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자수는 9일 100명을 기록하면서 2자리수 복귀 기대를 높이기도 했으나 14일 200명을 넘어선 205명을 기록한 뒤 3일만에 300명을 넘어섰다.
최근 코로나 확진자 급증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 유럽 뿐만 아니라 가까운 일본 등에서도 확진자수가 빨라졌다. 인구수가 한국의 2.44배에 달하는 일본에선 일주일 사이에 신규 확진자가 1만명대로 급증했다.
국내 수도권에선 사회적 거리두기가 19일 0시부터 1.5단계로 격상된다. 마스크 착용 위반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제재가 강화되고 경제활동이 좀 더 제약을 받게 된다.
세계 신규 확진자수는 10월 정도부터 급증세로 돌아섰으며, 국내는 비교적 선방하다가 최근 확진자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다만 코로나 확산세가 가팔라지는 것 만큼이나 백신이나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화이자, 모더나 등의 백신 치료제 소식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일라이릴리는 코로나19 항체치료제 생산 개시에 들어갔다.
■ 코로나 빠른 재확산보다 백신 기대에 무게 둔 시장
최근 코로나 확산세는 여러 대륙을 다시 불안에 빠뜨리고 있다. 특히 유럽 지역의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선 확진자의 80%에 대해 감염 경로를 파악하지 못했다.
대외적으로 코로나가 재창궐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최근 확진자수가 크게 늘어나 긴장감이 커졌다.
하지만 확진자수 급증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금융시장 위험선호 무드는 별로 위축되고 있다.
올해 3월 금융시장이 코로나 사태로 큰 충격을 받은 뒤 빠른 회복을 보인 바 있는 데다 한번 경험해 본 터여서 시장이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금융시장이 기대감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최근 가팔라진 확산세보다는 백신 기대감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평가도 보인다.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매니저는 "국내에서도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했지만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한 분위기"라며 "글로벌 코로나 확산세에도 불구하고 위험자산선호가 강화돼 코스피와 원화 등이 상승 흐름 중"이라고 진단했다.
한 시스템 펀드 매니저는 "최근 확실하게 이머징 주식으로 자금이 들어오는 느낌이 났다"면서 "국내만 보면 패시브 자금이 크게 유입됐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전일까지 12거래일 동안 코스피시장의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5조 1,500억원 수준에 이를 정도로 두드러졌다. 다만 이날은 외국인 매수세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달러/원 환율은 최근 외자 유입으로 급락했으며 이날은 1,105원을 터치하는 모습도 보였다. 대규모 삼성전자 배당금 영향으로 외국인들이 역송금에 나서면 수급적으로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지만, 환율 하락 요인이 제거된 것은 아니다.
■ 코로나 확진자 급증에도 신흥국 위험자산으로 몰린 돈
최근엔 미국 대선과 코로나 백신에 대한 기대감이 위험선호를 강화했다.
미국 선거 이후 트럼프닫기

화이자와 바이오앤테크, 모더나 등이 큰 부작용 없는 백신 개발 발표 소식을 전하면서 내년 경제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이런 추세와 함께 달러지수가 하락하고 신흥국 통화는 강해졌다. 이머징 마켓으로 자금이 대거 몰린 것이다.
특히 최근 신흥국 주식 펀드로 유입된 자금은 2018년 이후 가장 두드러졌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주식으로 2018년 초 이후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되는 가운데 주요 지역 중 신흥국 주식으로 가장 강하게 돈이 들어오고 있다"면서 "지난주까지 최근 8주간 글로벌 주식의 주요 지역별 자금 유입 강도는 EM 쪽이 가장 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 최근 신흥국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국내 주식시장 외국인 매매에서도 나타난다"면서 "외인 코스피 매수의 70%는 프로그램 매매를 통한 바스켓 매수"라고 밝혔다.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지만 이머징 통화와 주식이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진 모양새다.
■ 코로나 재확산...재료에 대한 '면역' vs 주가지수 레벨조정 '빌미'
금융시장은 코로나 재확산을 주시하면서도 백신 등에 따른 경기회복 기대, 통화·재정 차원의 경기 부양 등을 감안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일각에선 코로나 재료에 시장이 너무 둔감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주식시장이 해외 쪽 코로나 급증에 둔감해진 지 오래됐다. 국내 코로나 급증이 눈에 띄지만, 최근 급속히 들어왔던 외국인이 발을 빼느냐 여부가 중요한 변수"라고 밝혔다.
이날 외국인이 장중 소폭 코스피 매도 우위를 보이면서 주가지수 오름세도 제한되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도 당장 코로나 확산에 따른 안전자산선호를 기대하기 보다는 기존의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하고 모습들이 엿보인다.
증권사의 한 채권중개인은 "특별히 코로나 확산에 대한 관심은 없는 것 같다"면서 "채권시장 자체는 미국 금리 따라 레벨을 약간 낮춘 뒤 관망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백신 기대감으로 주가지수가 역사적 고점 근처로 온 탓에 코로나의 역습을 예상해보기도 한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코스피가 2,550선으로 오면서 지수 레벨에 대한 부담도 작용할 수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 확산세가 한층 강화됐으니, 주식 상승세 둔화와 함께 채권금리가 다소 내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백신 따른 경기회복 기대감에도 조심스런 연준과 ECB
전날 연준의 파월 의장은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경기가 둔화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보스틱 애틀란타 연은 총재도 10월 소매매출 증가세가 둔화돼 성장세가 취약해진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국 상무부는 10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3%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 수치는 9월(+1.6%)보다 증가세가 대폭 둔화한 것이자 예상치(+0.5%)에 미달하는 결과다. 10월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5.7% 증가했다.
소매판매가 예상치를 밑도는 가운데 파월 의장은 코로나 백신 관련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경기에 대해 조심스런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제롬 파월은 온라인 대담에서 코로나 백신 소식에 대해 "중기적으로 호재"라면서도 "완전한 경기회복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를 지원하기 위한 가용수단을 총동원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했다.
유로존 역시 코로나19 백신 기대에도 불구하고 경기 부양에 무게를 싣겠다는 입장이다.
라가르드 ECB 총재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도 ECB의 경기 부양 계획에 변화는 없다"면서 12월 정책회의에서 경기 부양책 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전에 시행된 정책들은 경기부양에 효과적이었으며 향후 경기가 추가 악화되는 것을 막는데 주력해야 한다"면서 "지금의 위기가 금융 분야로 파급되지 않도록 확실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