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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행 고팍스 대표] 블록체인 진정한 가치는 개방형

편집국

기사입력 : 2018-09-17 00:00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이분법적 접근
장기적 관점 국익에 전혀 도움 안돼”

▲사진: 이준행 고팍스 대표

▲사진: 이준행 고팍스 대표

[이준행 고팍스 대표] “암호화폐 열풍”이 사회문제로 이슈화되던 올해 초부터, 암호화폐 시장 자체가 침체되어 있는 지금까지도 항상 단골로 나오는 논쟁거리가 있다. “암호화폐는 문제가 있지만 블록체인은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기술적으로 틀린 말이라고 볼 수 없다. 왜냐하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처럼 누구든 지 접근할 수 있는 개방형 블록체인이 아닌 특정 기관이 운영하는 폐쇄형 블록체인의 경우는 암호화폐 없이 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일각에서는 암호화폐 없이 개방형 블록체인을 운용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물론 두 입장 모두 논리적으로 틀리다 할 수는 없다. 다만, 필자는 블록체인의 진정한 가치는 개방형 블록체인에서 극대화된다고 생각한다. 블록체인의 본질적 가치는 단순한 거래장부가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컨센서스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게 해주는 것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소수의 합의는 블록체인 없이 가능하다.

다만 수억명의 참여에 따른 글로벌 컨센서스 빌딩은 개방형 블록체인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개방형 블록체인의 컨센서스 형성에 대한 참여 유도 및 자동화의 매개로 암호화폐는 필수불가결적이다.

따라서 블록체인 산업의 아마존이나 구글은 암호화폐를 갖고 있는 블록체인에서만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며, 한국의 블록체인 산업경쟁력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한 가지로 연계해서 보는 방식의 규제 및 산업 진흥책이 무엇일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연구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따라서 상반된 답이 나올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현재까지 가장 일반화된 정의는 “탈중앙화 거래장부 기술”이다. 수많은 개방형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탈중앙화”를 핵심 가치로 외친다. 하지만 탈중앙화는 그 자체로 가치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중앙화의 명확한 장점은 그 효율성에 있다. 탈중앙화된 시스템은 관리감독 및 코디네이션이 어렵고, 책임소재가 분산되어 있어서 효율적이기 힘들다.

다만 중심부에 대한 견제가 구조적으로 담보될 수 있기 때문에, 시스템 중심부로 부터 도덕적해이가 만연한 경우에는 탈중앙화된 시스템이 중앙화된 시스템보다 더욱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 뿐이다.

블록체인을 단순 탈중앙화된 거래장부 기술이라고 정의하였을 때, 그의 중앙화된 대안은 데이터베이스이다. 적어도 현 시점에는 블록체인이 탄탄한 보안 및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데이터베이스에 준하는 효율성(혹은 확장성)을 가질 수 없다.

만일, 기술의 가치가 세상에 유용하게 쓰이고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에 따라서 평가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데이터베이스의 대안으로서의 블록체인은 그 기술적 가치가 조금 애매하다고 말할 수 있다.

만일 블록체인의 정의를 “자동화된 컨센서스 유도 기술”이라고 정의하면, 이 기술이 사회에 가져다 주는 가치는 매우 명확해 진다. 보다 명확하게 정의하자면 블록체인은 “암호화폐라는 인센티브를 매개체로 다수의 컨센서스를 자동화 시켜주는 기술”이다.

위와 같이 정의하였을 시 블록체인의 기술적 가치가 명확한 이유는 “다수의 컨센서스”라는 사회적 자본을 블록체인 보다 효율적으로 이룰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종류의 거래(Transaction)는 특정한 원칙과 룰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원칙과 룰은 그 자체로 주관적이다. 주관적인 원칙과 룰이 힘을 갖게 되는 근거는 컨센서스이다.

