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은 재건축이나 재개발과 같은 전면 철거 대신 기존 아파트 구조를 유지한 채 층수를 올리거나 일부 구조를 변경하는 방식으로 최대 15%까지 가구 수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리모델링 위한 1차 관문인 안전진단 잇따라 통과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현재 서울과 수도권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는 지난 6월말 기준으로 총 22개 단지, 1만 3,275가구에 달한다. 이 중 일부는 내년 분양을 목표로 인허가 마지막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
무엇보다 사업 초기 단계인 안전진단을 잇따라 통과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안전진단은 5개 등급(A~E) 중 B등급 이상을 받으면 기존 아파트 위로 2~3개 층을 더 올리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가능하다. C등급 이상을 받으면 수평증축이 가능하다.
D등급 이하를 받아야 추진할 수 있는 재건축보다는 안전진단 요건이 덜 까다롭다. 게다가 준공연한이 15년으로 재건축보다 짧다.
그동안 개별 가구당 면적이 늘어나는 리모델링은 있었지만 가구수가 증가하는 리모델링 시공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수직증축 또는 수평증축을 통한 리모델링 성공 사례가 등장하면 이미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으로는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노후 단지들이 리모델링 사업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서울 성동구 옥수극동아파트는 지난 9월 안전진단 B등급을 받아 리모델링이 가능해졌다. 이 단지는 현재 지하 1층~지상 15층 8개동 900가구를 3개 층을 더 올려 지하 5층~지상 18층 8개동 1,035가구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이르면 오는 2020년 이주 및 착공이 시작된다.
같은 달 서울 강동구 둔촌현대1차도 안전진단에서 B등급을 받았다. 지상 11~14층 5개동 498가구 규모 아파트에 일반분양분 74가구를 더해 총 572가구로 리모델링된다.
용산구 이촌동 현대맨숀은 최근 C등급을 받아 서울에서 최초로 수평증축을 통해 일반분양을 추진한다. 수직증축이 기존 건물 위에 2~3층을 쌓아올린다면 현대맨숀은 기존 주거동 옆에 붙여서 새로운 주거동을 쌓아올려 가구수를 늘린다.
리모델링을 마치면 현 653가구 단지가 97가구가 늘어나 750가구로 재탄생한다. 늘어난 97가구는 내년 일반분양을 통해 공급할 예정이다. 연내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내년 이주하는 것이 목표다.
이와 함께 내력벽을 그대로 살리는 특화설계를 전략으로 내세워 사업에 탄력을 가하는 단지도 늘고 있다. 경기도 안양 평촌에 위치한 목련2단지는 내력벽을 허물지 않아도 리모델링 가능한 ‘베이 확장’을 특화설계를 적용했다.
내년 하반기 리모델링 착공을 계획하고 있는 서울 개포동 우성9차아파트와 송파동 성지아파트 등도 마찬가지다. 우성9차 리모델링조합은 ‘베이 확장’와 ‘필로티 구조’를 내력벽 유지 설계안으로 채택했다.
성지아파트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수직증축이 허용되면서 가구당 분담금이 2억원대에서 1억원대로 크게 줄었다”며 “2015년 4억원대 중반이던 집값이 현재 9억원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고 말했다.
내년 3월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가 최대 변수
한편,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은 리모델링 내력벽 철거 일부 허용 여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내력벽 철거가 허용되면 세대 구성을 다양화 해 리모델링 아파트의 평면 제약을 해소할 수 있어 사업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2016년 1월 안전에 문제가 없는 범위 내에서 세대 간 내력벽 일부 철거를 허용하기로 했지만 안전성 시비가 불거지면서 이를 보류했다. 현재 안전성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 3월 발표될 예정이다.
다만, 리모델링이 재건축보다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점을 보고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는 단지가 많아지고 있지만, 정부의 입장에서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바라볼 경우, 헌집에서 새집으로 바꾸는 공사 방법의 차이일 뿐인데 재건축은 규제 범위 안에 들고 리모델링은 규제 범위에 들지 않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는 것이 사실. 이에 리모델링 사업 추진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업계의 지적도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평면에 한계가 있는 현재 제도로는 수요가 한정적이지만 내력벽 철거가 허용된다면 서울뿐 아니라 분당·일산 등지에서도 리모델링이 재건축을 뛰어넘는 파급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성욱 기자 ksu@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