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레벨 조정 이후 전일 저가매수 등이 나오면서 가격이 오른 가운데 다시 한번 금리 하락 여지를 점검하게 된다.
국고3년 최종호가수익률은 9월 2일 1.233%를 기록하면서 8월 2일(1.260%) 이후 한 달만에 1.2%대로 올라왔다.
또 국고10년이 1.3% 위로 반등한 점 등 레벨 부담이 이전보다 줄어든 점은 저가매수를 자극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최근 부각된 수급 부담, 투자 심리의 훼손 등을 감안할 때 장중 변동성을 감안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연내 1차례 금리인하를 감안, 현재 레벨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등을 감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중 갈등이나 글로벌 경기 우려, 국내 경기·물가의 부진 등 대내외 환경은 여전히 채권을 지지하고 있다.
전일 8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비 0.04% 하락해 1965년 통계작성 이후 처음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과 중국은 계속 갈등 중이며, 그 여파가 미국 제조업 지표 부진으로 나타나고 있다.
■ 다시 힘 겨루기 하는 미국과 중국
트럼프닫기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독일 등 여타 다수 국가 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이다. 이들은 돈을 빌리고도 되레 이자를 받는 셈"이라며 "우리 연준은 행동하는데 실패했다. 기억하라. 이들은 약한 통화를 가진 우리의 경쟁자이기도 하다"고 적었다.
그는 또 중국과 협상은 꽤 잘 하고 있다면서 자신을 낙선시키길 원하는 중국에 대한 경고를 빼놓지 않았다.
트럼프는 "나는 중국이 새 행정부와 협상해 미국에 대한 도둑질(연간 6000억달러) 관행을 계속하고 싶어한다고 확신한다"면서 "앞으로 남은 16개월은 일자리 출혈을 경험하고 기업들을 가망 없게 만들 수 있는 긴 시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이겼을 때 중국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생각해보라. 합의는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그 사이 중국 공급사슬은 무너질 것이고, 기업과 일자리, 돈도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강경하고 원칙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아주 부도덕하고 명예롭지 못한 행위'를 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증거도 없이 국가안보 논리만 내세워 중국 기업을 압박하거나 중국을 중상모략하지 말라"고 맞섰다.
그는 화웨이와 관련, "미 정부가 정상적인 영업을 방해하려 든다. 법 집행을 동원해 화웨이 임직원을 위협하고 화웨이 시스템에 대한 사이버 공격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에 미국에 물러서지 않는 가운데 류허 부총리는 무역전쟁 반대 입장을 밝혔다.
류허 부총리는 스티브 데인스 등 미 상원의원들을 만나 "미중에 이롭지 않은 무역전쟁을 확고히 반대한다. 양국이 상호 이해를 넓히고 공통점을 모색하며 동등함과 상호존중을 기반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혓다.
이처럼 미중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제조업 PMI가 50을 밑도는 모습을 보여주면 경기 우려를 키웠다.
■ 제조업 지표 부진 속 안전자산선호에 힘 실려
미국채 시장은 금리인하 기대감 강화로 불 스티프닝 양상을 나타냈다. 미중 갈등 속에 제조업 지표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코스콤 CHECK(3931)를 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3.96bp 하락한 1.4598%, 국채30년물은 1.13bp 떨어진 1.9519%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5.2bp 하락한 1.4560%, 국채5년물은 5.54bp 내린 1.3344%를 나타냈다.
미국 제조업 경기는 예상과 달리 3년여 만에 위축했다. 미 공급관리자협회(ISM)에 따르면 지난 8월 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월비 1.1포인트 내린 49.1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의 예상인 51.3을 밑돈 것이다.
항목별로 신규주문지수가 50.8에서 47.2로 급락하면서 7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고용지수는 51.7에서 47.4로 내리며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미중 갈등과 제조업 지표 부진은 주가지수를 끌어내릴 수 밖에 없었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285.26포인트(1.08%) 하락한 2만6,118.02를 기록했다. 장중 360포인트 넘게 급락하기도 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20.19포인트(0.69%) 내린 2,906.27, 나스닥종합지수는 88.72포인트(1.11%) 낮아진 7,874.16에 거래됐다.
주가 하락은 유가 하락도 부추겼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8월 산유량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증가한 점도 유가에 부담이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보다 1.16달러(2.11%) 내린 배럴당 53.94달러에 장을 마쳤다.
미국 지표 부진에도 달러화는 강보합을 나타냈다. 제조업 지표 부진과 금리 하락이 달러 약세요인으로 작용하는 듯했으나 안전자산 수요와 노딜 브렉시트 등 유럽에 대한 우려가 달러를 지지했다.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98.98로 전장보다 0.06% 높아졌다. 달러인덱스는 99.2선에 머물다가 제조업 지표 발표 이후 98.9대로 내려선 것이다.
한편 현지시간 3일 영국 의회는 보리스 존슨 총리의 노딜 브렉시트를 저지하는 법안을 찬성 328표 대 반대 301표로 통과시켰다. 이제 EU에 1월31일까지 브렉시트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하도록 하는 법안 표결이 대기하고 있다. 아울러 조기 총선의 문도 열렸다.
■ 글로벌 침체우려 속 통화완화 무드...국내에선 레벨부담 완화 vs 변한 기류
미중 갈등 속에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계속되면서 각국의 금리 인하는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첫 FTA 체결국이었던 칠레는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50bp 낮췄다. 칠레 기준금리는 9년래 최저인 2%로 내려갔다.
BoA와 같은 곳에선 미국과 중국이 합의에 도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무역분쟁이 지속되면서 안전자산선호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가 강하다. 아울러 주요국들의 자국 이기주의에 무게를 두는 각자도생 모드도 계속 작동하고 있다.
국내 이자율시장에선 전일 채권가격이 제한적으로 반등했지만, 향후 시장 방향을 가늠하기 쉽지 않은 상태라는 진단들이 많다.
최근 금리 레벨이 올라온 만큼 저가매수를 가늠할 때라는 의견과 심리 훼손과 수급 악재 등을 감안해 조심스럽게 대응하는 게 낫다는 견해가 맞서고 있다.
아울러 오는 10월 기준금리 1차례 정도의 연내 인하가 남은 상황에서 지금까지 번 수익을 지키면서 보수적으로 대응하는 게 낫다는 조언도 보인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