작은 스타트업 안에서의 원칙도, 국가의 헌법도, 종교의 율법도 다수의 컨센서스를 통해서 그 힘을 갖게 된다. 10명이 있는 조직에서 효율적으로 컨센서스를 이루는 것은 그닥 어렵지 않지만, 국가 규모에서 컨센서스를 비용효율적으로 이루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시민들이 대규모로 거리에 나와서 집회를 하며 사회적 컨센서스를 이루어 나가는 과정이 역사성이 있는 이유는 그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최초의 블록체인인 비트코인의 사례는 컨센서스 기술의 효율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존 금융시스템에 대한 비판으로 출발한 비트코인은 불과 10년만에 0원에서 100조 이상의 시가총액을 갖게 되었다. 금융 시스템이건, 파리 협정이건 컨센서스는 결국 사회적 가치의 기반이며, 블록체인보다 이를 글로벌 스케일에서 효율적이게 가능케 해줄 수 있는 기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암호화폐가 존재하지 않는 폐쇄형 블록체인은 컨센서스를 유도하는 기술이 아니다.

하나의 기관이 블록체인을 도입한다는 것은 단지 여러 대의 컴퓨터를 통해서 데이터를 처리한다는 뜻이다.

컨소시엄을 이룬 여러 기관들이 블록체인을 도입한 다는 것은 컨센서스가 필요하나 블록체인을 컨센서스 형성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참여 기관간의 컨센서스가 선결되어야만 구현이 가능하다. 3년 전 R3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은 그야말로 대세로 여겨졌다.

블록체인이라는 “핀테크의 대세 기술”을 “암호화폐 없이” 사용할 수 있다라는 슬로건 아래 골드만삭스 등 40여개의 글로벌 메가은행들이 R3 컨소시엄에 가입했다. 수 많은 암호화폐 스타트업들이 폐쇄형 블록체인 연구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였다.

그러나 1년 뒤 최초 컨소시엄 멤버였던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이 탈퇴를 하였고, 폐쇄형 블록체인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였던 스타트업들은 ICO로 다시 방향을 전환하였다.

올 6월 7일 포츈지의 기사에 따르면 “회원사들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기 위한 빠른 집단적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이 R3의 가장 큰 난관이라고 한다. R3의 폐쇄형 블록체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참여주체들 간 컨센서스를 이루기 힘들어서 진전이 느린 듯 하다.

반면에 개방형 블록체인은 인터넷과 같이 열린 환경에서 수 많은 불특정 주체들이 컨센서스를 자발적으로 형성하게 유도한다. 그 비밀은 암호화폐에 있다.

개방형 블록체인의 합의 알고리즘에 참여하는 다양한 주체 및 시스템 발전에 공헌한 개발자 및 투자자들은 암호화폐를 보상의 증표로 지급 받는다.

특정 블록체인의 가치가 높다고 시장이 판단하면, 해당 암호화폐에 대한 투기 수요가 발생하여 컨센서스에 참여하는 네트워크의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즉, 암호화폐는 컨센서스의 규모를 확산시키고 네트워크를 고도화 시키는 연료이다. 컨센서스 기술로서의 블록체인은 암호화폐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만일 블록체인의 핵심가치가 컨센서스에 있다는 필자의 정의가 타당하다면, 가장 가치있는 블록체인은 보다 보편적이고 민감한 가치에 대한 60억 지구인의 컨센서스를 담을 수 있는 블록체인이 아닐까?

그리고 그 블록체인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가치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만들어 내는 가치보다 더욱 인간의 근원적인 사회적 욕망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이지 않을까?

만일 전지구인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위대한 블록체인이 나온다면 그것은 암호화폐가 있는 블록체인일 것이다.

대한민국은 대외의존적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 대외의존성이 높다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세계적 산업 흐름에 뒤쳐질 경우 그만큼 경제적 타격이 크다는 뜻이다.

한국과 같이 대외의존성이 높으며 전통적으로 정부가 산업 발전에 깊이 관여하는 싱가포르와 같은 선진국들의 경우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아우르는 규제 및 산업 진흥책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다. 물론 올해 초 정부의 암호화폐에 대한 유동성 제한 및 투기 심리 억지 정책은 너무도 과열된 암호화폐 투기 열풍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 시키기 위한 매우 합리적인 긴급 조치였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블록체인이 기술적 가치가 있으며 그 본질이 탈중앙화가 아닌 컨센서스라는 점에 동의한다고 한다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이분법적으로 접근하는 방향은 장기적 관점에서 국익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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