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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 Hobby] 예술작품은 화가가 죽어야 값이 올라?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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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5-0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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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는 죽어야 값이 오른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환쟁이는 가난하고, 풍각쟁이는 역마살이 껴서 평생 힘들게 살고, 딴따라는 팔자가 드세어 그렇게 산다고 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전 세계를 돌며 노래하고 춤추는 풍각쟁이와 딴따라는 건물주가 되기도 한다. 부자로 사는 환쟁이도 있지만 대다수의 환쟁이는 오늘도 내일을 꿈꾸며 산다.

모든 화가가 사후에 명성 얻는 것은 아니다

“저기, 이 작품을 그린 화가님 나이가 어떻게 돼요?”

“50대 중반인데 왜 그러시죠?”

“죽으려면 아직 멀었네! 화가는 죽어야 값이 오른다고 하잖아요.”

미술시장 현장에 있다 보면 심심치 않게 들리는 말이다. 이 말이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화가가 죽으면 더 이상의 작품이 없기 때문에 가격이 오를 수 있다. 우리나라 미술시장에서도 작고한 후에 명성을 얻은 이들이 있다.

박수근이 그러하고 이중섭이 그러하다. 70년대 말엽부터 80년대 중후반까지 골동품과 고미술이 각광받을 때 우리네 윗대에서는 달력 그림을 통해 밀레와 고흐를 알기 시작했다.

밀레와 고흐는 살아서는 아무도 모르다가 죽은 후에 명성을 얻었다는 지식을 습득한다. 가난하게 살다간 고흐는 동생의 돈으로 연명했다는 짧은 이야기를 전했다.

37년을 살다간 고흐(1853~1890)는 27살 되던 1880년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서 1890년 사망할 때까지 10년 동안 900여점의 작품과 1,100여점의 드로잉 습작을 남긴다. 10년이라는 기간은 화가로서 명성을 날릴 시간조차 부족한 시간이다. 생전에 명성을 얻지 못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다.

반면, 밀레(1814~1875)의 삶은 고흐의 삶과는 다르다. 밀레는 1860년경에 이르면 그의 작품을 찾는 사람이 많아진다. 밀레 생전에 그림이 판매되지 않았을 뿐 명성은 아주 높았다. 고흐와 밀레가 서로 만난 적도 없지만 밀레가 얼마나 유명했으면 따라 그린 그림이 21점이나 된다.

53세가 되던 1867년 만국박람회에 이어 살롱전에 작품을 출품해 1등상을 받고 1868년에는 프랑스의 최고훈장인 레종 도뇌르 훈장을 받으면서 성공가도를 달린다. 고흐는 시간이 없어 그리하였지만 밀레는 살아서 명성을 얻은 화가이다. 결국 고흐도 죽었고 밀레도 죽었다.

고흐의 그림 가격은 수백억이 넘는다. 고흐 역시 살아 있을 때 많은 작품들을 그렸고 유명세를 탈 시간적 여유는 없었지만 타계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비로소 유명해졌다.

올해 들어 코로나 19의 여파로 경제가 말이 아니지만 이럴 때도 돈은 돌고 돈 버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세상이 어지럽지만 요즘 같은 시기에 현금이 있으면 돈 벌기 참 쉽다는 결론도 있다.

아트페어가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화랑들 나름대로 준비한 기획전을 포기하면서 인사동을 포함한 화랑가는 월세걱정이 끊이질 않는다. 내부적 문제이지만 화랑에서는 급매물도 쏟아지고 있다.

다만, 화랑에서 나오는 미술품들은 일반 고객이나 경매로 넘어가지 않는다. 넘어가서도 안 된다. 화랑과 화랑 사이의 거래로 시장가격과는 현격한 간극이 있다. 그래서 화랑끼리의 거래만 있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지인이 말한다.

“나 한 5,000만원 정도 투자할 수 있는데 좋은 미술품 하나 사줘. 두 달이나 6개월 후에 6,000만원에 팔 수 있지 않겠어?”

