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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 배터리전쟁] 전기차 주도권 놓고 공방…종지부 언제쯤?

곽호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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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9-28 18:28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간 '배터리 소송전'이 발발한 지 1년6개월이 지났지만, 사태는 쉽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영업비밀 침해를 둘러 싼 1차전에는 합의금 규모에 이견이 있다. 법적 판단이 중요한 기술유출과 관련해서는 최근까지도 날 선 공방을 주고 받았다. 그 사이 전기차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 구간에 돌입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리한 소모전도 끝을 보이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양사간 소송 배경, 진행상황, 전망 등을 정리했다.

◇ 배터리를 둘러싼 3차례 소송전

시작은 '인력 유출'건이다. LG화학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자사 배터리 인력 100여명이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했다. 2017년 LG는 SK측에 항의 공문을 보냈지만 이직 러시는 이어졌다.

LG는 2019년 4월 미국 ITC·법원 등에 SK를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소송을 걸었다. 직원들이 이직 과정에서 배터리 기술을 포함한 경영정보를 빼가고, SK 차원에서 조직적인 증거인멸을 자행했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같은해 9월 '특허 침해'를 둘러 싼 배터리 소송전 '2차전'이 이어졌다. 이번엔 SK가 LG를 고소했고, 곧바로 LG도 맞고소했다. 양사는 서로 상대가 배터리 기술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왼쪽)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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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유리한가

영업비밀 건은 LG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미 ITC는 LG가 요청한 SK의 제재 요청에 "동의한다"는 예비판결을 내렸다. SK가 증거인멸 정황이 있는데도 수사에 비협조적이었다는 게 결정적인 판결 근거다. 내달 26일 최종판결이 남았지만 ITC 예비판결이 뒤집히는 경우는 드물다.

특허 건은 양사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이번에도 LG는 SK의 증거인멸 의혹을 제기했다. ITC 산하의 독립 조사기관 OUII는 LG 손을 들어줬다. 단 SK는 "우리가 반박 자료를 제출하기 전에 OUII 판단이 있었다"고 밝혔다. LG측에서 삭제됐다고 주장한 문서들은 보안차원에서 자동 삭제된 것으로 실제 문서는 그대로 남아있다는 게 SK측 설명이다.

◇ 왜 싸우나

LG와 SK간 소송전 배경에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대한 주도권 경쟁을 들 수 있다.

실제 양사는 소송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사사건건 대립했다.

배터리 후발주자 SK는 작년 글로벌 완성차로부터 물량을 따내며 사업 규모를 키워왔다.

LG는 "일부 경쟁사가 공격적 가격으로 수주에 뛰어들고 있지만, 우리는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수주하지 않는다"고 반응했다. 경쟁사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SK를 겨냥한 발언이다. SK는 "실적으로 답할 것"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작년 SK가 폭스바겐과 합작사를 세워 유럽 물량을 담당할 것이라는 루머도 돌았다. 폭스바겐 유럽 물량 다수는 LG가 맡고 있다. 결국 폭스바겐은 스웨덴 배터리사 노스볼트와 합작투자 하며 루머에 그쳤지만 상당 기간 긴장감이 돌았다. 이후 SK는 폭스바겐의 미국 물량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 CI.



◇ 한국기업이 미국에서 싸우는 이유는

소송을 먼저 낸 LG에게 정확한 답변은 듣기 어려웠지만, 회사 보도자료를 토대로 미뤄볼 때 '파급효과'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LG가 소송에서 이기게 된다면 SK는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할 수 없게 된다. 미국은 유럽·중국에 이은 3대 전기차 시장으로 꼽힌다. LG와 SK도 이에 대비해 공격적인 증설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LG 입장에서는 '한국 정부의 입김'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국익을 최우선시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국내 대표기업간 화해가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실제 산업통산자원부는 소송 초기 국면에서 양사 CEO 만남을 추진하는 등 물밑 중재를 시도했다. 하지만 '기업간 분쟁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비판 여론이 일자 지금까지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LG는 10여년 전 SK로부터 배터리 핵심소재인 분리막 기술 특허를 침해당다고 한국법원에 제기했다가 패소했다. SK에 따르면 LG는 이번 미국 소송에서도 해당 건과 유사한 기술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배터리 분리막 LG화학(왼쪽)과 SK이노베이션 제품.



◇ 어떻게 끝날까

업계에서는 결국 합의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SK의 미국 '사업중단'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는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국익이 최우선인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당장 완성차 포드와 미국 조지아 지방정부는 ITC에 SK를 지지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자국 일자리 창출을 내세우는 트럼프 정부는 ITC 등 판단에 최종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조지아공장 공사현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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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화학·SK이노베이션이 잃은 것

양사 입장에서는 소송이 길어질 수록 '감정싸움' 양상으로 번져가는 것도 부담이다. 이 과정에서 서로간 약점이 노출되고 있다.

SK는 속도가 붙어야 할 신사업에 발목 잡힌 형국이다.

당장 합의하더라도 증거인멸 등 정황이 계속 노출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이는 총수의 지론에 따라 전사적으로 추진하는 사회적 가치 창출에 타격이 될 수 있다.

LG는 인사 관리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다툼이 있는 법적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대규모 직원 이탈은 처우나 비전과 관련한 해묵은 문제 아니냐는 지적이다.

작년 회사측 공시정보에 따르면 LG화학 전지부문 직원들은 평균 근속연수 7.6년, 1인당 평균 연봉이 약 7600만원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전직원 기준 9.9년, 1억1600만원이다. 당해 성과급이나 사업부에 따라 구체적인 숫자는 달라지겠지만 SK측 대우가 낫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SK가 지난 몇년간 국내 최고 수준의 대우를 한 정유업계 기준으로 연봉을 지급하는 반면, LG는 석유화학부문이 기준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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