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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그 시간 내가 사겠어!’ 우리가 ‘편리미엄’에 열광하는 이유

김민정 기자

minj@

기사입력 : 2020-03-05 09:19 최종수정 : 2020-03-16 17:28

밀레니얼 세대 중심 편리함·고품질 소비 트렌드 확산
초간편 가전·즉석식품·배달·뷰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발적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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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그 시간 내가 사겠어!’ 우리가 ‘편리미엄’에 열광하는 이유
[WM국 김민정 기자] 편리함을 위해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현상은 세계적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는 O2O 배달 서비스, 새벽배송, 집안일 앱 등의 이면에는 반복적이고 귀찮은 노동은 최소화하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가 있다.

편의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추가 비용을 감수하는 ‘시간부족형’ 인간들의 일상이 소비 트렌드를 바꾸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러한 소비 형태는 ‘편리미엄(편리함+프리미엄)’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었다.

편리한 것이 곧 프리미엄

‘편리미엄’ 시대에 들어섰다. 편리미엄이란 편리함과 프리미엄의 합성어로, 편리함이 프리미엄이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시간과 노력을 줄여준다면 대가를 더 지불하더라도 편리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호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 편리미엄을 올해 트렌드의 하나로 꼽았다.

편리미엄이 등장한 데는 밀레니얼 세대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편리미엄 서비스와 제품의 주요 소비자는 밀레니얼 세대로, 1인 가구와 젊은 맞벌이 부부들이다.

이들은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가용 가능한 시간이 거의 없다고 느끼는 ‘시간 빈곤’에 시달리고 있어 부족한 시간을 효율성으로 대체하려는 욕구가 크다”고 설명했다.

가사일로 대표되는 귀찮고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거리는 돈을 지불해서라도 편하게 처리하고, 그 시간에 자기 계발을 하거나 다양한 경험을 추구하려는 성향이 강한 것이다.

가사·육아에서 탈출욕구↑, 편리함은 계속된다

실제로 밀레니얼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다. 가족 구성원의 행복 추구를 핵심 가치로 두고, 최소한의 노동력으로 최대 만족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사람이 하던 가사노동을 대신하는 가전제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여유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집 안에 꼭 둬야 할 3대 가전으로 TV, 냉장고, 세탁기를 꼽았다면, 편리미엄 시대 필수 가전은 로봇청소기, 식기세척기, 빨래건조기다.

이를 ‘3신 가전’이라고 부르는데, 집안일을 줄여주는 ‘신의 물건’이라는 뜻이다. 주부 일을 대신해준다고 해서 ‘가전주부’라고도 불린다. 편리미엄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2020년 3신 가전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식기세척기 매출은 2020년 3배 이상 수직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집안일을 대신해주는 서비스 시장의 성장도 편리미엄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모든 심부름을 20분 이내에 2,000원부터’를 콘셉트로 하는 심부름 서비스 플랫폼 ‘김집사’는 2018년 3월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직후 월 1만건이 넘는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청소연구소, 미소, 대리주부 등 앱을 기반으로 한 청소도우미 서비스와 런드리고, 세탁특공대 같은 세탁특화 업체도 성장세다.

특히 런드리고는 자체 개발한 스마트 빨래 수거함에 고객이 밤 12시까지 세탁물을 맡기면 24시간 안에 세탁을 완료해 문 앞까지 배송해준다.

세탁물을 맡기고 찾기 위해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없다는 편리함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런드리고는 2018년 3월 론칭 이후 월평균 3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육아 또한 다양한 서비스와 아이템으로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을 취한다. 반복적인 일은 서비스와 가전제품으로 대체하고 아낀 시간만큼 아이와 놀아주거나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부모와 아이돌봄 교사를 연결해주는 앱 ‘째깍악어’는 누적 돌봄 건수가 10만건을 넘었다.

국가공인자격증 등본 확인, 성범죄 이력조회, 인·적성 검사 등 까다로운 과정을 통과해야 교사로 등록될 수 있기 때문에 엄마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유식도 영양과 성분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전문 브랜드에서 완제품이나 손질된 재료로 배달 받는다. 헬로네이처는 최근 육아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먹거리를 추천해 베이비존과 키즈존을 오픈했다.

[스페셜 리포트] ‘그 시간 내가 사겠어!’ 우리가 ‘편리미엄’에 열광하는 이유
주거환경 맞춤형 제품도 속속 등장

식품업계는 편리성에 주목한 제품들을 속속 선보여 매출까지 증가하고 있다. 데우면 바로 한 끼 식사가 되는 파우치죽과 즉석밥, 손질된 식재료로 구성돼 조리만 하면 되는 요리 키트, 소스류가 대표적이다.

CJ제일제당의 밀키트 ‘쿡킷’은 매일 2,000건씩 주문이 들어오고 품절되는 메뉴도 있을 만큼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다. 쿵팟퐁커리, 감바스 알 아히요, 밀푀유나베가 특히 인기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죽’은 지난해 10월 말 기준 누적 판매량 2,000만개, 누적 매출 500억원을 돌파했다. 동원F&B도 ‘저으며 가열하는 공법’으로 만든 ‘양반 파우치죽’을 선보이면서 기존 용기 죽인 ‘양반죽’과 함께 성장 중이다.

