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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46년 전통 현대산업개발, 등록말소가 정답일까?

권혁기 기자

khk0204@fntimes.com

기사입력 : 2022-04-08 16:03 최종수정 : 2022-04-12 10:01

▲사진: 권혁기 건설부동산부 부장

▲사진: 권혁기 건설부동산부 부장

‘먼저 HDC현대산업개발 광주광역시 사고로 운명하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HDC현대산업개발(회장 정몽규닫기정몽규기사 모아보기·이하 현산)은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로 인해 8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작년 6월 발생한 사건에 대한 조치로, 올해 1월 구조물과 외벽이 무너지면서 작업자 6명이 사망한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신축 현장 사고에 대한 징계는 오는 9월까지 마무리될 전망이다.

국토부는 사업자 등록 관청인 서울시에 원청사 현산에 대해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 등 엄중한 처분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현산은 1976년 압구정 현대아파트 개발을 시작으로 현대설악콘도미니엄, 용산민자역사, 중앙고속도로 안동~영주간 제5공구 등과 수많은 아파트를 지었다. 해운대아이파크(IPARK), 부산항대교, 고척스카이돔도 현산 작품이다.

해외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사우디아라비아 지잔 시멘트 플랜트, 말레이시아 트렝가누주 도로와 교량공사, 태국 방켄 정수처리장, 볼리비아 바네가스 교량공사, 인도 뭄바이 해안도로, 에티오피아 고레-테피 도로 건설 공사 등이 그것이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그룹 출범 이후 부동산 개발과 기획·시공·운영까지 아우르는 종합부동산·인프라그룹으로 만들었다.

현산은 1997년 초고강도 PC기초공법으로 ‘장영실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울산 현대예술관으로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또 프로축구단 부산 아이콘스(현 부산아이파크)를 창단해 운영 중이다.

46년 전통의 현산이 등록말소 처분을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한국 건설사(史)에서 등록말소 처분을 받은 기업은 동아건설산업이 유일하다.

동아건설사업은 1945년 설립된 동아그룹 주력기업이었다. 동아그룹은 최준문 창업주가 세운 충남토건사를 모태로, 1949년 동아건설산업합자회사로 사명이 바뀌었고 이후 흥일증권, 동아콘트리트, 대한통운, 대전문화방송 등 1970년대 10대 재벌에 속할 정도로 왕성히 활동했던 기업집단이었다.

특히 동아건설산업은 1974년 국내 최초로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출했으며 현대건설, 대림산업(현 DL E&C)과 함께 3대 건설사로 발전했다.

그러나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로 동아건설산업이 등록말소 처분을 받으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당시 7년에 걸쳐 대법원까지 간 성수대교 붕괴사고는 동아건설산업의 부실공사와 서울시의 유지관리 미흡이 원인으로 꼽혔다. 2001년 동아그룹도 완전 해체됐다.

그룹 해체 후 동아건설은 어떻게 됐을까? 동아건설은 동아그룹 해체 후 파산선고를 받았다가 대한통운을 거쳐 프라임그룹 계열사가 됐다. 그러나 2014년 다시 법정관리에 들어간 후 2016년 SM그룹에 매각됐다.

현재는 SM동아건설산업이란 이름으로 부산신항 국제물류산업단지, 마산항 진입도로, 군부대 차기다련장 시설공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만약 현산이 등록말소 처분을 받는다 해도 기존에 수주한 계약들은 그대로 진행할 수 있다. 또 등록말소된다 하더라도 새로운 법인을 설립해 건설업을 이어갈 수도 있다.

다만 새로운 법인은 기존 실적을 인정받지 못하게 돼 공공·민간사업 입찰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등록말소로 인한 주주피해도 예상된다. 현산은 코스피에 건설업으로 등록돼 있는 만큼 등록말소는 상장폐지 사유가 될 수 있다.

현재 코스피에 상장돼 있는 HDC현대산업개발(294870) 시가총액은 9754억원(8일 기준)이다.

2021년말 주주명부폐쇄일 기준 정몽규 회장 측이 38.57%, 국민연금공단이 6.79%를 보유하고 있으며 4만7000여명의 소액주주가 50.9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여러 사안들을 살펴봤을 때 등록말소보다는 광주에서 일어난 두 사고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게 어떨까.

피해자 유족들과 화정동 아이파크 계약자들에 대한 합당한 보상과 조치를 취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 현산에게 가장 큰 처벌을 내리면, 다른 건설사들의 경영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산이 올바른 방향으로 사고 수습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현재 현산의 처신에 아쉬운 부분도 있다. 사고에 대한 회피성 해명이나 시공 계약 수주를 앞둔 재개발·재건축 현장에 사죄 현수막을 내건 일, 영업정지 처분에 대한 법적대응이 그렇다. 지금은 최대한 몸을 낮추고, 장기적으로 내다봐야할 때다.

권혁기 기자 khk0204@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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