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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오순명 전 금감원 소비자보호처장] 38년 금융인에서 포도와 함께 돌아온 행복한 농부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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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1-10 23:18 최종수정 : 2020-01-12 19:20

[WM국 김민정 기자]
예부터 포도로 유명한 경상북도 김천. 전국 최대의 포도 주산지인 만큼 다양한 종류의 포도들이 생산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올해로 5년째 포도농사를 짓는 신흥 농부가 있다. 남편과 함께 소담농원을 운영하고 있는 오순명 전 금감원소비자보호처장이다. 38년간 금융인으로 살다 퇴직 후 남편의 고향인 이곳으로 내려온 후 포도농사에

전념하고 있는 그는 점점 더 귀농의 매력에 빠져가고 있는 중이다.

포도로 찾은 인생 2막

사람은 누구나 은퇴 후의 삶을 고민하게 된다. ‘이제껏 달려왔으니 이제 좀 쉬어볼까’ 싶기도 하고, ‘그래도 무작정 노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는 게 낫지’ 싶기도 하다. 오순명 전 처장은 후자쪽이다.

직장생활을 할 때부터 시댁인 김천에 갈 때마다 밭·과수원에서 즐겁게 일하는 시부모의 모습을 닮고 싶다고 생각했던 그는 퇴직 몇 해전부터 남편과 기회 있을 때마다 “나중에 김천에 내려가 농사를 짓자”고 다짐했다.

사실 이전까지의 오 전 처장의 삶은 농사와는 거리가 멀다. 대구 태생으로 어릴 적 서울로 이사 온 그는 1978년 상업은행에 입행한 이후 줄곧 엘리트 금융인의 길을 걸었다.

통합 과정을 거쳐 한빛은행·우리은행에서 일하면서 우리은행 인천영업본부 본부장(2009년), 우리모기지 대표이사(2011년)를 역임했다. 이런 경력을 인정받아 2013년에는 2대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에 임명됐다.

그런 그가 귀농을 결심한 것은 2015년. 먼저 퇴직한 신용보증기금 본부장 출신의 남편이 귀농을 제안했고, 오 전 처장은 망설임 없이 “내려가겠다”고 말했다.

이후 장성한 자녀 셋은 서울 집에서 생활하라고 한 뒤 부부만 김천으로 내려왔다.

“우리은행에 근무하던 시절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탱크’나 ‘오다르크’라 불릴 정도로 추진력이 강했어요. 새로운 일에 대해 도전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더욱이 시부모님이 과수원을 하시던 땅도 있었으니 어느 정도 기반도 갖춘 상태라 할 수 있었거든요. 남편이 먼저 내려가 터를 닦았고, 저도 바로 합류했습니다. 김천은 남편 고향이기도 했고, 원래 시부모님이 사시던 곳이라 도움을 받을 곳도 도와주시는 분들도 많아 초기 적응이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운이 좋았죠.”

현재 오 전 처장이 농사를 짓는 땅은 총 1만 6,500㎡ 규모다. 6,500㎡은 포도밭이고 1만㎡은 콩·토마토·고추 등을 키우는 밭이다.

땅심으로 키우는 건강한 포도

사실 포도는 다른 작물과 달리 손이 많이 가는 과일 중 하나다. 매일 관리하지 않으면 회복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포도를 재배할 때는 병해충을 없애기 위해 15~20회 정도 농약을 치기 때문에 비료만큼은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 퇴비를 사용한다.

특히 제초제를 쓰지 않아 일일이 손으로 풀을 뽑는 일은 가장 고된 작업이다. 농사는 하늘이 돕고 자연환경이 따라줘야 하기에 친환경 농법으로 과수를 재배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고.

“우리가 어릴 적에만 해도 자연이 주는 것만으로 농사를 지었잖아요. 어느 순간 화학비료 사용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수확물은 증가했지만, 품질은 현저하게 떨어졌죠. 땅이 죽은 건 말할 것도 없고요. 좋은 포도는 건강한 땅에서 나오고 건강한 땅을 만들기 위해서는 유기물이 풍부한 퇴비가 필수죠. 사실 유기농 퇴비가 만들기 어렵다기보다는 귀찮아서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를 위해 남편은 관내 농업기술센터 포도대학에서 체계적으로 포도농사에 대한 지식을 배우기도 했어요.”

최근엔 포도 품종을 거봉에서 샤인머스캣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맛이 달콤하고 향이 좋은데다 씨가 없고 껍질째 먹을 수 있어 최근 사람들에게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품종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시장조사 겸 일본에 다녀왔는데, 샤인머스캣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일본에서도 한국산 제품이 많이 팔리더라고요. 가격도 1kg에 3만원대로 한국보다 높았고요. 일본뿐 아니라 중국이나 싱가포르 등에서도 인기가 많다고 하니, 앞으로도 전망은 좋을 것 같아요. 얼마나 더 좋은 상품을 만들어내느냐가 농부들에게는 숙제이겠지만요.”

후회보다는 만족이 더 큰 농사짓는 삶

물론 농사를 짓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농한기 3달여를 제외하고는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남편과 함께 포도밭으로 출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3~4시간 일을 한 뒤 낮에는 뙤약볕을 피했다가 오후 4시께부터 다시 해 질 녘까지 일하는 삶의 반복이다. 때로는 여느 은퇴자들처럼 여유롭게 시원한 카페에서 달콤한 커피 한잔이 생각나는 것도 사실이다.

“한참 농사를 지어야 하는 농번기 때는 정신없이 일하긴 하지만, 또 포도를 출하하고 난 뒤에는 농사짓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가 생기잖아요. 시간을 유용하고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중간중간 틈 날 때마다 공부도 할 수 있고, 농한기 때는 30일 정도씩 해외여행도 다녀오거든요. 농사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절대 못할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늘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자세로 진짜 농부가 되어 간다는 오순명 전 차장. 그런 농부가 키웠으니 당연히 소담농원 포도는 알차고 맛은 달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민정 기자 minj@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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