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만 이커머스 출혈 경쟁을 멈춘 탓에 매출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경쟁사 신세계 ‘쓱닷컴’이 대규모 투자에 힘입어 외형 확장에 나선 것을 감안하면 위기감이 더해진다는 분석이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닷컴은 지난해 약 2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여전히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107억원의 순손실로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던 전년대비 약 80%의 개선을 이뤘다. 영업손실 역시 2016년 95억원에서 지난해 2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매출은 약 3년만에 2000억원 아래로 떨어졌다.
2014년 2051억원이었던 롯데닷컴 매출액은 2015년 2050억원, 2016년 2041억원, 지난해 1945억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이는 판매 중개비를 뜻하는 수수료 매출로, 롯데닷컴의 연거래액은 약 2조원 안팎이다.
매출 하락은 쿠폰·포인트 등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줄인 탓이다. 롯데닷컴은 2015년 약 300억원에 달했던 판매촉진비와 광고선전비를 2016년 278억원, 지난해 260억원으로 줄였다. 이를 통해 수익 개선은 이뤘지만 외형은 오히려 역성장하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롯데닷컴 측은 적자개선 요인으로 모바일 사용 비중이 높아진 점을 꼽았다. 네이버 등 외부 검색을 통해 유입되는 고객보다 롯데닷컴 자체 페이지를 통해 들어오는 경우가 늘면서 수수료가 줄었다.
이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사용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또 중국에서 무료배송비 등 무리하게 지급되던 판촉비도 줄어들면서 비용구조가 개선됐다.
그러나 최근 온라인 시장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외형 축소는 뼈아프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은 매년 약 10%의 고성장을 지속해 지난해 시장 규모가 약 78조원에 달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집계에서도 오프라인 유통 매출은 전년대비 3% 증가에 그친 반면 온라인은 13.2%로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갔다.
롯데닷컴 관계자는 “이커머스 출혈 경쟁을 멈추고 수익을 개선하기 위해 전년보다 비용을 줄였다”며 “중국 사드여파로 상품 매출이 빠졌기 때문에 매출이 줄어든 것 뿐 이를 제외하면 전년 규모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롯데닷컴의 지난해 상품 매출은 전년(209억원)보다 절반 가량 줄어든 110억원으로 집계됐다.
◇ 신세계의 ‘고공비행’
롯데가 주춤한 사이 경쟁사 신세계의 ‘쓱닷컴(SSG.COM)’은 고성장을 이뤘다. 향후 약 1조원의 대규모 투자도 예정돼있어 롯데와 신세계의 온라인 사업 격차는 더욱 좁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는 2014년부터 이마트몰과 신세계몰, 트레이더스 등 계열사 온라인 쇼핑몰을 통합한 쓱닷컴을 운영하고 있다. 쓱닷컴의 최근 3년간 연평균 매출 신장률은 21.7%다.
다만 거래액은 약 2조원대로 롯데닷컴을 비롯한 롯데 전 계열사 온라인몰 거래액인 8조원에 한참 못 미치는 규모다.
문제는 무서운 성장세다. 지난해 이마트몰과 신세계몰은 모두 매출 1조원 이상을 기록했다.
매출 신장률은 각각 전년대비 6.7%, 17.8%다. 영업손실도 이마트몰은 2016년 366억원에서 지난해 126억원으로, 신세계몰은 83억원에서 3억원으로 대폭 줄였다. 이커머스업계에서는 쓱닷컴이 올해를 기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세계 온라인 사업부는 오는 2023년 매출 10조원 달성을 목표로 한다. 이는 현재의 5배 규모다. 이를 위해 신세계는 가격 할인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외형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익성 하락을 위한 대비책도 마련해놨다. 신세계는 올해 초 외국계 투자운용사 ‘비알브이 캐피탈 매니지먼트’와 ‘어피너티 에쿼티 파트너스’ 2곳으로부터 약 1조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 보유한 실탄을 활용해 향후 신세계는 인수합병(M&A)과 대형 물류센터 건립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경영 효율성을 위해 사업부도 통합한다. 현재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로 나뉘어 있는 온라인사업부를 물적분할 후 합병해 이커머스 사업을 전담할 신설 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이다. 신설되는 이커머스 회사는 연내 출범할 예정이다.
