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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더 빨리!” 이커머스 ‘혁신’ 배송의 그림자

홍지인

helena@

기사입력 : 2022-01-03 00:00

[한국금융신문 홍지인 기자]
한국 배송 서비스는 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전화 한 통, 스마트 폰 터치 몇 번이면 메뉴를 불문하고 집에서 간편하게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다. 필요한 물건도 바로 집 앞으로 배송해 준다.

실제 한국에서 외국으로 이주를 하거나 거꾸로 외국에서 한국으로 온 사람들은 모두 입을 모아 한국 배송 서비스를 칭찬한다. 지구상 어떤 나라에서도 이처럼 빨리, 다양한 종류를 배송 받는 곳은 없다는 것이다.

미국으로 이주한 한 지인은 한국에 들어올 때면 “한국만큼 편한 곳이 없다”며 고국을 그리워한다.

그는 특히 “한국에서 배달·배송 서비스를 경험해 본 사람은 다들 외국 서비스가 너무 답답하고 느리다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미 세계적 수준의 서비스를 자랑하는 한국 배송 서비스임에도 국내 유통업체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혁신 전쟁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 전쟁의 주제는 ‘배송 속도’다.

쿠팡과 마켓컬리 등 이커머스 업체는 새벽 배송과 당일 배송으로 새로운 배송 트렌드를 만들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1~2시간 이내 배송하는 ‘퀵 커머스’로 전쟁의 강도가 한층 더 강화됐다.

퀵 커머스 시작은 ‘배달의민족’이 내놓은 ‘B마트’였다. 지난 2019년 11월 서울 송파구 일대를 중심으로 시작한 B마트는 생필품을 1시간 이내 배달하는 서비스로 첫 선을 보였다.

현재는 서울 전 지역과 수도권 일대로 서비스 지역을 확장했다.

이어 지난해 7월 쿠팡이츠가 ‘쿠팡이츠마트’ 서비스를 론칭하며 퀵 커머스 전쟁에 뛰어들었고, 배달대행 기업 바로고, 메쉬코리아도 이 전쟁에 동참했다.

이에 질세라 유통 대기업인 롯데쇼핑, 이마트, GS리테일도 ‘배송 속도’ 혁신 전쟁에 참전했다.

문제는 기업들이 조금이라도 더 빨리 배송하기 위한 속도 전쟁을 이어가는 가운데 정작 전쟁 피해자들은 따로 있다는 점이다. 바로 물류·배송기사들이다.

유통 업체들은 “다음 날도 느리다. 1시간 안에 배달을 하겠다”며 ‘혁신’을 외치고 있다. 배송 시간을 단축해 공개하는 서비스는 겉으로는 새로운 물류 혁신이나 사업 모델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실상은 유통 업체들이 물류·배송 기사들을 경쟁적으로 속도전에 내모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더 빠른 배송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물류·배송기사들은 더 이른 시간에, 쉴 틈 없이 근무를 해야 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유통 업체들은 ‘물류 자동화 설비 강화’, ‘물류 거점 확대로 배송 과정 단축’ 등과 같은 표현을 쓰며 배송 속도를 줄였다고 하지만 이 내용들은 아직 ‘현재 진행’중인 계획이 대부분이다.

퀵커머스를 위한 인프라 구축은 실현 중인 ‘과정’ 단계에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퀵커머스’같은 빠른 배송을 진행하기엔 아직 미흡한 점이 있다. 이 부족한 부분은 물류·배송기사들은 더욱 고된 업무 환경에서 근무하고 메우고 있는 상황이다.

점점 높아지는 업무 강도에 물류·배송기사들 사망·사고도 연중 몇 차례씩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물류·배송기사 사망 뉴스가 잇달았다.

최근에는 한 물류업체가 ‘무기한 파업’을 진행하며 물류·배송기사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조금이라도 더 빠른 배송 서비스를 마다하는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런 ‘혁신’적인 스피드가 누군가 희생한 대가라고 한다면 이는 다른 문제다.

그게 어떤 문제인지는 유통 업체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소비자들도 무조건 빠른 서비스를 원하지 않는다. 겉으로는 ‘혁신’으로 포장돼 있지만 실상은 물류·배송기사들 희생의 대가라면 ‘혁신적’ 속도 전쟁은 다른 어떤 전쟁과 마찬가지로 사라져야 할 나쁜 전쟁일 뿐이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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