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외국인의 대규모 10년 선물 매도로 장기 위주로 밀린 가운데 계속해서 이들의 움직임이 계속 주목된다. 외국인은 전일 3년 선물을 2,505계약 순매수했으나 10년 선물은 5,235계약 순매도했다.
연말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이 매수 포지션을 정리하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보인 가운데 엷은 장세에서 이들의 영향을 감안해야 한다.
대외 쪽에선 미중 갈등이 다시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이 중국 반도체업체인 SMIC과 국영 석유기업인 CNOOC를 블랙리스트에 추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보도가 전해졌다.
■ 미-중 갈등 추이 주목...美금리는 리보 연장 소식과 함께 강보합
뉴욕 주가지수는 미국 행정부가 중국 기업 두 곳을 국방부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다는 소식으로 하락했다. 이 재료를 빌미로 차익매물들이 나왔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271.73포인트(0.91%) 낮아진 2만9,638.64에 장을 마쳤다. S&P500지수는 16.72포인트(0.46%) 내린 3,621.63, 나스닥은 7.11포인트(0.06%) 하락한 1만2,198.74를 나타냈다. 나스닥은 5일만에 하락한 것이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섹터 가운데 9개가 약해졌다. 에너지주가 5.4%, 금융주는 1.9% 각각 하락했다. 반면 정보기술주는 0.7%, 헬스케어주는 0.3% 각각 올랐다.
개별종목 가운데 트레블러스와 셰브런이 4% 내외로 하락했다. 모더나는 20% 폭등했다. 모더나는 미 식품의약국과 유럽의약품청에 코로나19 백신의 긴급사용 허가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모더나는 "백신이 코로나19 중증 예방에 100% 효과를 보였으며, 안전상의 심각한 문제도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욕 외환시장에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인덱스가 4일만에 반등했다. 차익실현 매물로 뉴욕주가가 하락하자 달러화 수요가 증가한 덕분이다. 유럽중앙은행(ECB) 시장개입 우려로 유로화 가치가 급락한 점도 달러인덱스 상승을 도왔다. 뉴욕시간 오후 4시 기준 미 달러인덱스는 전장보다 0.22% 오른 92.00에 거래됐다.
미국채 금리는 강보합 수준을 나타냈다. 리보 금리 산출을 담당하는 ICE벤치마크 관리국(IBA)이 1주일과 2개월물을 제외한 달러 리보를 2023년 6월 말까지는 연장 사용하는 방안을 관계당국 및 은행들과 논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은 단기물 금리 하락 재료가 됐다. 연방준비제도 등도 2023년 6월 말까지 리보 사용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0.25bp 하락한 0.8413%, 국채30년물 수익률은 0.72bp 떨어진 1.5679%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1.17bp 떨어진 0.1407%, 국채5년물은 0.79bp 내린 0.3592%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이틀 연속으로 떨어졌다. 내년 감산연장을 논의한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 등 비회원 10개국) 회의가 예상과 달리 성과 없이 끝난 탓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보다 19센트(0.4%) 낮아진 배럴당 45.34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59센트(1.2%) 내린 배럴당 47.59달러에 거래됐다.
이날 열린 OPEC+온라인 화상회의에서 증산연기 합의가 무산됐다. OPEC 의장국인 알제리의 압델마지드 아타르 에너지 장관은 "유가 회복에 이르는 길은 길고도 험난할 것"이라며 "회원국들이 내년 1분기 신중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외국인 역대 최대치로 코스피 팔기
11월 들어 7조원 넘는 주식을 대대적으로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전날 하루 만에 2조 4,378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는 역대 최대의 순매도 규모다.
외국인의 매도 공세에 코스피지수는 42.11p(1.60%) 속락한 2,591.34에 거래를 마쳤다. 장초반 2,650선을 정조준하면서 시작했으나 MSCI 지수 이벤트일을 맞아 외국인 매물을 견디지 못했다.
지난 8월 MSCI 정기 변경에서도 외국인은 역대 최대치의 순매도를 기록한 바 있다. 당시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 규모는 1조 6362억원이었다. 전날엔 이 규모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의 매도를 기록한 것이다.
MSCI 정기변경으로 한국이 MSCI 신흥국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bp 가량 줄어든다. 오늘부터 변경된 지수 산출이 이뤄진다.
개인이 외국인 매물을 받았다. 전날 개인은 2조 2,206억원을 순매수했다. 개인의 역대 최대 순매수 규모다.
지수변경 이벤트일을 맞아 코스피 종가는 2,600선을 넘어선 지 6거래일만에 2,500대로 떨어졌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주가 상승이 꺾일 수 있다는 진단과 기술적 요인(지수 변경)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견해가 맞서고 있다.
지난 8월말 이벤트 때는 지수변경일 2일전부터 외국인이 5일 연속 순매도한 바 있다. 이후에도 한동안 매도에 무게를 뒀다.
이번엔 11월 주가 급등과 코스피 사상 최고치 돌파 후 외국인이 2조원대 중반에 근접하는 역대급 매도를 보인 것이어서 추이가 주목된다.
■ 입찰과 스프레드 방향 등 관심
코로나 확산과 백신 기대가 중첩돼 있는 가운데 시장은 조심스러운 흐름을 이어갈 듯하다.
최근 한은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 상향, 내년 국채 발행 물량 등은 부담이다. 정치권의 재난지원금 논의나 내년 추경 가능성 등은 물량 부담 가중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나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이나 미래 수급 부담 등으로 높아진 금리에도 투자자들이 적극적인 저가 매수에 나서기 어렵다는 점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12월은 그간의 국고채 물량 부담에서 벗어난다. 한 해 마지막 달을 맞아 외국인, 국내 투자자 등의 수급 흐름에 따라 금리가 등락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날 외국인이 장기 선물을 대거 순매도 한 것을 감안하면 시장이 선방했다는 평가도 보였다. 전날 국고3년 1.2조원 입찰이 다소 강했던 가운데 이날은 30년물 1.05조원 입찰이 이뤄진다. 12월 국채 발행 물량이 줄어들어 다소 강하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3-10년 스프레드가 67bp대, 10-30년 스프레드가 7bp 남짓한 수준을 기록 중이다.
전일과 오늘 3년, 30년 국채 입찰이 이뤄지고 전날 외국인이 10년 선물을 대거 매도한 가운데 스프레드가 어떻게 방향을 잡을지도 주목을 끌고 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