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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SVB 파산에 여야 ‘한도 상향’ 한뜻…은행권 영향은? [예금보호 상향]

김관주 기자

gjoo@fntimes.com

기사입력 : 2023-03-23 17:30 최종수정 : 2023-03-23 17:45

금융위·예보 오는 8월 개선안

자료제공=금융위원회

자료제공=금융위원회

[한국금융신문 김관주 기자]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자 미국 정부가 즉시 예금전액보증 카드를 꺼내든 가운데 국내에서 23년째 5000만원에 묶여 있는 예금자보호한도를 상향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22일(현지시간) “(은행 시스템의) 안전과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준비가 됐다”며 강력한 대응 의지를 밝혔다. 앞서 미국 정부는 최근 파산한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무보험 예금을 전액 보장한 바 있다.

우리나라도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정부가 예금을 전액 보장해 주는 장치가 있다. 예금보호한도는 대통령령으로 규정돼 국회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한도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외환위기 당시 1997년 11월부터 이듬해까지 모든 예금을 보호한 바 있다.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나라의 1인당 5000만원 한도는 2001년 기존 2000만원 한도에서 상향된 이후 20년 넘게 그대로 묶여있다”며 “최근 파산한 미국 16위 은행 SVB 사태로 미국 정부가 보호 한도와 관계없이 예금 전액을 보증해 주기로 했다. 이와 같은 사태는 우리나라의 예금자 보호 한도를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 됐음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도 예금보호한도를 1억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김성환닫기김성환기사 모아보기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예금보호한도는 현행 5000만원인데 1억원까지 늘리고 여러 가지 필요에 따라서 미국처럼 전체 예금자를 보호할 수 있는 예금자보호 정책을 곧 입법 발의해서 추진할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예금보호한도는 예금자보호제도에 따라 금융회사가 영업정지나 파산 등으로 예금자에게 예금을 돌려줄 수 없게 됐을 때 예금보험공사가 금융사 대신 지급해 주는 최대한도다. 이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와 예금자보호를 받는 예금(부보예금)을 고려해 지난 2001년 은행 1곳당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5000만원으로 정해졌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1인당 GDP는 2001년 당시 1493만원에서 4267만원으로 세 배 가까이 뛰었다. 같은 기간 부보예금 규모도 550조원에서 2843조원으로 다섯 배 넘게 불었다.

국내 예금보호한도는 낮은 편이다. 미국의 경우 25만달러(약 3억2700만원)까지 소비자의 자금을 보호해 준다. 영국은 8만5000파운드(약 1억3500만원), 독일은 10만유로(약 1억4000만원), 일본은 1000만엔(약 9900만원) 등이다.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예금보호한도가 상향될 경우 문제는 보험료 인상분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예금보호한도를 높이면 예금보험료율(예보율) 인상 압박은 더 커진다. 현행 예보율은 예금액 대비 ▲은행 0.08% ▲금융투자 0.15% ▲보험사 0.15% ▲저축은행 0.4%다.

시중 은행이 아닌 이자를 많이 주는 제2금융권으로 고객이 몰릴 가능성은 있다. 실제로 금융위와 예보가 의뢰한 ‘예금보험제도 개선 연구용역 중간보고’에 따르면 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 시 저축은행 예금이 최대 40%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과거 미국의 경우 한도 상향 후 3년간 저축은행은 자산이 56% 증가한 반면, 은행은 2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금융연구원은 ‘2020년 연구용역 보고서’를 통해 “모든 업권의 예금보호한도를 똑같이 인상할 시 예금자는 금융회사의 건전성보다 고금리를 좇게 되고 금융사의 위험선호 행동을 초래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대다수의 돈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예금보호한도 상향은 고액 자산가들에게만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닫기윤창현기사 모아보기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금융회사의 부보예금 가운데 5000만원 이하 예금자 수 비율은 전체의 98.1%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금융회사의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예치금 등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다만, 거액 예금자는 늘어나고 있다. 예보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예금자보호법상 보호 한도 5000만원을 넘어서는 은행 예금의 비율은 2017년 61.8%(724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6월 기준 65.7%(1152조7000억원)로 상승했다.

금융위와 예보는 외부 연구용역과 민간 합동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오는 8월까지 예금보호한도를 포함한 개선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예금보호한도를 1억원까지 2~3단계 인상하는 방안과 예보율 인상폭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재훈 예보 사장은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예금자보호조정 TF는 보험료율에 대한 개별업권의 여러 가지 건의가 있고,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예금보호한도 계산 값을 도출해낼 수 있는 공식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관주 기자 gj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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