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풍경과 추상적 이미지가 범람하는 현대미술에서 자신의 독특한 삶과 생활의 사유방식 자체를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작품은 7월 31일부터 8월 6일까지 서울 삼청동 정수아트센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
반복되는 선들과 촘촘하게 짜여있는 색 면들 사이에 세상을 움직이는 기운 같은 흐름이 보관되어 있다. “결_인연(因緣)”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이현진 화가의 사유적 삶의 모습을 이미지로 담아내었다.
<결_은유적인 밤>을 보자. 10호 크기의 그림 4점이 하나의 것으로 되어있다. 흐르는 시간을 그림으로 보이게 하였거나, 한없이 자라는 마음이거나 불안증이거나 한 무엇인가의 대한 화가의 구체적이지 않은 마음의 영역이다.
어느 날 밤, 묵묵히 기다려주는 어머니의 넓은 품과도 닮아있는 배경은 한없이 넓은 우주의 한 면에 촘촘히 앉은 미지의 위성들이다. 그것이 무엇이거나 상관없이 세상을 유영하는 기운이 있다.
작품의 전면을 장악하고 있는 촘촘한 색결은 승무(僧舞)를 추는 여인의 긴 소매 끝을 따라가다 생겨나는 흐름과도 같다. 슬쩍 드러나는 버선코에서부터 흐느적거리며 길게 나풀거리는 소매 자락에 숨겨진 고운 손길이다. 바람을 타는 시골 고향집의 저녁연기와 닮아있고, 먼길 떠나는 손자를 위한 따뜻한 된장국의 뜨거움에도 닿아있다. 은유적이다. 그러면서 밤이다.
이현진의 흐름은 ‘결’을 함께 한다. 여기서 ‘결’은 짜여짐을 이야기 하는 동시에 물결이나 살결, 바람결에서 의미하는 파동을 뜻하기도 한다.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결합체이다. 이어짐이 아니라 묶여짐이며, 묶임이 완료형이 아니라 함께하게 되는 과정의 ‘결’이다. 그래서 형체가 없다.

이현진, 결_흐름-꽃말에 숨겨진 맘, 10호정방형, 한지에 옻칠
제목으로 차용된 ’맘‘의 다의(多義)적 표현이 곧 화가의 다양성이며, 삶에서 벌어지는 같은 사건의 다른 수용체로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모습니다. 누군가에 의해 생각이 넓어지기도 하고 편향적 감정을 가지기도 한다. 이것이 <꽃말에 숨겨진 맘>의 사유영역이다. 그림 밖에서부터 유영하던 꽃무리가 세상의 기운에 물들어 본래의 색이 사라진지 오래다.
경남대 미술교육과 서양화를 전공한 이현진은 개인전 6회, 단체전 및 국제아트페어를 수차례 진행하였다. 한국미술협회,통영미술청년작가회,경남자연미술협회, 고성미술협회 회원으로 정수아트센터 소속화가로 활동 중이다. 경상남도 고성에서 활동하면서 자신의 삶에 대해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갖고자 시도한다.
이창선 기자 csle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