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3년 금리가 사상최저치 경신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의 현,선물 매수세가 금리 하락을 지지하고 있다.
이번 달 금통위의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은 가운데 엷은 장에 외국인의 매수세가 분위기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추경, 한국판 뉴딜 등 재정정책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최대한 낮게 유지해 정책을 뒷받침할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다.
국고3년 등 짧은 금리가 역사적 레벨을 하향 돌파하는 모습은 금리 인하 베팅의 시작을 의미한다는 평가들이 많다.
이런 가운데 전날은 장기물 금리 하락이 두드러져 눈길을 끌었다. 최근 공급물량 확대에 대한 부담과 금리 인하 기대감 속에 장단기 스프레드가 축소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많았다. 하지만 3년-10년 스프레드가 50bp대 중반을 넘어서는 듯한 보이자 레벨 메리트 등에 따른 장기물 매수 인식이 강해졌다.
최근 '한은법 내에선 뭐든 하겠다'는 통화당국의 태도를 보면 당장 한은이 금리를 내려도 어색하지 않다. 다만 향후 채권 공급 물량이 늘어날 때를 대비해 지금 내리는 것보다 하반기에 금리를 내리는 게 나을 것이란 진단도 적지 않다.
미국 시장에선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베팅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채2년 금리가 0.1%를 약간 넘는 수준까지 떨어지는 모습을 연출했다.
미국의 실업 데이터는 예상보다 더 부진했다.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316만9000건을 기록했다. 전주보다 67만7000건 감소한 것이지만 예상치 300만건을 상회하는 수치다. 이로써 지난 7주간 총 3300만건을 넘는 신규 실업이 발생했다.
경기 데이터 부진 속에 연준 관계자들의 경기 낙관론을 경계하는 발언들은 금리 하락에 보다 힘을 실어줫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미국 경제의 단기 전망은 정말 암울하다"면서 "4월 실업률이 최고 17%로 치솟았을 듯하다"고 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올해 미국 경제가 수축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회복세는 내년에나 가능한 일"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뉴욕 주가는 중국의 4월 수출이 예상과 다르게 급증했다는 소식, 코로나19가 최악 상황에선 벗어났다는 진단 등으로 올랐다. 미국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와 중국의 류허 부총리는 1단계 무역합의 이행 진전을 논의하기 위해 다음주 중 전화 통화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 미국시장의 '마이너스 금리' 베팅..미국채2년 금리 0.12%대 떨어져
미국채 금리는 일제히 하락했다. 주간 실업 데이터가 예상을 밑돌면서 금리는 하락 압력을 받았으며, 국채2년물은 0.12%대로 내려갔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6.69bp 하락한 0.6369%, 국채30년물 수익률은 6.42bp 떨어진 1.3322%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5.53bp 하락한 0.1250%, 국채5년물은 7.59bp 내린 0.2943%를 나타냈다.
국채2년물 금리가 0.12%대까지 떨어진 데는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내년 미국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베팅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뉴욕 주가는 1% 내외로 동반 상승했다. 중국의 4월 수출이 예상과 달리 급증했다는 소식 덕분이었다. 실업 데이터가 악화됏지만 코로나19가 최악의 상황은 지나고 있다는 진단도 지수를 지지했다.
다우지수는 211.25포인트(0.89%) 높아진 2만3,875.89, S&P500지수는 32.77포인트(1.15%) 오른 2,881.19를 기록했다. 나스닥은 125.27포인트(1.41%) 상승한 8,979.66을 나타냈다.
달러화 가치는 내년 마이너스 금리 도입 가능성에 대한 베팅 등으로 하락했다. 뉴욕 시간 오후 4시 기준으로 미국 달러인덱스는 전장보다 0.2% 떨어진 99.89를 기록했다.
국제유가는 연준 인사들의 빠른 경기 반등은 어렵다는 발언 등으로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6월물은 전장보다 44센트(1.83%) 낮아진 배럴당 23.55달러를 기록했다. 장중 11% 이상 급등하다가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는 26센트(0.9%) 내린 배럴당 29.46달러에 거래됐다.
■ 금리인하 베팅과 외국인 매수
국고3년 금리가 이달 4일 0.975%를 기록하면서 0%대에 재진입한 뒤 사흘째 레벨을 낮추는 등 강세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최종호가수익률 기준으로 보면 전날 국고3년 금리는 0.95%를 뚫어내고 0.945% 수준으로 낮아졌다. 사상 최저치 경신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국고3년 금리는 지난 4월 9일 처음 0%대로 진입했으며, 5거래일간 1% 아래에 머문 뒤 반등했다. 이후 5월 거래가 시작된 뒤 3일 연속으로 0%대를 기록하면서 레벨의 추가하락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까지 확대압력을 받던 장단기 스프레드도 축소됐다. 국고10년 금리는 1.480%를 기록하면서 1.5%를 하회했다. 전반적으로 금리 레벨이 낮아지는 가운데 최근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장기금리도 하락룸을 찾는 양상을 나타냈다.
CD금리는 2bp 하락한 1.08%에 고시됐다. CD금리는 3월 25일 이후 줄곧 1.1%에 고시됐다. 하지만 단기 구간으로 금리인하 기대감이 작용하고 하나은행이 민평보다 2bp 낮게 발행하면서 레벨을 낮췄다.
스왑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감도 여전하다. IRS 금리는 전 테너에 걸쳐 0%대를 기록 중이다.
미국 연방기금금리 시장에 마이너스 금리 도입 기대감이 등장한 가운데 국내 이자율 시장도 역사적 금리 저점을 경신하려는 움직임을 이어갈 수 있다. 무엇보다 큰 관심은 외국인 매수세다.
외국인은 3월보다 4월에 한국 채권 매수 강도를 크게 높였으며 5월 들어서도 두드러진 현선물 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 외국인의 국내채권 순투자규모는 8조원을 넘어 3월 순투자규모의 3배에 달했다.
다만 지금의 분위기는 외국인이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며, 조만간 레벨 경계감이 대두될 수 있다는 진단들도 보인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