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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선의 육아수업] 한 해의 마무리, 내 자녀의 무엇을 칭찬할까?

편집국

기사입력 : 2018-12-19 11:39

[황유선의 육아수업] 한 해의 마무리, 내 자녀의 무엇을 칭찬할까?이미지 확대보기
네덜란드의 6월이 되면 길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 있다. 어느 집 현관문 위에 국기가 게양되고 국기를 매단 봉의 끝부분에 그 집 학생이 메고 다니던 책가방이 함께 달려 있다.

네덜란드 특유의 커다란 창문에는 축하를 의미하는 각종 문구가 화려하게 장식돼 있다. 그리고 그 자녀의 부모는 매우 자랑스러운 상태다. 주변 이웃들은 책가방의 주인공인 학생을 볼 때마다 정말 장하다고 한껏 격려한다. 과연 이 집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대학 입학이 아닌 중등학교 졸업을 축하해주는 네덜란드 문화

몇 개의 단서를 갖고 한국적 시각으로 유추해보면, 그 학생은 누구나 부러워할 만큼 굉장히 좋은 대학에 입학했을지 모른다. 그렇게 공개적인 세레모니는 개방적인 네덜란드 사람들의 방식과 어울리고, 자녀의 성공적인 일류대 진학을 동네 사람들에게 알리며 함께 기뻐하는 것 같다. 만일 이렇게 예상했다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그 가정의 자녀가 중등학교(한국식으로 치면 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은 맞다. 하지만 꼭 일류대학에 입학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학제에서는 8년간의 초등교육기관 졸업 후 학생의 적성과 성적에 따라 진학하는 상급교육기관이 갈린다. 4년제 직업준비중등학교, 5년제 일반중등학교, 6년제 학문중심대학 준비학교로 각각 진학한다.

그러니까 어떤 중등학교를 졸업했는지에 따라서 학생들의 졸업 후 진로는 상이하다. 연구중심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도 있고, 직업전문대학으로 가기도 하고,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취직해서 사회로 나가는 학생도 있다.

네덜란드 가정에 걸린 국기와 가방은 중등학교를 졸업한 자녀를 축하하는 의미이다. 물론 그 자녀의 진로는 중등학교의 성격에 따라 다르다. 네덜란드 부모는 자녀가 중등교육과정까지 무사히 마치면 그렇게 집 밖에 장식을 해놓고 기뻐한다.

자녀의 학업완주를 자랑스럽게 동네방네 알리고 있는 셈이다. 그것을 본 주민들도 이웃 학생의 졸업을 함께 축하해준다. 이때, 그 학생이 어떤 대학에 진학했는지는 아무도 관심 없다.

네덜란드 교육시스템 상 대학을 가는 학생은 전체의 20%도 되지 않는다. 이런 환경 속에서 네덜란드 사람들은 의무 교육과정을 완수하고 미래를 준비 중인 학생을 예외 없이 격려한다.

성과가 아닌 노력해온 과정을 격려하자

하루는 네덜란드에서 여행사에 들를 일이 있었다. 마침 여행사 건물 맞은편 주택에도 국기와 책가방이 걸려 있기에 흥미로운 눈빛으로 유심히 보았다. 그 집 자녀도 중등학교 과정을 무사히 마친 것이다.

여행사 사무실에 들어가 직원과 마주 앉은 뒤, 네덜란드의 그런 전통이 참 특이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랬더니 직원은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자기도 작년에 딸아이가 중등학교를 마쳤고 그렇게 책가방과 국기를 걸어놓았었다고 말했다.

“지금 그 자녀는 어느 학교에 다니나요?”

어떤 좋은 학교에 진학했나 궁금해진 나는 이렇게 묻고야 말았다.

“내 딸은 직업준비중등학교를 졸업했어요. 대학은 안 가고 취직해서 사회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지요.”

직원은 아주 기쁘고 흔쾌히 내 질문에 답했다.

“아! 좋겠어요. 축하해요.” 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야 할 것만 같았다.

“그럼요. 정말 좋아요. 전 앞으로 딸아이의 미래가 기대돼요.”

직원의 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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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는 독자라면 아마 내가 그 때 가졌던 느낌을 지금 똑같이 느끼지 않을까. 자녀에 대한 무조건적인 자부심이 좀 놀라울 것이다.

한편으로는, 자녀가 일류대로 진학하지 않아도 이렇게 당당히 자랑스러울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부럽기도 할 것이다.

우리는 남의 집 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하면 일단 어느 대학에 진학했는지가 궁금하다. 사실, 그것만 궁금하다. 좋은 대학에 합격했다면 성공한 학교생활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실패했다고 단정한다.

그런 다음, 대학간판으로는 별것 없으니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 잘 살지, 그때부터 다른 방법을 찾는 데 집중한다. 이게 바로 우리 사회에서 자녀교육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지점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빠졌다. 바로, 과정에 대한 가치다. 초등학교 6년, 중·고등학교 6년, 총 12년을 대학 입시만 향해 달려왔다.

결과야 어찌됐건 그 긴 시간을 완주했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대단한 일인지 우리는 그 과정을 쉽게 간과한다. 결과에 치중한 나머지 과정에 대한 격려는 잊는 때가 더 많다.

[황유선의 육아수업] 한 해의 마무리, 내 자녀의 무엇을 칭찬할까?


네덜란드 가정에서 자녀가 중등학교 졸업을 할 때 집 밖에 자랑스럽게 걸어놓은 국기와 책가방의 의미는 과정에 대한 의식이다. ‘우리 아이가 교육과정을 무사히 잘 마쳤으니 축하해주세요!’ 그 집 부모는 그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 아니겠는가.

다른 사람은 다 몰라줘도 상관없지만 적어도 부모라면 자녀가 겪어온 과정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줘야 한다. 결과야 어찌됐건, 아무튼 12년의 시간을 완주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한국에서 초·중·고를 나온 사람 그 누구에게도 두 번 하라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 정도로 인내의 과정이다. 부모는 자녀가 그런 끈기를 발휘했음을 인정해줘야 한다. 자녀가 앞으로 무엇을 하더라도 성공할 수 있다고 격려해줘야 한다.

성과와 상관없이 내 자녀가 그 과정을 지나오며 포기하지 않고 여러 시도를 해왔음을 우리는 높이 사줘야 한다. 사실, 부모들도 과정의 중요함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성과로써 평가 받는 교육현실 속에서 과정을 더 격려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을 뿐이다.

한 해의 마무리를 할 때다. 내 자녀가 지금 어떤 과정 속을 지나고 있는지 유심히 바라보자. 그리고 올해가 가기 전에 꼭 그 과정에 대한 아낌없는 칭찬을 하자.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황유선 언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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