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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열심히 살면 뭐하나” 2030세대의 부동산 절망

장호성 기자

hs6776@

기사입력 : 2021-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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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장호성 기자

▲사진: 장호성 기자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이렇게 열심히 살아서 뭐 하나”

지난해 초 회사에 취직해 매일 격무와 야근에 시달리고 있는 기자의 친구가 모처럼의 술자리에서 던진 말이다. LH를 포함한 공직자들의 투기 문제로 부동산 시장이 어지럽혀졌다는 소식을 접한 뒤의 반응이었다.

LH 투기 사태가 벌어진 뒤 정부와 여당을 향한 20대의 마음은 완전히 돌아서고 말았다. 조국 사태를 계기로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 2030세대의 지지는 이번 LH건으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만 같다.

이틀 뒤 열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2030 청년층은 민주당보다 국민의힘 후보들에게 더 많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과연 정말 청년세대가 야권을 진심으로 지지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을까.

적어도 필자는 아니다. 야당 후보가 좋거나 일을 잘해서 지지하는 게 아니라, 정부여당이 보여준 부정부패가 너무 심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물론 정부도 이번 사태를 가볍게 보고 있지 않다는 제스처는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 모든 공직자 재산등록 의무화·부동산 부당이득 5배 환수 등 강력한 카드를 내밀며 민심을 회복시키기 위한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늦어도 너무 늦었다. 정부에게 묻고 싶다. 진심으로 내부에 투기 세력이 있다는 걸 몰랐는가. 공직자 가족, 친지부터 국회의원, 지자체 의원, 지방 공무원까지, 자기들 안에 투기세력이 있다는 사실을 정말로 몰랐을까, 아니면 알고도 모른 척 외면했을까.

이번 사태는 결코 일부 구성원들의 ‘일탈’ 행위가 아니다. 오랜 시간, 수많은 정부를 거치며 퇴적되어 온 추악한 ‘관행’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민주당이 몰락하고 야당이 다시 패권을 쥔다면 무언가 달라질까? 전혀 그렇지 않다고 본다. 간판만 바뀐 ‘그들만의 부동산 리그’는 아마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앞으로도 가진 사람은 더 많이 가지게 될 것이고, 못 가진 사람은 갈수록 ‘내 집’을 마련하기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다소 염세적으로 비칠지 모르겠지만 현실이 그렇다.

정부가 공공재개발 등으로 신축단지를 아무리 제공한들, 알짜 입지에 제공되는 고가 단지는 결국 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정부가 그렇게나 신경 쓴다는 청년세대에게는 너무나도 먼 얘기다. 규제로 대출 길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현금을 잔뜩 쌓아둔 부자들만 넘볼 수 있는 단지가 될 뿐이다.

2030세대는 연애·결혼·출산을 넘어 건강·자기관리·인간관계까지 포기한 것에 이어, 이제 내 집 마련과 ‘희망’까지 포기하고 있다.

필자는 부동산으로 돈을 벌 생각은 추호도 없다. 아파트가 아니라도 좋으니 괜찮은 빌라라도 적당한 위치에 마련할 수 있다면 평생 한 곳에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소박하다면 소박한 이 꿈조차 지금의 대한민국에서는 너무나도 거대한 것이 되어 버렸다. 사실 이제는 서울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1시간 내 출퇴근이 가능한 거리에만 살 수 있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청년세대가 비단 필자뿐일까. 돈 많은 부모나 빽이 없는 이 시대 절대다수의 청년들의 현주소는 아닐까.

사실 무엇보다도 이번 사태에 대해 더욱 큰 배신감이 느껴지는 대목은 문재인정부가 출범 당시 내세웠던 ‘공정’과 ‘정의’라는 가치 때문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얼룩진 지난 정부가 몰락한 뒤 들어선 문재인정부는 청년세대의 압도적인 지지를 안고 출범했다.

이번에는 다르겠지, 이번에야말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가 바로 설 수 있겠지. 그 겨울 촛불을 들고 광화문광장에 나섰던 것은 이런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 매일 아침 노트북을 열며 다시 한 번 친구의 말을 곱씹어본다. ‘이렇게 열심히 살아서 뭐하나’. 열심히 하면 언젠가 빛을 볼 것이라는 희망이 옅어진 지금, 정당한 노동보다는 부동산이나 주식, 가상화폐로 ‘인생 한방’을 노리는 청년층이 늘고 있는 것은 아마 이런 이유일 것이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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