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 사진제공= NH투자증권
정 사장은 "이미 업권 간 칸막이나 서비스의 구분은 점점 무의미해지고 있다"며 "고객의 동의만 있다면 고객의 모든 금융정보를 얻을 수 있고, 가상자산, NFT(대체불가능토큰) 등 기존의 영역을 넘은 많은 대안 투자처들이 고객의 새로운 선택지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세상의 빠른 변화만큼이나 우리 플랫폼의 쓸모도 꾸준히 변하기 때문에 꾸준히 되묻고 새로운 학습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숙명이기도 하다"며 "항상 고객에 대한 전문성과 트렌드에 대한 인사이트를 최신의 것으로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그래야 고객의 가려진 수요를 볼 수 있는 눈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정영채 사장 신년사 전문.
2023年 新年辭
NH투자증권 임직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새로운 시작의 첫 날이 밝았습니다. 매해 새로운 시작을 다짐할 수 있다는 것도 어찌 보면 행운이 아닐까 싶습니다. 쉽지 않은 한 해를 지나온 여러분들께 “고생 많으셨습니다!” 라는 말로 첫 인사를 대신할까 합니다.
좋은 시기와 어려운 시기들을 연이어 보내고 나니 우리의 변하지 않아야 할 ‘본질과 사명’이 무엇이었는지 모두 함께 돌아보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자본시장에 제가 처음 몸 담기 시작했던 80년대와 달리 지금은 상전벽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불과 5년전 제가 대표이사로 취임할 당시와 비교만 해도 질적, 양적으로 큰 변화가 있었음은 우리 모두 피부로 느끼듯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돌이켜 보면 좋았던 시절도 많았지만, 큰 위기나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정답은 있었습니다.
고객의 필요가 우리를 존재하게 합니다. 위기를 극복할 기회를 준 것도 위기를 극복할 힘이 되어 준 것도 언제나 고객이었습니다. 시장이 아무리 우호적 이어도, 내세우는 서비스와 솔루션이 아무리 거창해도 고객 없는 존속과 성장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고객에게 우리는 ‘필요한 사람’인가를 진지하게 자문(自問)해 보는 시간을 함께 가졌으면 합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잘 아는지, 그것을 잘 제공할 수 있는지’ 이 정도만 생각해도 충분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고객과의 만남을 꾸준히 늘려왔습니다. 하지만 고객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었는지에 대한 판단은 쉽지 않습니다.
좋은 사람과 필요한 사람은 다릅니다. 고객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거듭하는 치열한 고민들이 비로소 우리를 고객에게 필요한 사람, 즉, 진정한 Advisor이자 파트너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올 한 해 무엇보다 고객에게 필요한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고 서로 도와주는 한 해를 만들어 봅시다.
우리는 자본시장의 Platform Player입니다. 이는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자본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우리의 가장 본질적인 일. 그 자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중요합니다. 시장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고객과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고객에게 우리는 ‘쓸모 있는 Platform’이었는가를 한번 더 자문(自問)해 보았으면 합니다. 혹시 서비스의 범위를 우리 스스로 규정짓지 않았는지요? 우리는 늘 고객에게 Total 솔루션을 드릴 것을 다짐하곤 합니다. 하지만 고객과 우리가 생각하는 Total의 의미가 항상 같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쩌면 어제와 오늘의 그것도 다를지 모릅니다.
이미 업권 간 칸막이나 서비스의 구분은 점점 무의미해지고 있습니다. 고객의 동의만 있다면 고객의 모든 금융정보를 얻을 수 있고, 가상자산, NFT 등 기존의 영역을 넘은 많은 대안 투자처들이 고객의 새로운 선택지가 되고 있습니다.
필립스의 찻주전자는 물을 끓이는 본연의 기능과는 관계없지만, 수돗물의 석회를 거르는 필터를 간단히 더한 것 만으로 많은 영국인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습니다. 고객에게는 그것이 차를 마시는 과정의 시작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작은 발견조차도 고객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 서비스의 한계를 긋지 않으려는 의도적인 노력과 도전이 꾸준히 이어지지 않았다면 아마도 불가능 했을 것입니다.
