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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한미 기술분야 동맹

장태민

기사입력 : 2021-05-25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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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기술패권을 놓고 거친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한국 4대 기업집단의 대규모 미국 투자 소식이 전해졌다.

미래 먹거리와 관련해 미국이 한국 기업들을 중요한 파트너로 삼으면서 향후 한국 기술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시장 확대 가능성 등과 관련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전날 주식시장은 지난주 후반의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특별한 것은 없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가는 하락했으며,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는 반응들도 이어졌다.

일각에서 기대를 모았던 한미 백신 스왑은 실현되지 못했다. 일부에선 또 국내 기업들이 국내가 아니라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점을 불편해하기도 했다.

당장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더니 백신 생산 소식에 환호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삼바가 맺은 계약이 모더나의 mRNA 백신 원액을 송도 공장에서 병에 주입하는 밀봉 공정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평가절하되기도 했다.

한미 정상회담 성과와 관련한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삼성, 현대차, LG, SK그룹이 반도체, 배터리 분야에서 미국에 44조원 규모로 투자한다는 사실은 미래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이슈다.

미국은 중국의 기세를 꺾기 위해 글로벌 공급망을 새롭게 구축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래 기술패권 장악을 위해 중국과 새로운 관계 정립을 구축해 놓은 뒤 바이든 정부는 첨단 기술에서 중국과의 격차 확대를 추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동맹을 끌어모아 새로운 첨단산업 생태계 구축에 나서는 것이다.

예컨대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을 위한 '배터리 동맹'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 배터리 분쟁 벌였던 LG와 SK 모두 미국에 대규모 투자

지난 2019년 LG는 SK를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ITC는 올해 2월 SK가 생산하는 리튬이온배터리 완제품과 배터리 부품에 대해 미국으로의 수입을 10년 동안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결국 SK는 LG와 합의를 시도할 수 밖에 없었으며, SK가 LG에 2조원 가량의 배상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분쟁을 일단락됐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3조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했으며, 이는 조지아주 역사상 단일기업 투자 중 가장 큰 것이었다. 오는 2023년 완공이 되면 미국 내 전체 배터리 생산능력의 약 20%를 차지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함께 오하이오주에 배터리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테네시주에도 2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오하이오 공장이 2022년에 완성이 되면 미국내 최대 규모의 배터리 생산기업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미 경제협력 강화와 관련한 정부도 일단 고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미국 투자가 향후 한국 산업의 경쟁력 강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은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나 핵심 부품인 배터리 생산기반은 취약하다"면서 "미국의 전기차·배터리 산업에서 국내기업들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의 투자 발표로 향후 미국 배터리산업에서 국내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고 반겼다.

산업부는 "국내기업의 적극적인 미국 진출은 경쟁사들보다 앞서 미국 생산기반을 다지고 미국 내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관계를 구축하여 향후 40배 가까이 성장할미국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는 기회가 된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20일 포드와 함께 북미에 60GWh규모의 배터리공장을 설립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고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GM과의 합작사 얼티엄셀즈를 설립하고 오하이오주와 테네시주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더 나아가 미국에서 생산라인을 가동하면서 국내 기업의 소재·부품·장비 사용이 증가하면 대미 수출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산업부는 " 미국 내 배터리 소부장 공급망 구축이 미진한 상황에서 국내 배터리 제조 기업들도 기존 거래를 통해 이미 품질을 인정받은 국내 소부장 기업의 제품을 선호하고 있다"면서 "국내 소부장 기업들은 생산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고 국내 배터리 기업과의 협력으로 안정된 수요기반이 확대된다"고 밝혔다.

예컨대 SK이노베이션 조지아공장 제조장비의 90% 이상이 국산이고 소재의 50% 이상을 국내에서 조달한다고 할 때 긍정적인 파급 효과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 한국 최고기업 삼성전자의 170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삼성전자는 170억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투자에 나선다. 현재 텍사스주 오스틴에 파운드리 공장을 가동 중인 삼성전자가 이 지역에 캐파를 늘릴지, 또다른 지역을 물색하고 있는지도 관심이다.

지난 1998년 양산을 시작한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은 14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기술을 기반으로 IT 기기용 전력 반도체 제품과 통신용 반도체를 생산한다.

삼성은 추가 투자와 세금 감면을 연계해 미국 주정부에 어필하기도 한 상황이다. 연초 대규모 정전으로 오스틴 공장이 1달 정도 가동이 중단되면서 이 문제와 관련한 협의가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미국 주(州) 정부나 해당주 출신 국회의원이 삼성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 가운데 거의 20조원에 육박하는 삼성의 투자가 미국 내 어디로 향할지도 관심이다.

글로벌 최상위권의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의 반도체와 배터리는 미국 서플라이 체인에 더욱 밀접하게 연계되고 있다.