그동안 신세계몰과 이마트몰은 SSG닷컴으로 통합돼있었지만 인적·물적으로 나눠져있어 한정적인 시너지를 내는데 그쳤다.
이번 신설법인 설립을 통해 온라인 사업부가 한 데로 모이면 통합 투자 등 ‘규모의 경제’를 통해 성장세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 관계자는 “장보기 전용 온라인몰 확대와 프리미엄 패션몰 콘셉트 강화, M&A 등 전방위적인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이라며 “이를 통해 국내 이커머스 업계 1위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롯데 옴니채널 ‘물음표’
신세계의 온라인 사업 확대 소식에 롯데는 별다른 맞불 전략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롯데미래전략연구소에서 진행해왔던 온·오프라인 연계 모델인 ‘옴니(Omni)채널’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인 전략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롯데는 롯데닷컴·롯데아이몰·엘롯데·롯데하이마트몰·롯데마트몰·롯데슈퍼몰 등 6개 온라인몰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롯데닷컴은 1996년 6월 ‘롯데인터넷백화점’이라는 이름으로 론칭된 국내 최초 온라인몰로, 그룹 온라인 사업에서 맏형 역할을 하고 있다.
롯데도 올 하반기 중 그룹 내 온라인몰의 백오피스를 통합할 예정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롯데 미래전략연구소 내 디지털혁신 태스크포스(TF)팀이 이끌고 있다.
이를 통해 6개 온라인몰의 배송·주문·결제 서비스 등 내부적인 기능을 합쳐 효율성과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다만 신세계와 같이 온라인몰 자체를 통합하는 형식은 아니다. 각자의 온라인 사업 브랜드는 그대로 유지한다. 예로 롯데닷컴과 롯데슈퍼는 각각 모바일앱에서 로그인 연동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롯데닷컴에서 제품 주문시 증정되는 구매적립금과 우수회원 혜택도 롯데슈퍼에서 함께 사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는 모바일 페이지 호환에 그친 것 뿐 실질적인 이미지 제고로 이어질 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롯데 6개 온라인몰이 판매하는 상품분야가 상당 부분 겹쳐 서로 경쟁해야 한다는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롯데는 업태별 온라인몰을 따로 운영하고 있어 상호간의 시너지 효과는 다소 반감되는 측면이 있다”며 “다양한 채널의 효과적인 통합·활용을 통한 시너지 창출 여부가 추가 성장의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롯데 온라인 사업의 강점이었던 옴니채널도 경쟁도 치열해졌다. 그동안 롯데는 국내 최대 오프라인 채널 확보를 앞세워 온라인 사업과의 연계를 추진해왔다. 롯데닷컴과 엘롯데에서 구매한 상품을 롯데백화점과 편의점 전국 점포에서 픽업할 수 있는 ‘스마트픽’이 대표적인 옴니채널이다.
최근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헬스앤뷰티(H&B)숍 랄라블라는 편의점 GS25와 연계해 온라인 배송 픽업 서비스를 선보였다. 같은 계열사 채널을 활용한 옴니채널 구현이다. 현대백화점 패션계열사 한섬은 자사 온라인몰에서 구매하기 전 원하는 옷을 고객이 직접 집에서 입어볼 수 있는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옴니채널은 시시각각 변하는 온라인의 환경을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한 오프라인이 따라오지 못한다는 데 함정이 있다”며 “최악의 경우 오프라인이 온라인 사업 확대의 발목만 잡는 꼴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신미진 기자 mjshi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