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배민 픽업 로고
다만 배민의 입장은 다르다. 포장 주문이 활성화되면 전체 주문량이 증가할 거란 생각이다. 그렇다면 실제 포장 주문 수수료를 도입한 입점업주들은 수익을 보고 있을까.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배민은 지난 3월 기존 포장 주문을 ‘픽업’이라는 이름으로 리브랜딩하고, 4월 14일부터 픽업 주문 중개수수료 6.8%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2020년 포장 주문 서비스 도입 이후 수수료 무료 정책으로 운영해왔지만,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성장이 더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앱 개편과 약 300억 원 규모의 마케팅 프로모션 투자를 통해 픽업 서비스를 활성화하고, 입점 업주들의 전체 주문량을 늘린다는 게 회사가 말하는 이번 유료화의 목적이다.
해당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해왔던 입점업주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경기침체로 소비자들 지갑이 열리지 않는데 추가 비용까지 발생해서다. 무엇보다 픽업 서비스는 입점업주가 메뉴를 포장하고, 소비자가 직접 가지러오는 구조기 때문에 굳이 중개업체인 배민이 수수료를 받을 이유가 있냐는 것이다.
배민은 이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픽업 주문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연간 약 3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고객 할인 혜택 제공, 업주 지원 등 관련 프로모션에 투자해 주문 수 확대를 통한 업주 매출 성장, 서비스 활성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4월 수수료 부과 이후에는 핫도그, 떡볶이, 커피 등 ‘100원 딜’ 프로모션을 운영하기도 했다.
현재 픽업 중개수수료를 부과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 이에 지난해 7월 이후 픽업 서비스에 가입한 가게를 대상으로 중개수수료 적용을 통한 픽업 주문 활성화로 실제 수익이 나고 있는지 살펴봤다.
서울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입점업주 A씨는 지난해 9월 픽업 서비스에 신규 가입했다. A씨를 살펴보면 가입하기 전인 1월부터 7월까지 월 평균 주문 수는 배달 29건이 전부다. 가입 이후에는 배달 55건(70%), 픽업 23건(30%)으로 전체 주문 수가 증가했다. 전체 증가분의 47%는 픽업 주문에 해당한다.
월 평균 지출액은 2배 정도 늘었다. 픽업 서비스 가입 전에는 배달 중개수수료(6만 원), 배달비(10만 원), 배달쿠폰 비용(2만 원)으로 총 18만 원이 고정비용으로 잡혔다. 가입 후에는 배달 중개수수료(12만 원), 배달비(18만 원), 배달쿠폰 비용(2만 원), 픽업 중개 이용료(2만 원)으로 총 34만 원이 들었다.
다만 평균 수익에서 차이가 났다. 픽업 서비스를 운영하기 전 입점 업주는 배달로만 63만 원의 수익을 얻었다면 가입 이후에는 배달 146만 원(72%), 픽업 58만 원(28%)을 합해 총 204만 원의 수익을 봤다. 3.2배 가량 늘었다. 고정비용의 규모가 커졌지만, 주문량이 늘어남에 따라 수익도 늘어났다.
충남에서 죽을 판매하는 B입점업주 역시 픽업 주문 비중이 기존 0%에서 18%로 늘어났다. 전체 가게 이익률은 80.0%에서 92.1%로 개선됐다. 아울러 픽업 서비스 가입 이전보다 평균 주문 수가 155% 많아졌고, 배민을 통해 발생한 수익은 140% 불어났다.
배민 관계자는 “픽업 주문이 활성화되면 업주 입장에서는 배달비 부담을 덜면서 수익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고, 고객들은 외식 매장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배민에 따르면 현재 배민 내 픽업 주문 비중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코로나19로 인해 픽업 중개수수료 면제 정책을 수년간 이어왔지만 서비스를 활성화할 투자 활동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향후 배민은 픽업 중개수수료를 기반으로 소비자 대상 마케팅 및 프로모션에 재투자하고, 앱 리뉴얼과 기능 고도화에 나설 계획이다. 배민 관계자는 “적극적인 픽업 활성화를 통해 고객 이용을 독려하고, 업주와 고객 모두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픽업 서비스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