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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부의 대물림, 부동산 유감

장호성 기자

hs6776@

기사입력 : 2020-07-13 00:00

▲사진: 장호성 기자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기자가 건설부동산부로 옮겨온 지 어언 4개월이 지났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던가. 그러나 기자가 본 부동산은 멀리서 봐도 비극이었고, 가까이서 보니 더욱 큰 비극처럼 느껴졌다.

기자는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2년이 조금 넘은 사회초년생이다.

풍운의 꿈을 안고 건설부동산부에 지원한 것은 이런 흙수저·부알못(부동산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 신세를 벗어나기 위한 ‘공부’의 차원이기도 했다.

부동산업계에서 오래 활동하지는 않았지만 약 4개월간 제법 많은 일이 있었다. 한남3구역 등 굵직한 재개발 이슈를 취재하기 위해 거대 조합의 문을 두드리기도 했고, 6.17 부동산대책 취재를 위해 국토부나 업계 전문가, 부동산 커뮤니티 등을 전전하기도 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이 시간 동안 기자가 느낀 가장 큰 유감은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이 어쩔 수 없는 ‘부의 대물림’에 빠져있다는 점이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한남3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 총회였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원들은 대부분 그 단지에 오래 거주했던 50대 이상의 고령층이 많다.

그러나 한남3구역 시공사 선정 총회에는 어째서인지 20~30대의 젊은 조합원들의 비중이 상당히 높았다. 현장에서 만난 한 30대 조합원은 “(단지를) 아버지로부터 물려받게 될 예정”이라고 짧은 답을 내놓았다.

올해 1분기 전국 아파트의 증여 건수는 동분기 기준 2013년 이래 역대 두 번째 기록을 경신했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관계자는 “가족 중 1명 명의로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하는 것보다 여러 명 명의로 나누면 세 부담이 확 줄기 때문에 증여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자가 파악한 부동산은 기본적으로 돈이 돈을 부르는 구조로 굴러가고 있었다. 좋은 입지에 있는 집은 당연히 가격이 비싸지만 그만큼 집값이 빠르게 오른다. 그렇지 못한 집은 집값도 잘 오르지 않고, 실 거주에도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부모 세대의 경제력이 충분한 청년들은 본인의 노력에 부모의 지원까지 더해져 비싼 집을 살 수 있게 되고, 그 집값이 더 올라 더욱 큰 부자가 된다.

정부가 그렇게도 경계하는 ‘부동산 불로소득’이다. 물론 불법만 아니라면 이를 비난할 필요는 없다. 다만 기자가 이를 함께 누리지 못함을 안타까워할 뿐이다.

그렇다면 ‘서민을 위한 정부’를 표방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어떨까. 결과부터 말하자면 이들 역시 손에 쥐고 있는 기득권이나 부를 내려놓을 생각이 별로 없어 보인다.

21대 국토위에 소속된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조오섭, 박상혁 의원, 미래통합당 박덕흠, 송언석, 이헌승, 정동만 의원과 기재위 소속 민주당 정성호, 김주영, 양향자 의원, 통합당 김태흠, 서일준, 유경준, 윤희숙, 류성걸, 박형수 의원 등이 다주택자다.

사실 이 또한 당연한 일이라 비난할 필요도 없다. 누가 잠깐 욕 좀 덜 먹자고 대를 이을 부와 명예를 마다하겠는가.

부동산 불로소득과 부의 대물림 문제는 좌우를 막론한 모든 정부가 고민해온 사안이다. 그러나 ‘공정’과 ‘정의’를 기치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는 그 어느 정부보다도 강력하게 부동산 투기의 고삐를 죄어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체제에서 정부는 스무 차례가 넘는 고강도 부동산 규제를 통해 ‘투기와의 전쟁’을 이어왔다.

그러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규제가 나올 때마다 집값은 찔끔 떨어지나 싶더니 다시금 우상향 곡선을 그려왔다. 시장에 내성이 생긴 것이다.

북풍은 나그네의 옷을 벗기기는커녕 옷깃을 더 여미게 했고, 오히려 서민들의 희망이던 전세시장까지 불안정해지는 결과가 초래됐다. 이제는 “정부가 규제한 지역은 무조건 집값이 오르는 지역”이라며 정부를 부동산 유튜버로 보는 우스갯소리까지 판을 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과거 SNS에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며 “예쁘고 따뜻한 개천 만드는 데 힘을 쏟자”고 적었다.

당시에는 복지 소외계층을 배려하기 위한 발언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 의미가 좀 다르게 느껴진다. 마치 한 번 개천에서 태어났으면 영원히 개천에서 살라는 뜻처럼.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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