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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 경영’ 김남정의 동원그룹, AI 신사업으로 ‘역성장’ 탈출?

손원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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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4-11-18 00:00 최종수정 : 2024-11-18 00:12

김남정, M&A 승부사로 회사 외형 6배 키워
AI 조직 신설, ‘동원GPT’ 개발로 업무 혁신
LG, 삼성 등 외부 인재 영입해 사업 다각화
김남정 “AI는 미래 지렛대…과감하게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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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

▲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

[한국금융신문 손원태 기자] 동원그룹 김남정닫기김남정기사 모아보기 회장의 2세 경영이 시작된 지 어느덧 반 년이 지나고 있다. 김 회장은 아버지 김재철닫기김재철기사 모아보기 명예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동원그룹 신사업으로 인공지능(AI) 분야를 가리켰다.

그는 동원그룹의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켜 회사 외형을 키워온 승부사다. 그러나 지난해 들어 국내외 경기 침체로 회사 성장세가 꺾이는 등 건곤일척의 상황을 마주했다.

18일 동원산업에 따르면, 동원그룹은 올해 3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1.9% 감소한 2조3391억 원을 기록했다. 동원산업은 동원그룹의 사업형 지주회사로, 총 46개의 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상장사인 동원산업과 동원시스템즈, 동원F&B가 있다. 그 외 20개의 비상장사와 23개의 해외 법인으로 구성됐다. 동원그룹은 앞서 1·2분기에도 참치 어가 하락으로 역성장을 내리 썼다.

반면 동원그룹은 이 기간 영업이익이 1744억 원으로, 전년(1544억 원) 대비 12.9% 성장했다.

식품 사업을 하는 동원F&B와 소재 사업 부문인 동원시스템즈 사업 호조로 영업이익이 각각 두 자릿수 증가한 덕이다. 하지만 이와 무관하게 동원그룹 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보다 1.8% 하락한 6조7238억 원에 그쳤다.

▲ 동원그룹 사옥

▲ 동원그룹 사옥

앞서 동원그룹은 지난 2022년 연 매출 9조263억 원을 달성한 후 2023년 8조9486억 원으로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현 추세라면 김남정 회장 출범 1년도 안 돼 역성장 기조에 갇힐지도 모른다.

더구나 동원그룹은 이번 3분기 미국 자회사인 스타키스트의 민사소송으로 합의금 2100억 원이 발생하면서 순손실 751억 원이 잡혔다. 김남정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1973년생 김 회장은 참치 어획이 주력 사업이었던 회사를 수산·식품·소재·물류 등을 영위하는 기업으로 키워냈다. 그는 동원그룹 창업주 김재철 명예회장의 2남 2녀 중 차남이다.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건대학 경영대학원(MBA)을 나왔다.

김 회장은 여느 오너 2세와 달리 사원에서 출발해 20년 가까이 경영수업을 받았다. 그는 1998년 동원산업 영업사원으로 입사한 후 동원F&B 마케팅전략팀장과 경영지원실장, 동원시스템즈 경영지원실장, 동원엔터프라이즈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2014년 동원그룹 부회장직에 오른 그는 10여 건의 M&A를 성사시켰다. 대표적으로 축산 도매 온라인몰 금천, 물류 기업 동부익스프레스, 원통형 배터리 캔 제조사 엠케이씨(MKC) 등이 있다.

그의 공격적인 M&A로 동원그룹은 2013년 연 매출 1조4438억 원에서 현재 6배나 몸집을 키웠다. 자산총액도 10년 전 1조2780억 원에서 2023년 7조7251억 원으로 6배 가까이 부풀렸다.

김 회장은 아버지 뜻을 이어받아 AI 분야에 적극적이다. 아버지 김 명예회장은 국가 미래가 AI 혁명에 달렸다면서 카이스트에 사재 500억 원을 출연한 바 있다. 김 명예회장은 카이스트로부터 명예박사학위를 받았고, AI 대학원은 ‘김재철AI대학원’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 동원글로벌터미널(DGT) 전경

▲ 동원글로벌터미널(DGT)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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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김남정 회장은 동원그룹 계열사 전반에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 동원산업 산하 DT(Digital Transformation) 본부에 AI 조직을 신설했다. 이어 AI 플랫폼인 ‘동원GPT’를 개발해 업무 혁신에도 힘주었다.

동원GPT는 문서 작성부터 데이터 분석, 인사, 총무 등 사내 정보를 한곳에 담은 플랫폼이다. ERP(전사적자원관리), MES(생산관리시스템) 등 그룹 시스템과도 연계 중이다.

