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환시장에서 22일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80원 떨어진 1,131.90원에 거래를 마쳤다. 4거래일 만에 하락이다.
이날 달러/원 하락은 지난밤 뉴욕 월가에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신중할 수밖에 없고,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글로벌 자산시장 전반에 리스크온 분위기가 살아났기 때문이다.
제프리 클라인톱 찰스슈왑 수석 글로벌 투자 전략가는 21일(현지시간) "(연준의)금리 인상은 훨씬 더 점진적일 수 있다"고 말했고, 이어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회장도 카타르 경제포럼에 참석해 "연준이 긴축해야 한다고 말하기는 쉽지만, 실제로 그럴 경우 경제와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지난밤 사이 미 주식시장은 반등하고, 달러는 약세 흐름으로 전환됐다.
이러한 시장 분위기는 국내 금융시장에도 오롯이 이어졌고, 외국인 주식 순매수 전환과 함께 코스피지수도 상승세를 타며 달러/원 하락을 부추겼다.
여기에 미 주가지수선물도 상승 흐름을 장중 내내 이어가며 서울환시 전반에 달러/원 하락 분위기를 자극했다.
하지만 아시아시장에서 달러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고, 달러/위안 환율도 레벨을 높이면서 달러/원의 낙폭 역시 제한되는 모습이었다.
서울환시 마감 무렵 역외시장에서 달러/위안 환율은 6.4730위안을 나타냈고, 달러인덱스는 0.15% 오른 92.03을 기록했다.
외국인 주식 투자자들은 코스피시장에서 3천191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고, 코스닥시장에서는 1천96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 가격 메리트에 숏마인드 유지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아시아시장에서 달러 약세 흐름이 둔화되고, 달러/위안 환율도 레벨을 높였지만 장중 숏마인드를 비교적 장 마감까지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가격 메리트를 느낀 역내외 시장참가자들이 숏플레이에 나선 것도 이날 달러/원 하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A 은행의 한 딜러는 "우리나라의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고, 백신 접종 확대 등 호재성 재료들을 고려할 때 현 달러/원 레벨은 가격메리트가 충분히 있다"면서 "하지만 달러 강세 흐름이 이어지는 한 이들 재료만으로 시장참가자들이 숏포지션을 확대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늘 시장참가자들이 숏마인드를 유지한 것은 단기 급등에 따른 가격 메리트가 아무래도 영향을 준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 23일 전망…"1,130원대 안착 테스트 이어질 듯"
오는 23일 달러/원 환율은 1,130원대 안착 테스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이슈가 여전히 시장참자들의 투자 심리를 지배하고 있는 만큼 달러/원 역시 달러 흐름에 당분간 연동할 수밖에 없다.
다만, 미 주식시장이 반등의 모습을 이어가고, 달러 강세 흐름이 둔화된다면 달러/원은 1,130원선 하향 이탈 가능성도 크다.
수급적으로는 외국인 주식 매매패턴이 달러/원 가격 형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지만, 달러 흐름 또한 외국인 주식 매수와 매도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결국 글로벌달러 움직임이 시장 참가자들의 수급과 심리에 가장 중요 변수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
B 은행의 한 딜러는 "미 연준이 금리인상 이슈를 몰고 온 만큼 당분간 달러 강세 흐름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하지만 국내 수출 호조와 경상 흑자 수준 등을 고려하면 달러/원의 무조건 상승을 용인하기도 쉽지도 않아 달러/원은 1,130원대에서 방향성 찾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성규 기자 ks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