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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자사주 활용법...'성장 실익'에 무게추 [자사주 리포트]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3-31 07:30 최종수정 : 2026-03-31 10:35

SK하이닉스 HBM을 장착한 엔비디아 베라루빈 모형.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HBM을 장착한 엔비디아 베라루빈 모형. 사진=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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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SK하이닉스가 자사주 활용을 둘러싸고 사업적 실용주의와 지배구조 논란 사이에서 미묘한 줄타기를 지속하고 있다.

과거 유동성 위기 때마다 자사주를 재무적 방패로 활용해 주주가치 훼손 논란을 빚었으나, 결과적으로 이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HBM 등 차세대 기술에 선제 투자하며 압도적인 실적 성장을 증명해왔기 때문이다.

15조 원대 미국 ADR 추진

SK하이닉스는 올해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공모 관련 등록신청서(Form F-1)를 지난 24일 제출했다고 최근 공시했다. 지분 희석 등 일부 우려에도 '성장을 통한 주가 상승'을 이끌겠다는 경영진의 의지가 보인다.

SK하이닉스가 구체적인 상장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새로 찍어낸 주식을 활용하는 '신주 발행' 방식이 유력하다고 전망한다. 회사는 막대한 인공지능(AI) 관련 투자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기존 주주는 지분율 희석 우려가 있지만 미국 상장을 통한 밸류에이션 재평가로 주가 상승을 노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최태원닫기최태원기사 모아보기 SK 회장은 지난 17일 엔비디아 GTC 2026에서 SK하이닉스의 미국 증시 상장에 대해 "미국·글로벌 주주들에게 노출돼 더 글로벌한 회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상장 규모는 10조~15조 원으로 예상된다. 당초 SK하이닉스는 기존 보유한 자사주를 활용해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방안도 고려했다. 그러나 취득 및 보유한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소각해야 된다는 3차 상법 개정안이 시행된 게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월 28일 이사회를 열고 보유 중인 자사주 1,737만8,298주 임직원 보상 활용 목적을 제외한 1,530만주를 전량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1주당 주가 87만3,000원을 기준으로 약 13조3,600억 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만 소각한 자사주 물량 만큼 다시 신주로 발행한다면 결국 '조삼모사'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논평을 통해 "ADR 발행은 찬성하지만, 잉여현금흐름이 넘치는데 기존주주 입장에서 지분이 희석화되는 신주 발행 방식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포럼은 기업가치 재평가를 위해선 단순히 ADR 상장뿐만 아니라, 이사회 의사결정 과정을 그룹 영향력에서 독립시키는 거버넌스 리스크 축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SK하이닉스 곽노정닫기곽노정기사 모아보기 사장은 '순현금 100조 원' 확보를 재무 목표로 제시했다.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AI 시대에 대응하려면 한 단계 강화된 재무 체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순현금은 현금 및 현금성자산(만기 1년내 단기금융상품 포함)에서 빌린 돈(차입금)을 제외한 값이다. 2025년 12월 말 기준 SK하이닉스의 현금은 34조9,400억 원이고 차입금은 22조2,500억 원으로, 순현금은 12조6,900억 원 수준이다. 곽 사장은 "작년까지 빚을 갚는 데 다 썼고 이제 겨우 순현금이 남기 시작했다"며 "성과를 내려면 일정 규모 현금이 필요하고, 투자를 계속해야 성장을 이어가 주가도 올릴 수 있다"고 했다.

위기 땐 방패, 호황 땐 보상

SK하이닉스가 보유한 자사주는 2025년 1월 기준 1,737만8,298주(발행주식 대비 2.5%)다. 이 가운데 88%인 1,530만주는 지난 2월 소각을 완료했다. 나머지는 매년 임직원 상여금 지급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SK하이닉스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는 모두 SK 편입 이후 생긴 물량이다. 2015년과 2018년 각각 2,200만주씩 총 4,400만주의 자사주를 대규모 취득했다. 취득 목적은 주가안정, 적정주가 확보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였다.

하지만 최근 1,530만주 규모로 첫 자사주 소각을 발표하기 전까지 주주가치 제고 목적으로 활용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2026년 3월 기준. 자료=DART, SK하이닉스

2026년 3월 기준. 자료=DART, 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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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023년 반도체 불황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자사주 2,014만주를 기반으로 한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이라지만, 결과적으로 과거 주주친화를 내세웠던 자사주 매입 명분이 빛을 바랬다. 주당 가치를 높이기 위해 소각했어야 할 자사주가 오히려 투자자들의 시세차익 실현을 위한 '잠재적 매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회사 주가가 교환가액을 8배 이상 웃돌기 시작하면서, 언제든 시장에 풀릴 수 있는 오버행 리스크가 가시화하고 있다.

나머지 임직원 보상을 위한 자사주 처분도 당초 보유 목적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SK하이닉스 지분 7.89%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자사주 보유 및 처분 계획'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은 "임직원 보상 목적으로 자사주를 처분하는 계획은 주주가치 제고라는 당시 공시한 내용과 일관되지 않아 반대한다"고 밝혔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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