세상의 빠른 변화만큼이나 우리 Platform의 쓸모도 꾸준히 변합니다. 때문에 꾸준히 되묻고 새로운 학습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숙명이기도 합니다. 항상 고객에 대한 전문성과 트렌드에 대한 인사이트를 최신의 것으로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야 고객의 가려진 수요를 볼 수 있는 눈이 생길 것입니다. 단순히 멋진 것을 주기 위함이 아닌, 필요한 것을 제 때 줄 수 있는 Platform으로 우리 함께 만들어 갑시다.
낡은 것이 줄어야 혁신은 자연스러운 일상이 될 수 있습니다. 흔히 ‘어제를 지키려 하는 것’ 즉, 혁신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위험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고객의 필요와 쓸모가 되려는 작은 노력들이 쌓이면 그것이 곧 혁신이자 차별화가 됩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Platform의 효율화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시간과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드러커의 말처럼 낡은 것의 계획적인 폐기야 말로 새로운 것을 진행시키기 위한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을 대하는 우리의 일상적 태도에도 역시 자문(自問)이 필요합니다. 고객에게 드리는 가치의 크기에 비해 의미 없는 관행이나 내부의 이해관계로 필요 이상의 자원이 소진되거나 잉여로 전락하는 경우는 없는지, 성공적 경험이나 성과가 프로세스로 만들어져 내재화 되지 않고 개인의 역량과 즉흥적 의사결정에 여전히 의존하는 구조는 아닌지, 많은 업무들이 관성대로 이어지거나 우리의 기준과 편의로 고객의 경험을 먼저 재단해 온 것은 아닌지, 여러가지 문제들을 꾸준히 규명 짓고 개선해 나가야 일상적 혁신이 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처음부터 커다란 변화를 창조할 혁신을 꿈꿀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일어나는 변화를 잘 이용만 해도 혁신과 차별화는 충분하다고 합니다. 적지 않은 수가 어제를 바탕으로 일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스스로의 관성이 불러오는 불편함을 제대로 발견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선배들의 현명한 도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것이 조직이고 우리가 함께 일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 리더들은 구성원과 조직의 더 나은 미래를 먼저 고민하는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좋은 성과를 내는 조직의 특징은 구성원들의 똑똑함이 아니라 다양성에 있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의 고객도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우리 증권업계는 업(業)의 특성만큼이나 나이를 불문하고 새로운 도전과 역동성을 즐기는 능력 있고 개성 넘치는 직원들이 많이 있습니다.
‘존경하는 일선의 임원, 부서장, 센터장 여러분’, 직원들에게 우리는 ‘코칭 하는 리더’ 였는가를 함께 자문(自問)해 봅시다. 좋은 리더는 착한 리더가 아닙니다.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게 코칭 하는 리더가 좋은 리더입니다. 우리 회사의 리더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가진 분들입니다. 고객에게 인정받는 Advisor로 구성원이 성장할 수 있도록 리더들이 쌓아온 전문성을 아낌없이 나눠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회사라는 조직에서 가져야 할 리더의 사명입니다.
더불어, 다른 조직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문화 조성에 먼저 앞장서야 합니다. 조직간 서로 소통만 잘 되어도, 내 일의 경계선만 긋지 않아도 회사의 생산성은 괄목할 정도로 올라갈 것입니다. 주변을 행복하게 해주는 직원과 사소하더라도 옳은 일을 한 직원을 알아주는 회사를 함께 만들어 봅시다.
존경하는 임직원 여러분. 취임 이후 줄곧 고객중심의 경영철학을 항상 최우선으로 강조해 왔습니다. 고객의 목표를 알기 위해 고객을 알아가는 과정의 가치를 무엇보다 소중히 여겨 왔습니다. 이제는 우리의 오랜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야 할 때입니다. 고객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거듭했던 많은 고민들이 결국 우리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희열을 우리 모두와 함께 느끼고 싶습니다. 앞으로 점점 더 세상은 불확실성이 가득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은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변하지 않는 본질인 ‘고객중심’과 ‘Platform’이란 밑바탕이 우리의 중심을 잡아줄 것입니다.
존경하는 임직원 여러분. 우리가 즐거워야 고객도 즐겁게 해 드릴 수 있습니다. 올해도 부디 가족 모두의 화목과 건강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