일 수 있다.
김종호 기보 이사장은 “기보의 탄소중립 플랫폼은 올해 도입한 녹색분야 특화보증에 이어, 신정부의 탄소중립 정책과 중소기업의 녹색성장을 뒷받침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며, “기보는 앞으로도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중소·벤처기업이 탄소중립 전환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