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소비자원과 온라인 중고거래 서비스 제공 4사 간 업무 협약식이 진행됐다. 장덕진 한국소비자원장(왼쪽 세번째부터),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황도연 당근마켓 대표.
이미지 확대보기그동안 중고거래를 통해 구매한 물건에 하자가 있어도 사실상 피해 보상을 받기 어려웠다. 개인 간 거래는 피해구제를 할 수 있는 전자상거래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중고거래플랫폼에서도 환불이나 수리비를 요구할 수 있다. 관련 피해 사례가 늘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와 한국소비자원, 중고거래플랫폼 4개사(당근마켓, 번개장터, 세컨웨어, 중고나라) 등이 칼을 빼들면서다.
이번 협약은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 이용이 크게 증가하고, 위해제품의 유통이 지속적으로 늘어나자 소비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이뤄졌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중고거래 규모는 2008년 약 4조원에서 2021년 약 24조원으로 늘었다.
이처럼 중고거래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사기피해도 지속됐지만 이를 구제할만한 제도적 장치는 부족했다. 대표적인 법적 ‘사각지대’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거래 사기 피해는 총 8만 3214건으로 하루 평균 228건의 사기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중고거래 분쟁 해결 기준 마련을 통해 ‘위해 제품 차단’과 ‘분쟁 해결’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중고거래 휴대폰을 샀는데 수령 후 3일 이내 판매자가 고지하지 않은 중대한 하자가 정상적인 사용상태에서 발생한 경우 수리비를 배상해주거나 전액을 환불하도록 하거나 10일 이내 발생하면 구입가의 50%를 환불하는 합의안을 권고하는 식이다.
중고거래 플랫폼 사업자는 이용자가 위해 제품 목록을 쉽게 확인하고 관련 법령을 준수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또 상습적으로 위해 제품을 판매하는 이용자에 대한 제재 조치도 강화한다.
위해제품을 반복적으로 판매하거나 사기 피해 또는 분쟁을 상습적으로 유발하는 판매자가 사업자로 의심될만한 경우에는 전자상거래법 등에 따라 행정처분이 가능하다. 공정위는 개인 간 거래를 이용한 사업자의 소비자법 위반행위를 적발해 적극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분쟁해결기준은 분쟁해결을 위한 합의 또는 권고의 절차 및 기준으로 법적 강제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대신 중고거래플랫폼이 이들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 나선다.
플랫폼사들은 ‘일반적 분쟁 해결 기준’을 마련해 이용자에게 미리 알리고, 플랫폼 차원에서 조정하는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특히 휴대폰, 컴퓨터 등 거래 게시글이 많은 중고 전자제품 분야를 시작으로 분쟁 발생 시 구체적인 합의 및 권고 기준을 담은 거래 품목별 중고거래 분쟁 해결 기준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중고거래 플랫폼 이용률은 60%에 달한다. 데이터융복합·소비자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조사에서 중고거래 플랫폼 이용률은 60%로 조사됐다. 최근 1년 내 5명 중 3명이 플랫폼을 통해 중고 물품을 사거나 판 경험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거래물품 품질·상태 ▲사기거래에 대한 불안감 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이번 협약과 관련해 “중고거래 플랫폼들이 솔선해 모범적인 플랫폼 생태계를 만들어 주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장덕진 한국소비자원장은 “중고거래 플랫폼 이용자들이 안전한 제품을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중고거래 제품안전 확보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제공하고, 분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품목에 대한 분쟁해결 기준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슬기 기자 seulg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