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주식시장이 10% 가까운 대폭락을 기록한 가운데 금융시장 가격변수들의 움직임을 예단하기 만만치 않다.
트럼프닫기

국내 시간으로 전날 오전에 전해진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주식시장을 실망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세한 부양책 설명 없이 유럽인의 미국 입국 금지 등만 발표했기 때문이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은 코로나19 방역에 실패했다"면서 "13일 0시부터 30일간 영국을 제외한 모든 유럽 시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한다"고 했다.
그는 "의회에 500억 달러 추가 자금과 함께 근로소득세 감면 승인을 요청했다"면서 "중소기업청이 바이러스 피해를 입은 기업들에 유동성을 지원하는 한편, 저리 대출도 제공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런 정도의 발표가 주식시장을 진정시킬 수는 없었다. 미국 시장은 아시아 주가 폭락의 바통을 이어받아 6% 이상 급락세로 출발한 뒤 장중 낙폭을 더 키웠다.
미국 시장 장중엔 연준이 다음 날부터 한달 동안 한시적 QE에 나서기로 했다고 발표해 주가를 반등시키나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연준은 이번 달 13일부터 다음 달 13일까지 전 구간에 걸쳐 국채를 매입한다고 밝혔다. 월 600억 달러 규모로 실시해온 재정증권 매입 범위를 확대했다. 이에 앞서 뉴욕 연은은 금융시장 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3개월물 레포 거래를 5000억 달러 규모로 실시했다. 다음날에도 같은 규모로 3개월물과 1개월물 레포를 각각 실시할 예정이다.
ECB는 예상과 달리 기준금리와 국채매입 규모를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민간기업 지원을 강화하기도 했다.
ECB는 통화정책회의에서 예금금리를 마이너스 0.5%, 리파이낸스금리를 0%로 각각 동결했다. 시장에서는 예금금리가 10bp 낮춰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유럽 중앙은행은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민간자산을 추가로 매입하기 위해 QE 규모를 연말까지 한시적으로1200억 유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중소기원 대출을 지원하기 위해 새 장기대출(LTRO)을 도입하는 한편 기존 3차 맞춤형 장기대출(TLTRO-3) 조건도 완화하기로 했다.
■ 뉴욕 주가 10% 가까이 대폭락
뉴욕 주식시장에선 대폭락 양상이 벌어졌다. 지난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최악의 하루였다.
다우지수는 2,352.60포인트(9.99%) 급락한 2만1,200.62를 기록했다. S&P500지수는 260.74포인트(9.51%) 내린 2,480.64, 나스닥은 750.25포인트(9.43%) 하락한 7,201.80에 거래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실망감만 키우면서 주가지수가 속절없이 빠진 것이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7.8bp 하락한 0.7923%, 국채30년물 수익률은 3.94bp 오른 1.4342%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6.04bp 떨어진 0.4690%, 국채5년물은 10.3bp 속락한 0.6019%를 나타냈다.
달러화 가치는 3일 연속으로 올랐다. 이날은 주식시장 패닉에 따른 안전통화 선호로 달러가치가 크게 뛰었다. 달러인덱스는 전장보다 0.98% 상승한 97.45에 거래됐다.
국제유가는 급락세를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이 미국 금지 발표가 연료유 수요 감소 우려를 자극한 영향을 받았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일대비 1.48달러(4.5%) 낮아진 배럴당 31.50달러에 장을 마쳤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는 2.57달러(7.2%) 내린 배럴당 33.22달러에 거래됐다.
■ 이자율 시장 전반 혼란..수급 흐름 주시
국내 채권시장은 주식, 외환 등 주변시장을 보면서 투자자들의 수급 흐름에 따른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고3년 최종호가수익률은 1.062%로 1.0%대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다. 한은이 강력한 금리인하 시그널을 주지 않아 3년 금리는 1% 벽에 막혀 있는 상태다.
국고10년 금리는 최근 강세장에 살짝 1.2%대에 진입해 보기도 했으나 더 내려가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 현재 1.387%를 기록 중인 가운데 추경 관련 이슈 등에도 긴장했다.
주가가 폭락한 가운데 이자율 시장 전반은 혼란스럽다. 주가 급락을 보면서 무조건 반사익을 취하는 단계는 넘어선 모습이다. 한은은 여전히 금융안정을 거론하면서 상황을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스왑시장의 IRS 3년과 5년은 1.0050%에 붙어서 추가 진로를 고민하고 있으며, 20년 이상 테너는 0.7%대 초반이나 그 이하를 기록할 정도로 눌려 있다.
CRS 금리는 1년이 -0.04%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영역에 진입했다. 환율 급등 속에 CRS 금리가 크게 내려간 가운데 3년 테너의 레벨은 0.05%에 불과하다. 10년이 0.24%를 기록하는 등 전반적으로 레벨이 대폭 하락해 있는 상황이다.
전날 달러/원 환율은 전날 13.5원 오른 1,206.50원을 기록했다. 전날 주식시장 사이드카 발동이나 외국인의 지속되는 한국 주식 셀 오프 분위기 속에 원화 가치도 크게 떨어진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크레딧 채권에 대한 경계감도 당연히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주가 급락으로 ELS 북에 담긴 여전채 등 크레딧물이 매물화돼 신용 스프레드가 확대되는 모습을 보면서 경계감도 커져 있다.
안전채권, 신용채권, 스왑 등 이자율 전반도 전체 금융시장의 혼란과 맞물려서 진로를 모색하는 데 애로를 겪고 있다.
■ 홍남기닫기

전날 여당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등이 추경을 6조원 이상 증액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시장의 물량 부담도 커졌고 일드 커브는 스팁되는 양상을 보였다.
17일 정도에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이는 추경 증액 규모는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다.
현재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민주당 내 실력자들은 6조원 이상 상당 규모로 늘리자는 입장이다.
특히 이해찬 대표가 최근 추경 증액에 난색을 표명한 홍남기 장관에 대한 해임을 운운하기도 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다.
여당과 야당이 4.15 총선을 앞두고 자신들의 이익을 따지면서 정책에 접근하는 가운데 경제 수장과의 갈등도 나타났던 것이다.
전날 여당 간부들이 6조원대 이상의 추경 증액을 거론하면서 비상시국에 맞는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상임위에서 심사한 증액 규모가 6.3조원에서 6.7조원에 이른다면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에서 이 정도 증액 예산은 반드시 반영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한 상태다.
제1야당은 여당의 과감한 돈 쓰기에 내심 불만이지만, 이번 선거에서 자신들의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이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입은 상황이어서 대놓고 반대할 수도 없는 처지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