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은 국민의 70%가량이 가입했을 정도로 보급률이 높고 보장범위가 넓어 사실상 ‘제 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상품이다. 실손보험은 비록 보험료 규모는 크지 않지만 고객들에게 보험의 이미지 제고와 더불어 다른 상품 판매의 촉진제로 작용할 수 있어 보험사들도 판매에 힘을 쏟고 있는 상품군으로 통한다.
그러나 실손보험은 판매 초기 보험사 및 금융당국의 허술한 설계와 판매 경쟁으로 인해 ‘구조적인 문제’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과거 실손보험은 자기부담금을 없애거나, 실손보험을 다른 상품의 미끼로 끼워넣는 등의 편법 판매 관행이 겹치며 손해율 폭등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 2017년 가입자의 자기부담금을 높인 신 실손보험이 도입되는 등의 노력이 이어졌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다. 여전히 미용이나 도수치료 등 비급여 항목에 대한 과잉진료 및 의료쇼핑 문제가 불거지며 신 신손보험의 손해율마저 감당키 어려운 수준으로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은성수닫기

◇ 내년 실손보험료 인상에 문재인케어 효과 반영 안돼...효과 미미
올해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 등이 참여해 열린 공·사보험 정책협의체 회의에서는 문재인케어 시행에 따른 실손보험 반사이익 산출 방법과 자료의 대표성 등에 한계가 있다는 부분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금융위와 복지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시행 이후 올해 9월까지 나타난 실손보험금 지급 감소효과는 6.86%로 2018년 1차 반사이익 산출 이후 시행된 보장성 강화 항목(병원급 의료기관 2·3인실 급여화, 수면다원검사 급여화, 1세 미만 외래 본인부담률 인하 등)만의 실손보험금 지급 감소효과는 0.6%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2018년 연구 및 이번 추산을 실시한 연구자는 금번 보고서 및 발언 등을 통해 “이번 반사이익 추산은 자료 표집 시점과 정책 시행 시점의 괴리가 확대되었으며, 1차 반사이익 산출 이후 보장성 강화가 이루어진 항목의 표집 건수가 실제 의료서비스 이용과 상당한 괴리를 보인다”고 밝혔다.
공사보험 협의체 위원으로 참석한 외부전문가들도 자료의 대표성 등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내년도 실손보험료 조정에 이번 추산 결과를 반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에 동의한 것이다.
하이투자증권 강승건 애널리스트는 “내년에는 척추 MRI, 2021 년에는 근골격계 MRI 의 보장성 강화가 예정되어 있어 위험손해율에 낙관을 가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즉시도입 촉구 기자회견에서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한국금융신문
◇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도 제자리걸음... 21대 국회로 넘어간 공
실손보험 개혁 방안 중 올해도 답보상태에 머무른 또 다른 사안은 바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였다. 실손보험은 대다수 국민들이 가입한 보험이지만, 보험금 청구를 위해 직접 의료기관에 방문해 관련 서류를 발급받아야 하고, 이러한 불편으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자신의 정당한 권리인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올해도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 단체의 결사반대로 인해 청구 간소화는 이뤄지지 못했고, 20대 국회의 활동이 끝나면서 공은 다시 다음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보험업계로서는 귀중한 ‘골든타임’이 또 한 번 흘러가버렸다며 아쉬움을 삼키고 있는 모양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당국이 보험업계에 실손보험의 보급률을 고려해 ‘인상률을 최소화하라’는 주문을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보험업계의 한숨은 점점 커지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내년도 실손보험 인상률은 10% 안쪽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한편 손병두닫기

또 비급여 관리의 경우, 손 부위원장은 “국민의료비 부담 경감이라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비급여에 대한 적정 수준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금융위는 이러한 측면에서 복지부가 지적한 비급여 관리 강화 계획이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하며, 금융당국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