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 장 마감 뒤 한은은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향후 국고채 발행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이에 따른 채권수급 불균형과 시장금리 급변동을 선제적으로 완화하기 위해" 연말까지 총 5조원 내외의 단순매입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매입 일자도 좀더 구체화했다. 시장 상황을 고려하되, 가급적 '월말경' 실시하겠다고 했다. 입찰 전영업일에 공고하기로 했다.
아울러 '정례화'에 가까워진 단순매입과 별도로 시장금리 급변동 등 필요시엔 시장안정화 조치를 적극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외적으로는 최근 미중 갈등이 다시 커지는 모습이 주목을 끈다. 주식이 고점 논란에 휩싸여 있는 상황에서 이런 분위기는 안전자산선호에 힘을 실어준다.
중국이 자국 IT 기업에 대한 미국의 보안 공세에 대응해 자체적인 국제 데이터보안 규정을 내놓을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미 전일 장중 도널드 트럼프닫기

뉴욕 주가가 최근 크게 흔들린 가운데 미중 대치는 올봄 이후 지속된 위험자산 랠리에 대한 불안한 시선을 던진다.
■ 나스닥 4% 넘게 폭락하며 3일만에 10% 넘게 빠져...금리는 다시 0.6%대로
뉴욕 주식시장에선 나스닥이 폭락했다. 지난 금요일 5% 가량 급락하면서 우려를 키운 뒤 3일 연속 하락하면서 10% 이상 빠졌다.
나스닥종합지수는 465.44포인트(4.11%) 하락한 1만847.69를 나타냈다. 나스닥은 지난 8월 이후 최대 낙폭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1만 2,056을 넘었던 나스닥은 3영업일만에 10.03% 급락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632.42포인트(2.25%) 낮아진 2만7,500.89에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95.12포인트(2.78%) 내린 3,331.84를 기록했다.
밸류에이션 부담과 기술주 급락세에 전체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S&P500 편입에 실패한 테슬라가 21% 넘게 폭락해 사상 최대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도 7%씩 떨어졌으며, 페이스북과 아마존은 각각 4%씩 하락했다.
주가 급락세에 따라 미국채 가격은 강세를 보였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다시 0.6%대로 내려왔다. 국제유가 급락 역시 금리 하락에 기여했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4.33bp 하락한 0.6763%, 국채30년물 수익률은 5.14bp 떨어진 1.4190%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1.18bp 하락한 0.1329%, 국채5년물은 3.32bp 낮아진 0.2658%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8% 급락하면서 나흘 연속 하락해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가 급락에 자극을 받은 데다 여름철 드라이빙 시즌 종료에 따른 수요부진 우려 영향도 받았다. 주가 급락에 따른 달러화 강세 역시 유가 하락의 재료가 됐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8월물은 전장보다 3.19달러(8%) 낮아진 배럴당 36.6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6월 16일 이후 최저치였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는 2.26달러(5.4%) 내린 배럴당 39.75달러에 거래됐다.
달러화 가치는 0.8% 급등하면서 이틀 연속 올랐다. 주가 급락으로 안전자산선호가 강화된 영향을 받은 데다 노딜 브렉시트 우려로 파운드화 가치가 대폭 하락한 것도 달러를 지지했다. 뉴욕시간 오후 4시 기준 미 달러인덱스는 전장보다 0.79% 오른 93.45에 거래됐다.
영국이 유럽연합과 브렉시트 협상에 들어간 가운데 파운드화는 달러화보다 대폭 약해졌다. 파운드/달러는 1.37% 낮아진 1.2987달러를 기록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주말에 "브렉시트 협상이 내달 15일까지 타결되지 않으면 아예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현 시점 5조원 내외의 단순매입 공고 이유
그간 시장은 한은이 '시장 불안시 언제든 개입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단순매입에 크게 적극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전일 한은이 연말까지 5조원 수준으로 월말 정도에 단순매입을 실시하고, 시장 불안시 별도로 실시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한은의 의지는 보다 구체화됐다.
한은이 이 시점에 단순매입을 발표한 큰 이유는 4차 추경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7조원대 중반 수준의 4차 추경을 발표한 뒤 채권 물량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금리도 크게 올라오면서 시장에 수급 우려가 강화되자 한은도 공조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간단히 접근해서 7조원대의 추경에 따른 국채 발행을 감안해 한은이 연말까지 5조원 정도의 채권은 사준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나머지는 시장의 소화 능력을 지켜보되, 금리 급등 등 필요시 별도로 도와주기로 한 셈이다.
정부가 4차 추경을 통해 마련하는 재난지원금을 가급적 추석 연휴 전에 지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점 역시 현재 시점에서 한은이 나선 이유로 볼 수 있다.
시장이 더 큰 불안에 휩싸이기 전에 미리 안전장치에 대한 고지를 통해 분위기를 추스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 외국인 채권 현선물 매수와 불안정한 뉴욕 주가
외국인은 이번주 들어 3년과 10년 선물을 모두 순매수 중이다.
지난주까지 거세게 일었던 매도 공세가 잦아들고 일단 매수로 나오고 있다. 외국인은 이번주 들어 이틀간 3년 선물을 4,476계약, 10년 선물을 2,933계약을 순매수했다.
지난주 금요일까지 2주간 외국인이 3년과 10년 선물을 각각 8만 4,746계약, 3만 465계약 대거 순매도했기 때문에 이들의 달라진 모습을 금리 급등에 대한 우려를 상당 부분 누그러뜨렸다.
아울러 9월 10일 국채 만기를 앞두고 외국인이 현물을 적극적으로 사는 모습 역시 금리 하락에 기여하거나 금리 상승을 제어했다.
외국인은 전날 국고채를 8,408억원, 통안채를 1,900억원 순매수했다. 이번주 들어 이틀간 국채를 1.47조원, 통안채를 3,100억원 가량 순매수했다. 이틀간 외국인 순매수는 1.8조원, 순투자는 1.5조원 수준으로 잡혔다.
다만 만기 요인에 의한 매수라는 점 때문에 외인 매수를 과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진단도 많았다. 하지만 한은의 단순매입에 대한 의지가 표명과 함께 현·선물 시장에서 외인이 보인 모습 역시 시장을 지지한다.
불안정한 주가 향방도 관건이다.
지난 3일 나스닥이 5% 폭락하면서 시작된 '주식시장과 실물의 괴리에 대한 우려'가 일단 연이은 주가 급락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사실 어려운 펀더멘털 상황과 주가지수 흐름을 볼 때 주식 강세는 과도하다고 볼 여지가 많았다. 따라서 언제 급락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는 지적도 많았던 게 사실이었다.
유동성 장세로 크게 올랐던 뉴욕 주가의 추가 조정이 이어질지 여부 등은 계속해서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