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은 지난달 25일 이사회에서 새로운 주주환원 정책인 배당총액 기준 분기 균등 배당 도입과 1분기 주당 현금 배당금 784원을 결의했다. 올해부터 분기 균등 배당을 시행하고, 주당 현금 배당금은 분기별 3000억원, 연간 1조2000억원 규모의 배당총액을 기준으로 산정할 계획이다.
KB금융은 연간 배당 총액 수준을 최소한 유지 또는 확대를 원칙으로 운영하면서 배당 성향은 이익 규모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해나간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매년 이익 규모에 따라 탄력적인 자사주 매입·소각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배당 총액이 동일하더라도 주당 배당금은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김재관닫기

신한금융 이사회는 1분기 주당 배당금 540원과 2·3분기 중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및 소각을 결의했다. 신탁계약 방식을 통해 6개월 동안 자사주를 취득할 예정으로, 취득이 마무리되면 전량 소각할 계획이다. 천상영 신한금융 CFO 부사장은 “2, 3분기까지 자사주를 소각하면 전년도 연간 취득 규모와 비슷해진다”며 “현재의 기초체력과 자본비율 관리 역량을 감안하면 4분기에도 상당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은 올 1분기 주당 600원의 현금 분기 배당을 결의했다. 연초 발표한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은 올 2분기 내 매입을 완료하고 전량 소각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올 1분기 배당금을 주당 180원으로 결정했다.
금융지주의 주주환원 정책 강화 움직임은 주주가치 제고와 주가 부양 차원이다. 국내 은행주는 대표적인 저평가주로 꼽힌다. KB금융(0.58배), 신한금융(0.53배), 하나금융(0.50배), 우리금융(0.38배) 등 4대 금융지주 모두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크게 밑돌고 있다. PBR이 1배 미만이라는 건 시가총액이 장부상 순자산가치(청산가치)보다 낮다는 의미다. 현재 코스피 시장 평균 PBR은 1.00배다.
조병규닫기

앞서 양종희닫기


주가 부양의 일환으로 해외 IR을 통한 투자자 유치에도 힘쓰고 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과 진옥동닫기

앞서 지난해 5월에는 금감원·금융권이 싱가포르에서 공동으로 주최한 IR 행사에 윤종규닫기



올 3월 말 기준 4대 금융지주의 CET1비율은 KB금융이 13.4%로 가장 높다. 이어 신한금융 13.1%, 하나금융 12.9%, 우리금융 12% 순이다. 앞서 금융지주들은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마련했다. 지난해 KB금융은 목표 보통주자본(CET1)비율을 13%로 설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신한금융의 경우 목표 CET1비율을 기존 12%에서 13%로 상향하고 이를 초과하는 자본을 자사주 매입 및 소각으로 주주에게 환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나금융은 CET1비율을 13~13.5% 수준에서 관리하고 13.5%를 초과하는 자본에 대해서는 주주에게 환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중장기 주주환원율 목표치는 50%로 설정했다.
우리금융은 CET1비율을 13%로 개선하고,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해 총주주환원율 30% 수준을 매년 유지할 방침이다. 올 6월 말에는 CET1비율 12%를 초과하고 연말 기준으로도 12%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현재 CET1비율이 12%로 지난 2월 제시한 수치(13%)와 차이가 있어 CET1비율에 따른 주주환원 구간을 좀 더 세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세분화한 구간이 확정되면 해당 구간을 조기 달성해 현실성 있는 주가 밸류업이나 주주환원 정책 확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정부 밸류업 정책으로 금융지주 주주환원 정책이 더 부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은갑 키움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가이드라인은 장기적으로 주주환원이 강화되는 기반을 마련하는 첫걸음”이라며 “은행주는 장기적으로 수익성 제고를 바탕으로 배당 성향 상승과 자기주식 매입 및 소각 등 주주환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향후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가 기대되는 만큼 국내 은행주들의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빛을 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