특히 동원GPT는 그룹이 보유한 고객 및 판매 정보 데이터를 토대로 신제품 전략 등도 뽑아낼 수 있다. 김 회장은 동원GPT를 활용해 최고 경영진의 의사 결정까지 돕는 ‘경영자 정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동원그룹을 데이터 중심 기업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

김 회장은 이러한 동원GPT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사내 ‘2024 동원GPT 경진대회’를 개최했다. 임직원들이 업무 추진 시 AI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해 기획됐다. 구체적으로 동원산업과 동원F&B, 동원시스템즈 등 동원그룹 10여 개 계열사에서 300여 개의 부서가 참여했다.

동원그룹은 4~5명이 한 팀을 꾸린 것을 가정하면 참가 인원만 1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본선에서는 주로 ▲참치 조업 시 AI를 접목한 음성번역 정보기술(IT) 솔루션 구축 ▲위험성 평가 공유 체계 ▲디자인 크리에이티브 협업 ▲통계형 챗봇 활용 등이 다뤄졌다.

나아가 김 회장은 아버지 김 명예회장이 꾸려온 ‘목요세미나’도 명맥을 이어오면서 이를 AI와 접목했다. 목요세미나는 김 명예회장이 지난 1974년 9월 26일 선보인 동원그룹의 전통 기업문화다.

동원그룹 임직원들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습득할 수 있도록 마련한 자리다. 1970년대에는 주로 수출과 외교 등 국책 사업을 이야기했으며, 1980년대는 88서울올림픽과 함께 세계화에 따른 글로벌 이슈를 논의했다.

▲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24 동원 GPT 경진대회에서 결선에 오른 직원이 발표를 하고 있다.

▲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24 동원 GPT 경진대회에서 결선에 오른 직원이 발표를 하고 있다.

1990년대는 개인 성장과 자기계발에 초점을 맞췄으며, 2000년대는 21세기 경제 패러다임과 창의성 등에 주안점을 뒀다.

2010년대 들어 불확실한 시대 속 인문학의 가치에 대해 의견을 나눴고, 2020년대부터는 AI를 논제로 올려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목요세미나는 한 달에 한 번 열리며, 임직원들이 세미나 주제를 정해 자유롭게 토론한다. 지난 50년간 연사 608명이 참여해 누적 강의 시간만 3500시간이 넘는다.

이에 맞춰 김 회장은 외부 인재 영입에 속도를 냈다. 최근 계열사 인사를 단행했는데, 소재 사업 부문인 동원시스템즈 대표이사직에 LG에너지솔루션 출신의 정용옥 사장을 발탁했다.

정 대표는 LG에너지솔루션 2차전지 해외영업과 마케팅을 총괄했으며, 폴란드 생산법인장과 유럽지역 대표를 지냈다.

그는 동원시스템즈에서 2차전지용 알루미늄 양극박, 배터리캔, 셀파우치 등의 제조를 진두지휘한다.

동원시스템즈 연포장재·산업용 필름 등을 생산하는 사업 부문에는 글로벌 화학기업인 듀폰코리아 대표이사 출신 신동만 부사장을 총괄 임원으로 선임했다. 동원시스템즈의 신사업이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김 회장은 또 영업현장의 판매직원들을 밀착 관리하는 계열사인 동원CSN에 동원그룹 최초 여성 대표이사인 이영란 신임 대표를 임명했다. 이 대표는 1992년부터 동원그룹에 몸을 담은 내부 출신 인사다. 동원그룹 내 유통영업과 판촉교육 등을 거치면서 ‘포용의 리더십’으로 정평이 났다.

그 외 삼성에서 온 ‘기업 전략통’ 임준석 전략기획실장(상무)을 추가로 영입했다. 임 상무는 삼성SDS 팀장, 삼성전자 그룹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동원그룹에서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힘쓸 예정이다.

그룹 총수직에 오른 김 회장은 취임 반 년 만에 저성장 기조를 끊어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를 위해 오는 2026년까지 수입 어종인 대서양 연어를 국내에서 생산해내는 ‘친환경 스마트 육상 연어 양식’을 선보이기로 했다.

아울러 지난 4월 부산 신항에 구축한 자동화 항만 ‘동원 글로벌 터미널 부산(DGT)’에도 한껏 힘을 싣고 있다. 2차전지 관련해서는 공장과 생산라인 등을 증설 중이다.

김 회장은 “위기 때마다 혁신을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해온 우리에게 AI는 미래 지렛대가 될 것”이라며 “지난 50년간 동원그룹을 이끌어온 김재철 명예회장의 업적과 경영 철학을 계승하고 과감한 투자로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겠다”라고 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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