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금융위원장이 13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경제·금융전문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22.1.13)
이미지 확대보기고승범닫기고승범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은 13일 “회색코뿔소로 비유되던 잠재 위험들이 하나둘씩 현실화되고 있는, 그야말로 '멀리 있던 회색코뿔소'가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하는 상황”이라며 잠재 위험 현실화를 우려했다. 이에 대비해 가계부채, 자영업자, 비은행권발 리스크 관리 등 금융안정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고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경제·금융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모두발언을 통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이제 금리인상과 양적 긴축까지 논의하고 있고, 여전히 종식되지 않고 있는 코로나19 상황과 중국 경기둔화, 미중 갈등 같은 이슈들도 새해 우리 경제·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 위원장은 올해도 금융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가계부채와 자영업자, (비은행)금융권발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우선 가계부채 관리를 안정적으로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위원장은 “작년에는 강도 높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총량 규제에 주력했다면, 올해는 가계부채 시스템 관리에 초점을 맞추겠다”며 “차주 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확대 등 시스템에 기반한 가계부채 관리를 기본 틀로 하면서 총량규제는 실물경제, 금융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가계부채 관리 시 서민·취약계층 자금조달에 애로가 발생하지 않도록 꼭 필요한 실수요 등에 대해서는 관련 규제를 최대한 유연하게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고 위원장은 또 “그간 이어진 저금리와 풍부한 시중 유동성은 비은행 금융기관이 단기자금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장기·저유동 자산으로 운용하고 레버리지를 통해 수익을 높이는 영업을 가능케 왔다”며 “단기자금시장에서 업권 간 연계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업권별 리스크가 금융시장 전반으로 빠르게 전이될 우려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재 금감원과 함께 비은행권의 위기대응 여력과 리스크 전이 가능성 등을 점검하고 있다”며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최근 미 연준의 금리인상 시사 등에도 미국채 수익률은 적정 수준보다 낮아 실질금리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며 “장기적으로 실질 GDP 성장률과 유사하게 유지되는 실질금리가 하락하는 것은, 경제주체들이 경기위축을 예상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위험자산인 주식에 대한 투자비중이 높은 미국의 경우자산가격의 급락으로 인한 경기침체 악순환 가능성도 높다”며 “한국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4월부터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상태로 지속되고 있어 향후 침체로 인한 시장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취약차주 및 비은행권발 리스크 확산에 대비해 취약차주에 대한 지원책 마련과 함께 비금융권에 대한 감독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도 “대출규제 등으로 부동산 시장의 조정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가계부채가 시스템 리스크로 파급되지 않도록 대비가 필요하다”며 “부동산 시장의 조정이 금융부실로 전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금융회사의 충당금 적립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와 실물경제 상황 등 여러 불확실성을 살펴봐야 하고 앞으로 이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할지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며 “종료를 하더라도 일시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취약차주에 대한 컨설팅 제공이나 사전 채무조정 등을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세가 사실상 멈춘 것과 관련해서는 “큰 폭으로 증가하던 가계대출 증가세가 조금 안정세로 접어든 것으로 판단한다”며 “작년 8월 이후 강력한 가계부채 관리대책 효과가 점차 나타나고 있고, 부동산 시장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추세가 앞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실수요자와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특별히 신경을 쓰며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은행들의 배당·충당금 규제 여부에 대해서는 “배당은 기본적으로 시장 친화적으로 가야 한다”며 “충당금의 경우 최근 시장 상황이나 국내외 금융시장 여건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불확실성 요인들이 커지고 있어 손실흡수 능력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측면에서 대손충당금을 위기대응 여력이 있을 정도로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은행들이 역대급 실적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지금 상황에서는 은행들이 앞으로의 불확실성에 대비해서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하는 쪽으로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