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미국 오하이오 주에 건설 예정인 신규 반도체 생산 시설 조감도. 사진=인텔
인텔에 따르면, 해당 생산 라인은 2㎚(나노미터) 이하 초미세 공정을 포함해 차세대 반도체를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향후 10년간 투자 규모를 1000억 달러(약 120조 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이번 투자로 인텔 일자리 3000개를 비롯해 7000개의 건설 관련 일자리도 새로 창출될 것으로 언급했다.
이번 인텔의 신공장 건설 계획 발표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텔이 40년 만에 신규로 조성하는 반도체 생산 단지이기 때문이다. 이전에 발표한 애리조나·뉴멕시코·오리건주 등은 기존 가동하던 공장의 설비를 증설하는 형태였다.
앞서 인텔은 지난해 9월 미국 애리조나주에 200억 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 2개 라인을 착공했다. 지난 19일에는 2025년부터 적용할 1.8나노 공정을 위해 경쟁사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보다 앞서 ASML의 차세대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도입 계약도 체결하며 업계의 눈길을 끌었다.
2021년도 3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 자료=트렌드포스
이미지 확대보기파운드리 시장은 지난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서버용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반도체 공급난이 심화되면서, 수요가 급격히 늘었다. 또 최근에는 모바일·자율주행차용 반도체 수요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어 파운드리 시장은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투자는 미국의 반도체 생산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2025년까지 업계 리더십을 되찾을 수 있도록 신기술 개발을 가속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인텔의 이번 새로운 반도체 시설 설립은 업계 리더인 TSMC와 삼성을 따라잡기 위한 계획”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3.1%로 1위이며, 삼성전자는 17.1%로 2위에 머물렀다. 인텔은 10위권 안에 들지 못했다.
TSMC와 삼성전자의 격차도 36% 포인트로 큰 편이다. 다만, TSMC는 28나노미터~5나노미터 이하까지 전방위적인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다면, 삼성전자는 첨단 반도체 위탁생산에 특화되어있는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세계 최초로 3나노미터 제품을 양산하며 앞선 기술력으로 경쟁력을 높일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오는 2024년~2025년 파운드리 경쟁 구도가 기존 TSMC와 삼성전자에서 TSMC와 삼성전자, 인텔의 ‘3강 체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TSMC와 삼성전자, 인텔이 착공 예정인 신규 라인이 모두 오는 2024년~2025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오스틴 반도체공장. 사진=삼성전자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이다. 조만간 일본에서도 70억 달러(약 8조 원) 규모의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최근 열린 실적발표에서도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400억~440억 달러(약 48조~52조 원) 규모의 설비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삼성전자도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 목표 달성을 위해 속도를 낼 계획이다. 우선 올 상반기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20조원 규모의 제2 파운드리 공장을 착공한다. 신규 라인에는 최근 수요가 높아진 5G, HPC, AI(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의 첨단 시스템반도체가 생산될 예정이다.
해당 공장은 오는 2024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외에도 경기 평택캠퍼스의 세 번째 반도체 생산라인인 ‘P3’ 공장이 올해 완공을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P4~P6까지 생산라인 증설에도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올해 반도체에만 40조 원 이상을 투자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텔의 이번 투자가 단기적으로는 TSMC와 삼성전자에 큰 타격이 되진 않을 것”이라며 “다만 인텔이 향후 구글·애플·엔비디아 등 글로벌 고객사를 확보하게 된다면, TSMC와 삼성전자 모두 점유율 확대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치열한 경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