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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플랫폼 블랙홀 아마존 뱅크가 온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기사입력 : 2020-02-28 17:40

▲ 김의석 부국장

▲ 김의석 부국장

[한국금융신문 김의석 기자] “우리가 지금까지 알던 금융은 잊어라, 2025년 미래금융 아마존 뱅크가 온다.” (『아마존 뱅크가 온다』 저자 다나카 미치아키)

“혁신하지 못하면 아시아권 은행 3곳 가운데 2곳은 사라질 수 있다.” (『‘디지털 혁신’ 보고서』 맥킨지)

“금융 파괴와 맞서는 최선의 방법은 그들보다 먼저 스스로를 파괴하는 것이다.”
(피유시 굽타 DBS은행 최고경영자)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은행이 설립된 지 120년이 지난 지금, 은행산업은 경영 위기에 직면해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ICT의 융합으로 개별 산업의 고유영역 간 경계가 사라지고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핀테크(fintech) 기업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어서다. 중국 알리바바와 같은 ICT기업은 독자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금융서비스인 ‘테크핀(techfin)’을 등장시켰다.

『아마존 뱅크가 온다』의 저자 다나카 미치아키 릿쿄대 경영대학원 비즈니스디자인연구과 교수는 ‘디지털금융의 파고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어 기술혁신을 거부하면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 단언한다. 이 책을 통해 그는 아마존과 알리바바 그리고 텐센트 등이 기존 메카뱅크 생존을 위협하는 ‘파괴자(disrupter)’라고 경고한다.

특히, 아마존이 보여줄 ‘아마존 뱅크’의 탄생은 시간 문제라고 전망한다. 결제부터 발송까지 클릭 한 번으로 끝내는 ‘원클릭’ 주문에서 경험한 쇼핑 분야 혁신은 이제 ‘금융’ 고유 영역의 편견을 허무는데 활용된다. 덕분에 ‘아마존페이’를 통한 지불이 가능해졌고, 대출 서비스인 ‘아마존 렌딩’과 은행의 예금 기능을 제공하는 ‘아마존 캐시’까지 등장했다.

그렇다면 과연 억만장자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가 은행을 세우면 무엇이 달라질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마존이 은행과 무엇이 다른가’라는 의문에서 출발한다. 단언컨대 아마존이 기존 은행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강점은 ‘고객 경험’이라 할 수 있다. 모든 절차가 쉽고 편하면서도 빠른데, 직접 가는 수고는 물론 대기의 번거로움 마저 없다. 대신 볼일을 보면서 그 처리 과정에서 즐거움까지 선사하니, 바로 혁신의 힘이다. 빅데이터 분석과 AI(인공지능)가 도입되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니 ‘나만의 서비스’가 된다. 서비스에 자신을 욱여넣던 탑다운(Top-down)의 의사결정에서 개인이 결정권자가 되는 ‘다운탑(down-Top)’으로의 변화다.

이러한 글로벌 시류에 맞춰 국내 역시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한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실제로 컨버전스(Convergence) 현상의 확산으로 영역 간 경계를 넘나드는 금융서비스가 많이 출시됐다. 심지어 가장 최상위의 금융기관으로 군림했던 은행 역시 달라졌다. 온라인 위에 새로운 금융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견고했던 진입장벽이 허물어진 탓이다.

실제로 핀테크 기업, 인터넷전문은행 등 지점 없는 은행들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냈다. 하나의 제약이기도 했던 ‘지점’, 그리고 그 공간에 수반되는 영업시간의 한계를 넘어서면서 기존 은행에서 보여줄 수 없었던 값싸고 질 좋은 금융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러한 접근은 ‘발로 찾아가는 금융서비스’ 대신 ‘손으로 그리는 금융 세상’을 불러왔다. 특히, 최근 심화되고 있는 이종 업종 간 플랫폼 주도권 싸움을 보고 있노라면, 금융서비스는 필요해도 굳이 은행이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빌게이츠의 단언은 더 이상 놀랍지도 않다.

최근 ‘미래금융’의 큰 프레임 중 하나인 디지털 방식은 가히 ‘파괴적 혁신’이라 할 만하다. 그 모습이 매우 다양할뿐더러 변화의 속도 역시 빠르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의 정형화된 규제 틀을 적용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의 정형화된 틀을 적용한다는 것은 ‘회귀’라는 진부함밖에 전달하지 못한다. 변화의 혁신성은 사라져 이내 발전을 저해하고, 곧 금융산업의 미래로부터 ‘시대 유감’이라는 핀잔을 받게 될 공산이 크다. 시대의 변화에 맞는 원칙 중심의 규제 및 감독 방식이 절실히 요구된다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원칙은 흔들려서는 안 된다. 미래금융 시대가 도래한다고 할지라도 규제와 감독은 ‘리스크 관리’와 ‘소비자 보호’에 더욱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고객에게 제공되는 맞춤형 서비스의 매개가 되는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과정에서도 ‘소비자 보호’는 중요시 되어야 한다. AI를 활용하는 과정에서도 핵심은 ‘리스크 관리’다.

다만, 이때도 ‘규제 일변도’는 안 된다. 금융사가 ‘소비자 보호’를 책임지고, 감독당국이 이들을 사후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금융사에 권한을 주되, 그 책임을 동시에 질 수 있도록 해 ‘자율규제’를 강화하자.

바야흐로 ‘융합의 시대’다. 리스크 관리와 컴플라이언스 기능은 실시간 정보와 결합되면서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레그테크(Regtech)’로 전환될 전망이다. 이 같은 패러다임의 변화 속 참가자의 생존과 순위는 ‘선제적인 디지털 전환 대응’에 따라 결정된다.

살짝 시장의 수혜 업종을 엿보자면 카카오뱅크 등의 비대면 핀테크사, 소비자별 입맛을 꿰고 있는 네이버·구글 같은 플랫폼사, 무인자동차 등을 꼽을 수 있겠다. 덧붙여 택시기사 등 대중 접촉자를 기피하는 시대가 온다고 가정하면, 꿈의 무인택시 같은 시장도 의외로 빨리 문을 열 수 있겠다.

이런 개인적인 의견을 두고 날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자로 인명이 죽어나가는데 좀스럽게 수혜 업종 타령을 하고 있다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기업에게 있어서 전염병보다 더 무서운 건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이다.

필자는 어떤 일이든, 급격한 환경 변화에 얼마나 기민하게 대응하느냐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줄곧 변화의 시대에는 ‘변화’라는 명칭이 아깝지 않은 새로운 기업이 나타나 주었다. 글로벌 시장을 이끄는 혁신적인 기업 아마존이 보여준 것처럼 우리 금융사가 써나갈 디지털 금융의 역사적 페이지가 자못 궁금해지는 때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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