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수출 호조 등으로 성장세가 예상보다 두드러진 모습을 보인 가운데 한은은 4.0%의 성장률을 제시했다.
최소 3%대 중반 이상의 성장률 전망치 수정이 불가피해 보였던 상황에서 4자라는 수치는 다소 놀라움을 안겼다.
하지만 이 총재는 이자율 시장 안정을 다짐하는 등 '덜 매파적'으로 발언하는 방법 등으로 이자율 시장을 추스렸다.
이번주 금통위 경계감 등으로 올랐던 시장금리는 하락했다.
■ 한은, 올해 성장률 4% 중립에 놓고 코로나 상황 주시하는 쪽 택해
올해 들어 경기회복세가 예상보다 강화되면서 성장률 4%대에 예상도 늘어나던 중이었다.
한은의 성장률 4% 제시가 다소 놀라웠던 이유 중 하나는 한은 성향이 보수적이었기 때문에 설마 4%라는 수치를 제시하겠느냐는 관점이었다.
하지만 지난 4월 금통위에서 이 총재는 이미 3%대 중반 성장에 대해 "얼마든지,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한은의 2월 경제전망에서 예상 성장률 수치는 3.0%였으며, 5월 수정전망에선 이 수치는 '최소' 3%대 중반이 예정돼 있었던 셈이다.
4월 금통위 당시 한은 총재가 경기 자신감을 표명할 때 한은 내부에서 "총재가 보인 저런 모습은 실제 경기 자신감이 상당하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왔던 게 사실이다.
당시 몇몇 한국은행 직원은 "총재가 3%대 중반이 가능하다고 말한 의미는 최소 3%대 후반 성장 그 이상이 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한은은 시나리오별 전망에서 낙관적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4.8%까지 성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반면 비관적인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3.4%에 그칠 수도 있다고 봤다.
코로나19와 백신 접종 추이가 어떤 경로를 따라서 전개될지에 따라 성장률은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일 수 있다. 한은은 성장률 4% 정도를 중립에 놓고 상황을 지켜보는 쪽을 택했다.
■ 높은 성장률 제시한 뒤 '덜 매파적'으로 말하기
이날 금통위에서 한은 총재의 발언은 성장률 전망과 견줄 때 '덜 매파적'이었다.
총재는 '매파적인 환경' 속에서 중립적 발언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총재는 "금리 정상화만을 위해 서둘러도 안 되지만, 지연됐을 때의 부작용도 크다는 점을 같이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총재는 "경기회복세를 지속시키고 금융불균형 누적은 방지해야 한다"면서 "금리 정상화 시점을 잡는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통화정책을 질서있게 정상화 시키는데 철저히 준비할 것이며, 이 문제와 관련해 금통위 내에서도 논의가 있었다고 했다.
'당분간 완화기조'를 유지한다는 성명서 문구를 유지한 것과 관련해선 "금리정상화를 서두르지 않겠지만, 실기하지도 않겠다는 말과 같이 판단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자율 시장 안정과 관련해선 금리에 신경을 쓰겠다는 입장도 유지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도 시장금리 변동시 국고채 매입 등 필요한 시장 안정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한은이 6월말까지 약속한 국고채 단순매입 '약속' 물량 2~4조원이 남아 있는 가운데 이 약속도 지킬 것이라고 했다.
단순매입 일정이 시장에 반영돼 있다는 이자율 시장 친화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당연한 측면도 있지만, 한은은 6월까지 1달 정도의 기간에 최소 2조원의 국고채를 매입해야 한다.
전날 이자율 시장엔 '인상 소수의견' 루머와 '한은이 단순매입 약속을 깰 수 있다'는 루머가 동시에 돌았다. 하지만 이 루머들은 이날 금통위와 이주열닫기

■ 금리인상 예상 시점은 당겨질 수 있을까
최근까지 금융시장의 금리인상 예상시점은 2022년에 맞춰져 있었다.
금리인상 시기를 빠르게 보는 사람은 내년 초(1~2월)에도 가능하다고 봤으나, 어수선할 정치 이벤트(대선)나 총재 교체 등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내년 초는 어렵고 2분기나 내년 중반 정도가 인상 시기 아니겠느냐는 전망도 많았던 게 사실이다.
총재는 내년 정치 이벤트나 자신의 임기 만료가 금리결정에 미칠 영향에 대해 "통화정책은 총재 임기나 정치 일정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다만 한은 총재라면 누구라도 이런 질문엔 이런 식으로 답을 할 수밖에 없다.
여전히 시장엔 금리인상은 '내년에나' 가능할 것이란 인식이 강하다.
물론 한은의 경기 자신감이 보다 강화됐기 때문에 내년 '중반'에서 좀더 당겨질 수 있다는 관점들도 엿보인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금리인상 시점은 내년 7월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면서 "현재 여건보다 경제개선과 금융불균형 관련 추가재료가 유입될 경우 인상 시점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진 점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하반기에 인상 소수의견이 등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성장률, 물가의 기저효과와 역기저효과가 어느 정도 제거된 후인 2022년 3분기(7월) 금리인상을 전망했으나, 경기 개선이 강화되고 금융불균형 누증 우려로 인상 예상 시점을 2분기로 당긴다"고 밝혔다.
올해 연말, 내년 연초의 금리인상은 빠르지 않나 하는 관점도 여전하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금리인상은 내년 7월 정도가 될 것으로 본다. 내년 초반은 3월 대선, 한은 총재 교체 등의 이벤트가 집중된 가운데 4~5월엔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지표의 역기저 효과 역시 집중된다"면서 내년 중반 정도로 인상 타이밍을 잡는 게 적절하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집값 추가 급등 등으로 금리인상 시점이 당겨질 것으로 보기도 한다.
A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부동산에 대해 전혀 모르는 여당 의원들은 LTV 완화와 같은 집값을 더 자극할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으며, 작년처럼 하반기 아파트값 급등이 재연될 수 있다"면서 "부동산 이슈, 즉 금융안정 문제가 한은의 금리인상 시점을 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금통위 이벤트 불확실성 해소로 채권가격은 예상보다 상당히 강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B 증권사 채권딜러는 "매파적 금통위에 대비해 사람들이 숏으로 쏠렸던 것 같다"면서 "금통위를 악재로 보고 분위기에 동참했던 사람들 사이에 손절이 나와 오늘 채권가격이 기대 이상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