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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사무관이 무슨 소용? 이익 내려고 정량 줄인 것 아냐"

손원태

tellme@

기사입력 : 2023-11-14 15:51 최종수정 : 2023-11-14 16:07

정부, 농식품 28개 품목에 담당관 지정 '밀착 관리'
식품업계 제품 중량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억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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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농식품 28개 품목의 담당관을 지정했다. /사진=한국금융신문DB

14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농식품 28개 품목의 담당관을 지정했다. /사진=한국금융신문DB

[한국금융신문 손원태 기자] 김밥 한 줄 5000원, 자장면 한 그릇 1만원, 치킨 한 마리 2만원 등은 이제 예사말이 아니다. 천장을 뚫을 듯한 고물가 행렬에 서민들도 장바구니를 내려놓는다. 정부는 ‘빵 사무관’, ‘우유 주무관’ 등 담당관을 지정하며 밀착 관리에 집중한다. 기업들은 빠지는 영업이익에 자구책 마련에 급급하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빠진 가운데, 기업과 소비자 모두 물가로 인한 ‘무간지옥’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14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농식품 28개 품목의 담당관을 지정했다. 먼저 가공식품 9개 품목에는 빵, 우유, 라면, 아이스크림, 밀가루, 식용유, 스낵과자, 설탕, 커피가 있다. 외식 5개 품목에는 햄버거, 피자, 치킨, 김밥, 냉면이 있다. 농축산물 14개 품목에는 쌀, 배추, 무, 풋고추, 토마토, 파, 양파, 마늘, 생강, 사과, 국산쇠고기, 수입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달걀이 있다.

정부의 밀착 관리 이유는 그만큼 소비자물가가 1년 새 폭등한 것에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달 우유 가격은 전년 대비 14.3%나 올랐다. 아이스크림은 15.2%, 피자 12.3%, 풋고추 23.8%, 사과 72.4% 등 큰 폭으로 뛰었다. 올 상반기 가격 인하를 단행했던 라면은 –1.5%로 살짝 떨어졌지만, 2년 전 대비 10.0%나 오른 만큼 기저효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냉면, 치킨 등 2년 전보다 20%대로 물가가 치솟았다. 배추, 생강 등도 2년 만에 60%나 올랐다. 사과는 전년 가격이 2년 전보다 65.6%가 올랐는데, 올해 또 그 가격에서 72.4%나 뛰었다. 그야말로 ‘금사과’인 것이다. 국제 정세가 불안정해지면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고, 농축산물의 경우 이상 기후가 이어져 작황이 부진해진 탓이다.

이에 정부가 마트나 시장, 기업에서 업무를 보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정부는 현장 중심 물가 대응을 모토로, 식품·외식기업들을 잇달아 접촉하고 있다. 기업을 압박해서라도 물가를 억누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이렇다 할 대책 없이 무작정 가격을 억누르면 풍선효과처럼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본다. 제조기업 중 식품기업의 영업이익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원부자재 비용이 크게 올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해석이다. 이에 궁여지책으로 제품 중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풀무원은 봉지당 5개였던 ‘탱글뽀득 핫도그’를 기존 5개에서 4개로 줄였다. 동원F&B 양반김은 중량을 5g에서 4.5g으로, 오비맥주 카스는 375ml 제품을 370ml로, CJ제일제당은 편의점용 냉동 간편식 ‘숫불향 바비큐바’를 280g에서 230g으로 감량했다. 서울우유 비요뜨도 143g에서 138g으로, 오리온 핫브레이크도 50g에서 45g으로, 해태제과 고향만두도 415g에서 378g으로 낮췄다.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제품값은 유지하고 용량을 줄이는 것)’이 터지기 시작했다. 다만, 이들 업계는 용량을 줄이는 것이 이익을 내는 것이 아닌 적자를 만회하려는 조치에 불과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A 기업 관계자는 “시장경제 안에서 기업이 이익이 나질 않고, 손해가 불 보듯 뻔한데 어떻게 중량을 그대로 할 수 있나”라며 “일부 원재료 가격이 내려간걸로 인건비나 물류비 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라고 호소했다.

B 기업 관계자도 “5ml, 5g 이런 소량을 줄이는 것이 어떻게 이익을 내기 위한 조치인가”라며 “기업은 경제 상황에 맞춰 가격을 조정할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무작정 올리지 말라고 하니 굉장히 억울한 측면이 있다”라고 털어놨다.

C 기업 관계자도 “기업도 우리나라 국민이 운영하는 기관으로, 무작정 기업에 비난의 화살을 날려서는 안된다”라며 “특히 식품기업의 영업이익률은 다른 제조기업에 비해 한 자릿수이며, 정부의 일시적인 가격 압박도 풍선효과로 터질 수밖에 없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들 기업은 가격 통제가 아닌, 정부의 실질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생크림, 휘핑크림, 연유 등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 주류 도매상들도 소주 도매가격 동결을 결정했다. 정부의 물가 안정 협조 차원에서 이뤄졌다.

D 기업 관계자는 “정부의 가격 압박이 당장은 효과를 볼 수 있으나 시한폭탄에 불과하다”라며 “여전히 세계 곡물 가격은 내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기업도 생존을 위해서는 가격을 방어한 만큼 올릴 수밖에 없다”라고 내다봤다.

손원태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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