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윤치선 미래에셋자산운용 퇴직RA지원팀 수석매니저
2020년 81.2조원이었던 DC형 퇴직연금 및 IRP 실적배당형 상품 자산 규모는 2024년에 157.3조원까지 늘어났다. 4년 간 무려 94% 성장한 셈이다. 트렌드 변화의 배경에는 수익률이 있다. DC형 퇴직연금 실적배당 상품의 5년 연환산 수익률은 5.09%지만, 원리금보장형 상품은 같은 기간 연 2.4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2배가 넘는 차이다.
이처럼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하는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모두 마음이 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실적배당형 상품은 높은 장기수익률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만큼 변동성도 크기 때문이다.
2025년 들어서면서 주식 시장의 변동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 트럼프닫기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자산배분이다. 1974년부터 1983년까지 미국의 91개 대형 연기금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종목 선택과 마켓 타이밍이 수익률에 미친 영향은 채 5%가 안 됐다. 전체 투자성과의 95.6%를 결정한 것은 자산배분이었다.
예일 대학교 기금운용책임자(CIO)로 기금운용의 혁명을 일으킨 데이비드 스웬슨 박사는 “자산배분이 투자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100%, 아니 120%다” 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자산배분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특히 퇴직연금 가입자는 적립금을 개별 주식에 투자할 수 없기 때문에 자산배분은 더더욱 중요하다. 문제는 투자 경험도, 역량도, 시간도 충분하지 않은 직장인 등 일반투자자가 자산배분을 해나가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금융회사는 이들의 자산배분을 돕기 위해 다양한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투자자의 생애 전반에 걸친 자산배분을 돕는 TDF(Target Date Fund)가 대표적이다. TDF는 글로벌 주식과 채권에 분산투자하는 자산배분형 펀드다. 목표시점(은퇴시기)에 맞춰 펀드 내 주식과 채권 비중을 조정해 준다. 최근에는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자산 배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회사도 늘어나고 있다.
그 다음으로 유념해야 할 것은 시장을 예측하지 말라는 것이다. 투자자라면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기 직전에 자금을 투입했다가 주가가 상승한 다음에 회수하길 바란다.
그래야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라는 말인데, 매도·매수 타이밍을 잡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시장 바깥에서 주가 상승을 지켜 봐야 할 때가 많다. 그렇다면 시장 예측에 실패해 수익률 상승폭이 컸던 날을 놓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 보자.
퇴직연금 가입자가 많이 찾는 자산배분 펀드인 TDF를 예로 들어보자. 국내에 TDF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지 8년이 흘렀기 때문에 그 기간의 수익률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어떤 투자자가 미래에셋전략배분TDF2045를 2017년 4월초부터 2025년 3월말 사이 96개월 동안 투자했다고 가정하자. 이 투자자가 2017년 4월초 펀드를 매수한 후 해당 기간 동안 추가적으로 펀드를 사고팔지 않고 보유하기만 했다면 97.21%의 수익을 얻었을 것이다.
단순히 매수 후 보유하는 전략만으로 연 복리 9%의 수익을 낸 셈이다. 마켓 타이밍을 노리다가 실패하면 어떻게 될까. 전체 96개월의 투자기간 중 수익률이 높았던 순으로 상위 10일을 놓치면 누적수익률은 54.13%로 곤두박질친다.
10일은 투자기간(8년)의 0.3% 남짓밖에 안 되는 짧은 기간이다. 같은 방식으로 상위 20일을 놓치면 누적수익률은 32.23%로 3분의 1 토막 나고, 40일 이상을 놓치면 누적 수익률이 제로에 근접한다. 수익률 상위 50일을 제외하면 -9.34%의 손실을 보게 된다.
TDF 자체는 큰 수익이 났지만 정작 투자자는 손실을 보고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마켓 타이밍을 노리기보다는 자산배분이 잘된 펀드를 선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증거다.
하지만 이렇게 장기 투자를 단행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아무리 자산배분이 잘된 펀드를 선택한다고 해도 투자기간 내내 이익을 보고 있을 순 없기 때문이다. 시장이 충격을 받아 급락하면 단기적으로는 손실을 피할 수 없다.
다만 개별 주식이나 특정 섹터와 테마에 집중투자할 때보다 손실폭을 줄일 수 있다. 개별 주식은 하락 후 재상승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거나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자산배분이 잘된 펀드는 상대적으로 ‘회복탄력성’이 높다.
적립식 투자와 자산배분이 만나면 변동성을 줄이고, 약세장에서 주식이나 펀드를 싸게 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너무 간단해 보이지만, 이 방법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때로는 절묘한 타이밍과 좋은 종목을 고르는 투자 방법보다 참을성이 더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어쩌면 요즘처럼 변동성이 클 때 시장 상황에 이리저리 움직이며 부화뇌동하기보다는 평정심을 갖고 투자에 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시기를 맞추려 하지 말고, 시간에 투자해야 한다.
[윤치선 미래에셋자산운용 퇴직RA지원팀 수석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