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달러/원 상승을 자극했던 국제 유가 폭락, 미 주식시장 하락, 기업 실적 우려 등 여러 재료는 지난밤 사이 크게 완화됐다.
국제 유가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에 비교적 큰 폭으로 올랐다.
미 서부텍사스원유(WTI) 6월물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으로 20% 가까이 급반등하며 배럴당 14달러대에 다가섰다. 미 해군에 이란 포함(砲艦) 격추를 지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윗글이 등장한 것이 유가를 끌어올렸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는 1.04달러(5.28%) 오른 배럴당 20.37달러에 거래됐다.
미 주식시장은 유가 급반등과 기업실적 우려가 완화되며 강한 상승세를 연출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56.94포인트(1.99%) 높아진 23,475.82에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62.75포인트(2.29%) 오른 2,799.31을 기록했다. 나스닥종합지수는 232.15포인트(2.81%) 상승한 8,495.38을 나타냈다.
특히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발표한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체인 치폴레멕시칸그릴이 13% 뛰었고, 전일 장 마감 후 기대 이상 분기 매출을 공개한 텍사스인스트루먼트와 스냅은 각각 5%와 37% 올랐다.
하지만 달러는 강세를 이어갔다. 유로존 경제지표 악화가 달러 강세를 자극했다.
유로존 4월 소비자신뢰지수가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여파가 컸다. 유로존 4월 소비자신뢰지수는 전월대비 11.1포인트 급락한 마이너스(-) 22.7로 잠정 집계됐다. 시장이 예상한 -20.0을 밑도는 수치다.
따라서 이날 달러/원도 낙폭이 극히 제한되거나, 상승 흐름을 이어갈 수도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대외 변수들이 달러/원의 상승과 하락 모두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시장의 가격변수나 심리가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주식시장이 미 주식시장 강세를 이어받아 상승 흐름을 보인다든가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 순매수로 전환하고,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급감 등이 확인된다면 이날 달러/원 하락에 베팅할 수 있겠지만, 아시아시장에서 유가가 반락하고 달러/위안이 7.1위안선 위로 재차 올라선다면 달러/원의 상승 모멘텀은 언제든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A 은행의 한 딜러는 "유가 반등이 수요 증가가 아니라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요인 때문이라는 점에서 위험자산 선호 모드가 강하게 국내 금융시장에 확산될 것 같지 않다"면서 "다만 오늘 달러/원은 국내 주식시장 흐름과 궤를 같이할 가능성이 큰 만큼 외국인 주식 매매패턴과 코스피 지수 흐름을 눈여겨 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B 은행의 한 딜러는 "내일 미국의 추가 부양책의 의회 통과 기대와 국제 유가 상승이 어우러질 경우 달러/원은 1,220원대 진입을 고려해 볼 수 있다"며 "하지만 달러 강세 분위기가 여전한 만큼 역외가 롱물량 거둬들이지 여부가 관건이다"고 진단했다.
이성규 기자 ks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