‘양반죽’은 최근 3년간 연평균 30%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파우치죽까지 더해져 판매량이 6,000만개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초스피드로 파스타를 완성할 수 있는 파스타소스도 편리미엄을 추구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애정 식품으로 꼽힌다. 파스타소스의 대표격인 폰타나의 매출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8배 이상 성장했을 정도다.

‘귀로 듣는 책’인 오디오북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디지털 오디오 콘텐츠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은 ‘멀티태스킹’이 용이하다는 점이다. 걷거나 운전을 하면서, 집안일을 하면서도 들을 수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2017년 1월 ‘오디오클립’, 2018년 7월에는 오디오북 서비스를 시작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30권으로 시작된 유무료 오디오북이 현재는 총 1만여권으로 늘었으며, 지난해까지 약 15만명이 28만권의 오디오북을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많이 판매된 오디오북은 배우 한지민이 낭독한 ‘법륜 스님의 행복’으로, 약 2만권이 유료 서비스로 판매됐다.

뷰티업계에서도 최근 편리미엄이 이슈다. 뷰티스토어 올리브영이 최근 3년간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2018년 에센스 매출이 2016년 대비 150%가량 성장했다.

스킨 매출액을 처음 뛰어넘은 수치다. 불필요한 단계를 건너뛰고 최소한의 관리로 최대한의 효과를 보려는 이른바 ‘스킵케어(Skip-care)’를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단계가 많고 복잡한 기존 스킨케어 제품 대신 적은 양만 사용해도 효과적으로 피부관리가 되는 고농축·고기능성 제품인 에센스가 소비자들에게 선택 받고 있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효과’를 발휘하려는 편리미엄은 건강 분야의 지형도도 바꾸고 있다. 영하 110~130°의 극한 냉각환경에서 신체가 자가회복 과정을 거침으로써 극적 칼로리 소모효과를 이끌어내는 것으로 알려진 냉각사우나와 크라이오테라피를 찾는 사람이 많아진 것. 5~20분 운동만으로도 효과를 높여주는 EMS(Electronic Muscle Stimulation) 트레이닝도 주목받고 있다.

EMS는 저주파 자극을통해 근육에 직접 전자기 자극을 함으로써 짧은 시간에 운동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국내에서는 최근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와디즈를 통해 펀딩을 진행한 ‘X-PAD EMS 트레이닝’이 펀딩 한 시간 만에 목표치 100%를 달성하면서 일명 ‘운동 귀차니스트’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기도 했다.

[스페셜 리포트] ‘그 시간 내가 사겠어!’ 우리가 ‘편리미엄’에 열광하는 이유
‘시간’을 구매하는 현대인

편리미엄이 프리미엄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시간’에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지만, 귀찮고 반복적인 노동을 대신해주는 서비스와 제품을 이용함으로써 자기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일종의 시간을 사는 셈이다.

이렇게 확보한 시간으로 사람들은 다양한 경험을 한다. 소유보다 경험이 중요해진 사회에서 얼마나 폭넓은 경험을 해봤는지가 곧 경쟁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편리함을 추구하는 모습들은 현대에 급격히 등장한 것이 아닌 과거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그러나 과거에 편리함의 필요성이 대두됐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상황과 같이 편리함의 욕구가 크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식기세척기 등 편리함을 제공하는 상품이 과거부터 개발, 이용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요즘처럼 상품, 서비스, 직종 등 여러 분야를 아울러 성행하지는 않았다.

이는 곧 과거와 달리 사람들의 생활 패턴이 빨라짐에 따라 편리함에 대한 욕구가 더욱 강해졌다는 점에서 나타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렇게 이러한 편리함을 프리미엄으로 추구하는 편리미엄의 화두는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도 사람들의 욕구를 반영한 편리한 서비스와 상품은 계속 개발될 것이며 사람들은 이러한 서비스와 상품을 이용함으로써 늘어난 시간에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여가활동을 하거나 소득을 위해 더욱 강도 높은 일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트렌드를 마냥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편리미엄 바람은 편리한 생활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생활 속의 이러한 편리함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편리한 것이 아니고선 눈길을 주지 않는 문제가 초래될 수 있는 탓이다.

이러한 모습은 현대인들을 게으름에 빠지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집에서도 굳이 밥을 해먹지 않고 배달음식을 애용하는 모습들에서 이 점을 엿볼 수 있다.

또한, 편리함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은 부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으므로 부의 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편리한 서비스, 편리한 상품 등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곧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쉽게 이를 선택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경제적 여유에 따라 차이 나는 편리함에 대한 선택은 부의 격차에 따라 차이가 나게 되는 것만이 아닌 편리함을 선택하는 것의 유무에 따라 시간적 여유에도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 경제적 격차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거나 심화될 가능성이 있기에 이에 대해 유의할 필요가 있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민정 기자 minj@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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