정말 웃기는 이야기다. 어떻게 25% 순익을 가만히 앉아서 벌겠다는 욕심인가. 거래하는 화랑은? 딜러는? 갤러리스트는? 거꾸로 한 1억원 줄 테니까 3개월 후에 1,000만원만 더해주겠다고 하면 지금 당장에라도 은행에서 융자를 받겠다. 얼마나 이익인가. 미술 시장은 돈 놓고 돈 먹는 공간이 아니다. 함부로 그림에 투자할 일도 아니다. 화랑과 화랑간의 거래도 조심해야 한다. 자칫 미술시장 자체가 균열을 일으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어떤 그림 사지?”

“나이 많고 곧 죽을 사람 작품 사! 화가가 죽어야 작품 값 오른다고 하잖아.”

이 말을 믿는다면 지금 당장 주변의 노화가들 작품을 전량 구매해야 한다. 비싸지도 않다. 전량 구매하면 호당 가격도 없다. 그렇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문제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고 하는데, 화가가 죽으면 그의 작품 가격은 오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하지만 모든 화가의 작품이 오르진 않는다. 미술품을 감상하는 것에 가격이 먼저 등장하면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작품 가격을 등한시해서도 안 된다.

1990년대 초반, 이중섭의 작품이 호당 1억을 호가할 때 박수근의 작품은 7,000만원 선이었다. 2007년 이후가 되면 박수근의 작품이 대략 호당 2억 할 때 이중섭의 작품은 호당 1억~1.5억으로 역전된다.

이중섭이 유명세로는 높았지만 미술시장에 유통되는 미술품의 수량에 있어서는 박수근이 훨씬 많기 때문에 시장형성에 용이했기 때문이다.

높은 가격의 예술품은 그만큼 특별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 기억할 것

미술품 가격이라는 것이 정해진 잣대가 없다 보니 가격 자체에 대한 의문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박수근의 작품이 45억 2,000만원이라고 하는데, 남의 얘기일 수밖에 없다.

그 가격을 작가가 죽었기 때문에 올랐다고도 하지 못한다. 당장 인사동이나 청담동 등의 화랑가를 방문해 그림을 사겠다고 해보자.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싸게(?)는 300만원, 비싸게는 몇 억원씩 작품 가격이 붙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고가 작품 중의 하나인 45억 2,000만원짜리 박수근의 <빨래터>도 60년 전에는 당시의 금액으로 600원 정도였다고 한다.

당시의 은행원 월급이 400원인 것을 감안하면 지금 가격으로는 1,000만원 정도 될 것 같다. 누가 알겠는가. 지금 400만원에 구입한 미술품이 60년 후에 400억이 될지.

어떤 이는 평생 동안 수백 점에서 천여 점의 작품을 남기기도 하고 더러는 수십 점을 남기기도 한다. 남긴다고 다 예술이 되고, 남았다고 다 돈 되는 일은 없다.

예나 지금이나 돈 되는 예술품에는 특별한 무엇이 있어야 한다. 특별하다는 것은 아주 평범한 물건들과 견주어서 그보다 더 낫다는 말이다.

미술 시장은 냉혹하다. 작품성과 함께 유통이라는 시장 원리를 좇는다. 생존해 있을 때 적당한 명성과 적당한 미술품 거래가 유지되지 않았다면 미술계에서 잊히는 경우가 더 많다. 명성과 거래 없는 미술품이 유족들에게 남겨지면 처치 곤란한 유품이 되고 만다. 자식들은 버릴 수도 없는 유품을 내내 껴안고 살아야 한다.

기본적인 인지도를 유지하지 않으면 작가가 죽어도 그림 값은 오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고흐도 밀레도 살아생전에 활발하게 작품 활동에 매진했다. 박수근과 이중섭 역시 생전에 작품 활동이 풍부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미술 재테크는 아트 테크(art tech)다. 아트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 게임을 이기려고 하기보다 즐기게 되면 더 쉽게 승리할 수 있다. 미술품으로 돈을 벌고 싶다면 예술을 즐기겠다는 생각이 먼저여야 한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박정수 정수아트센터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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