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채 금리는 3일 연속으로 하락하면서 1.5% 아래로 내려왔다.
미국 금리는 3월 11일(1.536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2%을 다시 밑돈 국고10년 금리도 추가 강세 공간을 조금 더 확보하려는 모습을 보일 듯하다.
다만 최근 2%를 밑돌더라도 레벨 부담 등으로 추가 강세가 한계를 보인 점도 감안할 수 있다.
미국에선 증세 이슈가 부각됐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 후 증세는 모두가 예상하고 있었던 사안이다. 다만 경기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시기나 규모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유층(소득 100만달러 이상) 양도소득세를 2배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현행 기본세율 20%를 39.6%로 대폭 높이는 방안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소득에 대한 기존 누진소득세를 포함하면 최고 43.4%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이번 방안은 다음주 공개될 1조 달러 규모 '미국가족계획안'에 포함될 예정이다. 증세 이슈는 주식시장의 부담을 자극해 채권에 반사익을 안겼다.
지난주 미국 신규 실업이 예상과 달리 2주째 줄며 팬데믹 영향이 본격화한 지난해 3월 이후 최저를 기록한 점도 주목을 받았다.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주 실업수당 신규신청건수는 전주보다 3만9000건 줄어든 54만7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의 61만건 예상을 밑도는 것이다.
■ 증세 우려에 뉴욕 주가 빠지고 미국채 가격은 반등
뉴욕 주식시장은 기업실적과 고용 데이터 호조로 반등하다가 장중 급반락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부유층 증세 추진에 대한 우려가 증폭됐기 때문이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321.41포인트(0.94%) 낮아진 3만3,815.90, S&P500지수는 38.44포인트(0.92%) 내린 4,134.98을 기록했다. 나스닥은 131.81포인트(0.94%) 하락한 1만3,818.41을 나타냈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섹터가 일제히 약해졌다. 소재주가 1.8%, 에너지주는 1.4% 하락했다. 정보기술주와 재량소비재주는 1.2%씩 낮아졌다. 개별종목 가운데 테슬라와 아마존이 3% 및 2% 각각 하락했다.
미국채 시장은 양호한 신규실업 지표에 밀리다가 주가가 급하게 빠지자 강해졌다. 부유층 증세 뉴스는 10년 국채 기준 1.5% 하회 시도를 하던 채권을 지지했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57bp 하락한 1.5434%, 국채30년물 수익률은 3.22bp 떨어진 2.2226%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0.81bp 하락한 0.1411%, 국채5년물은 0.32bp 내린 0.7920%에 자리했다.
국제유가는 3일만에 소폭 반등했다. 미국 실업지표가 유가 상승을 지지했으나 인도의 코로나19 확산세 등이 수요 우려를 부추겼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보다 8센트(0.1%) 높아진 배럴당 61.43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8센트(0.1%) 오른 배럴당 65.40달러에 거래됐다.
이웃 국가 일본, 남아시아의 인구 대국 인도 등에서 코로나 확산세가 두드러졌다. 일본의 일일 확진자 수가 연이틀 5000명대를 넘어가면서 일본 정부는 수도 도쿄를 비롯한 4개 광역권에 세번째 긴급사태를 선언할 방침이다. 인도 신규 확진자수는 31만명을 돌파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달러화는 하루만에 반등했다. 테이퍼링 논의를 부인한 라가르드 ECB 총재의 발언으로 유로화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뉴욕시간 오후 4시 기준 달러인덱스는 전장 대비 0.16% 높아진 91.30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15% 낮아진 1.2017달러, 파운드/달러는 0.62% 내린 1.3844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08% 오른 6.4953위안에 거래됐다.
■ ECB 테이퍼링 논의 안해
캐나다 중앙은행이 테이퍼링에 나선 뒤 각국 중앙은행들의 변화 조짐도 주목을 받은 가운데 ECB는 테이퍼링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 테이퍼링을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라르드는 정책회의 이후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PEPP 속도는 시간이 아닌 지표에 달려 있다"면서 "테이퍼는 시기상조"라고 못박았다.
그는 "미국과 유로존 경제는 동일한 상황이 아니다. ECB 정책이 미국 쪽과 함께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마이너스 금리는 경기부양에 효과적 수단"이라고 말했다.
ECB는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로 동결하고, 팬데믹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채권매입 규모와 속도도 그대로 이어가기로 했다. PEPP 채권 매입규모를 적어도 내년 3월 말까지 현행 1조8500억 유로로 유지할 방침이다.
캐나다 중앙은행이 21일 테이퍼링을 공식화한 뒤 ECB, 연준 등의 태도가 주목 받았으나 ECB는 일단 서둘지 않고 경제와 물가지표 등을 보면서 대응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아울러 현 시점에서의 정책 변화는 빠르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다만 시장 일부에선 6월 회의 때 ECB도 테이퍼링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한다. ECB 내 각국 입장들이 다르지만, 일부 매파들은 하반기에 PEPP를 축소하는 게 맞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 강세 룸 확대 시도와 한계
전일 국내 시장에서 ECB의 스탠스를 경계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지만, 라가르드 총재는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최근 미국채 금리의 하향 안정이 국내 시장 강세에 기여하고 있다.
다만 국채 입찰이나 옵션 행사 물량 등 수급 문제는 계속해서 추가 강세 룸을 제약하고 있다.
전날 국채선물 동시호가에서 가격이 속락한 데엔 10년물 옵션 행사 등이 영향을 줬다. 외국인 매수에도 불구하고 비경쟁 옵션 물량이 종일 나오다보니 수급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전날 외국인은 3년선물 7,405계약, 10년 선물 3,912계약을 순매수했다. 외국인 매수세에 비하면 시장의 강세 강도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들도 보였다.
전체적으로 레인지 인식이 강하지만 대외 재료가 우호적이었던 데다 옵션 물량 부담에도 벗어나니 시장의 강세 시도에 힘이 실릴지 봐야 한다.
다만 국고10년 기준 2% 아래 쪽에서 추가 강세룸이 제한적이었던 점 등을 감안할 때 금리 수준도 염두에 둬야 할 듯하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