비메모리 파운드리 증설로 삼성은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현재 파운드리의 절대 강자인 대만의 TSMC와 이를 추격하는 삼성전자를 제외한 업체들의 규모가 크지 않다. 일단 삼성이 미국에서 파운드리 입지를 키우면 3위 아래의 경쟁사들을 멀찌감치 따돌리면서 TSMC 추격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삼성이 미국 현지에서 Fabless 고객사들의 신뢰를 얻고 주문 물량을 늘린다면 비모메리 성장의 기회를 맞을 수 있다. 거리가 가깝다는 점은 접촉선을 넓혀주기 때문에 영업에도 도움이 된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의 미국 파운드리 공장 투자로 비메모리 매출 비중 확대가 기대된다"면서 "중장기 관점에서 대규모 설비 투자 진행과 소재, 장비, 부품의 국산화로 국내 밸류체인 업체들도 수혜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 확대 및 최첨단 반도체 협력으로 공급망 강화도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 대기업 대규모 해외투자와 소부장의 기회

배터리 분야처럼 반도체 역시 대기업의 투자는 소부장 업체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삼성, SK같은 국내 대그룹의 미국 투자와 관련된 주식투자자라면 관련된 소부장 업체, 반도체 중소형주 등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삼성의 미국 내 반도체 투자는 기존 오스틴 생산라인과 비교해 국산화율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디바이스(DRAM, NAND Flash, 비메모리) 중에서 국산화율이 가장 높다고 추정되는 분야는 NAND Flash"라며 "2013년 3D-NAND Flash 설비투자가 시작된 이후에 증착, 식각, 세정 공정 분야에서 국산화가 적극 전개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19년 7월의 일본 수출 규제를 계기로 비메모리 반도체 공정의 국산화 필요성이 제기됐고, 국산화가 일천했던 분야에서도 삼성전자 또는 SK하이닉스와의 데먼스트레이션(Demonstration) 기회가 늘어났다"고 밝혔다.

일부 중소형주들은 2020년 대비 2021년에 비메모리 반도체 공정 관련 매출 비중이 늘어나기도 했다. 국산화를 통해 공정 대체 기회가 늘어났고 마침 삼성전자의 평택 2기 파운드리, SK하이닉스의 키파운드리 설비투자로 수혜를 입었기 때문이다. 이런 업체들에겐 미국 공장이 기회가 될 수 있다. 당장 이익을 구가하지 못해도 미국 땅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김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에서는 선단 공정에서 소재, 부품, 장비를 공급해본 이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면서 "반도체 Fab을 짓는 데 1년 이상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반도체 중소형주가 삼성전자의 미국 증설에 따른 수혜는 빨라야 2022년 하반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 첨단분야 한미 협력과 계속될 미중 패권 경쟁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드러난 한국과 미국의 기술분야 협력 범위는 배터리와 반도체를 넘어선다.

양자기술, AI, 바이오, 우주사업 등 첨단 분야, 그리고 기후변화 관련 분야까지 아우르고 있다.

우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끈 분야는 최대사거리 800km로 묶여있던 미사일 지침이 폐지된 점이다. 중거리 탄도 미사일 개발이 가능해져 42년 만에 미사일 주권을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그동안 꾸준히 이 무기에 대한 제약이 느슨해지고 있었기 때문에 언젠가 풀릴 수 밖에 없는 규제였다는 말도 있다.

아무튼 이 족쇄가 풀리면서 중거리 탄도미사일, 로켓 개발 등이 기대되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달 탐사 연합체인 아르테미스 협정 서명을 위한 협력으로 항공, 우주산업도 한 단계 더 전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미국 측이 거론했던 원전 분야 협력 역시 주목된다.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 정책이 많은 사람들의 비판을 받았던 가운데 한미 양국은 원전사업 공동 참여를 비롯한 해외 원전 시장 협력 확대를 통해 소형모듈원전, 노후 원전 해체 분야에 진출하기로 했다.

이밖에 당장은 아니지만, 모더나와의 MOU 체결로 인해 향후 mRNA 백신 연구가 이뤄지고, 생산시설이 한국에 들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바이든 행정부가 상당한 중점을 두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분야도 주목을 받는다. 탈석탄, 클린에너지 분야에서 양국의 협력이 강화될 수 있다. 탄소 중립을 위한 기술 교류 확대로 차세대 에너지원 개발 능력 등을 배양할 수 있다.

다만 한미 협력 강화가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당장 한국 정부가 미국이 가입을 원하는 쿼드(Quad) 참여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지만,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 한국은 양강으로부터 추가적인 요구를 받을 수도 있다.

현재 미국은 주변 우방국들을 포섭해 중국을 에워싸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중국은 동남아시아 국가에 인접한 바다까지 자신들의 소유라고 주장하면서 갈등을 빚는 듯 덩치 큰 무례한이 됐다는 평가도 받는다.

한국에 대해선 끊임없이 문화공정을 진행하는 등 패권국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적극적인 중국 주변국 포섭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중국도 만만치 않다. 중국은 기술굴기를 통해 미국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며, 이미 상당히 많은 분야에서 미국을 추월한 것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지난해 미국 국방부는 '중국 군사력에 대한 연례 평가'에서 중국이 함정·미사일·방공 시스템 분야에서 미국에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군사 쪽은 첨단 기술이 집약돼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미국이 국방비의 2/3를 군인들을 먹여살리는 데 쓴 반면 중국은 인건비를 최소화하면서 연구개발 등에 돈을 쏟았다. 미 국방부는 중국이 합법적인 방법 뿐만 아니라 '불법을 통한' 기술 절도 등을 통해 성장해왔다고 봤다.

하지만 중국은 이미 등소평의 훈시였던 도광양회(韜光養晦: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에서 벗어나 미국과 대거리하는 중이다. 한국사람들에게 상대적으로 더 유명한 투자자인 짐 로저스 같은 사람은 중국의 미국 초월을 시간 문제로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중국 친화적인 면모를 보여왔다. 하지만 정권 후반부 미국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한미 협력이 강화되는 모양새다. 미중 기술 패권다툼 속 기술강국 한국의 전략적 선택과 입지도 주목받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 투자를 대거 늘리면서 위험과 동시에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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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신한금융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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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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