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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신·신영, ‘포스트 PFʼ 승부수…새 먹거리 찾아나서 [전업 부동산신탁사]

조범형 기자

chobh06@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3-30 05:00

‘무차입 경영ʼ 신영부동산신탁, 첫 유증 단행
기존 포트폴리오 관리하며 新 성장동력 안착

▲ 부동산 신탁 산업의 변화. 사진 = AI 생성 이미지

▲ 부동산 신탁 산업의 변화. 사진 = AI 생성 이미지

[한국금융신문 조범형 기자] 부동산신탁업계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중심의 기존 사업모델에서 벗어나 '포스트 PF' 먹거리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익성 악화와 리스크 확대라는 이중 압박 속에서 도시정비사업과 리테일 자산관리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다만 각 사의 전략은 아직 초기 단계로, 자본력과 자산건전성이 향후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부동산신탁업은 지난 10여 년간 차입형 토지신탁과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해왔다.

신탁사가 시행 리스크를 직접 부담하는 대신 높은 수익을 확보하는 구조였다. 부동산 호황기에는 이 모델이 유효했지만, 금리 상승과 부동산 경기 둔화, PF 부실 우려가 동시에 겹치면서 사업 구조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25년 14개 부동산신탁사는 총 468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업계 전반이 적자 국면에 진입했다.

핵심 수익원이던 토지신탁 보수는 4724억원으로 전년 대비 27% 감소했고, 시장 규모 역시 2017년 이전 수준으로 축소됐다.

반면 신탁사 수는 11개에서 14개로 늘어나면서 경쟁 강도는 한층 높아졌다. 한정된 파이를 더 많은 플레이어가 나눠 갖게 된 셈이다. 대손비용은 1조1902억원으로 크게 확대됐고, 신탁계정대 잔액도 약 9조원까지 불어났다.

시공사의 책임준공 의무 미이행으로 신탁사가 대신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사례가 늘어난 결과다. 업계에서는 "PF 중심 수익구조가 흔들리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이 같은 업황 속에서 한국자산신탁은 대손충당금 부담이 점차 완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24~2025년 집중적으로 반영됐던 충당금 규모가 줄어들면서 이익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2025년 연간 순이익은 494억원으로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월 한국자산신탁의 코퍼레이트 데이(Corporate Day) 리포트에서 "2024년 불거진 충당금 이슈의 여파가 2025년에도 이어졌다"고 짚었다.

그는 "2020년 제로(0) 수준이었던 충당금 규모가 분양경기 위축과 시공사 문제 발생으로 2023년 400억원대, 2024년 700억원대까지 확대됐다"며 "2025년 3분기 누계 충당금은 3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가량 줄었고, 영업이익도 3분기 들어 전년 대비 개선세로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342억원으로 전년 대비 33.9% 줄며 본업 수익력 회복은 여전히 더딘 상황이다. 순이익 증가가 영업 본연의 실적 개선보다는 충당금 적립 부담 완화에 기인한 측면이 큰 만큼, 지속 가능한 이익 체력의 회복까지는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송 연구원은 2026년 전망과 관련해 "2023년부터 급격히 증가했던 충당금이 지난해 하반기를 정점으로 축소되고 있어 이익 개선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차입형 수주의 유의미한 증가가 부재해 이자수익 감소, 수수료수익 증가 제한 등이 예상되는 만큼 이익 개선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분양경기 회복에 따른 수주 스탠스 변화, 일회성 이익 발생 여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자산신탁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시정비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양천구 목동 재건축 9단지·11단지를 대상으로 신탁방식 사업시행자 지정을 완료하며 서울 핵심 정비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목동 14개 단지 중 8개 단지가 신탁방식을 채택한 가운데, 한자신은 그 중심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신탁방식은 기존 조합 중심 구조 대비 의사결정이 단순하고 자금 관리를 신탁사가 직접 통제해 PF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조합 내 이해 충돌로 인한 사업 지연을 줄이고, 투명한 자금 집행을 통해 금융기관의 신뢰도 확보에도 유리하다.

목동 11단지의 경우 정비구역 지정 후 불과 2개월 만에 사업시행자 지정이 완료됐다. 서울시 표준 처리 기한인 1년보다 10개월을 단축한 사례로, 금리 부담이 여전한 현 환경에서 이 같은 기간 단축 효과는 분양 수익성을 높이는 의미 있는 변수로 작용한다.

신영부동산신탁은 개발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개인·법인 대상 자산관리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기존 디벨로퍼 중심 사업 구조와 달리, 자산 보유자를 고객으로 삼아 임대·운영·매각까지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델이다.

PF 중심 사업과는 별개의 시장을 겨냥한 전략으로,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블루오션' 영역으로 평가된다. 고령화와 상속·증여 수요 증가, 법인의 보유 부동산 효율화 수요 등이 맞물리면서 개인·법인 자산관리 시장은 중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부동산 자산을 직접 매각하지 않고 운용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 속에서, 신영부동산신탁은 이 시장에 조기 진입해 레퍼런스를 쌓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이 같은 성장 전략 이면에는 재무 구조의 변화라는 현실적인 과제가 자리하고 있다. 신영부동산신탁은 2019년 설립 이후 2024년까지 무차입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업계 전반이 레버리지를 극대화하며 외형 성장에 치중할 때도 홀로 차입 없이 내실을 다져온 만큼, 무차입 경영은 이 회사의 독보적인 강점이자 재무 건전성의 상징으로 통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와 책임준공형 신탁 사업장의 부실 리스크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선제적인 대응이 불가피해졌다. 자산건전성 저하에 대비하고 포스트 PF 시대를 위한 운영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설립 후 처음으로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배경이다.

이는 그간의 무차입 경영 이미지에 변화를 가져온 결정이었지만, 위기 대응력을 선제적으로 강화했다는 시장의 평가도 공존한다.

유상증자 이후에도 부채비율은 20~30%대를 유지하며 여전히 업계 최저 수준의 건전성을 이어가고 있다. 타 신탁사들이 급격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것과 대조적으로, 신영부동산신탁은 증자 자금을 바탕으로 자산관리(PM) 등 신규 사업 영역에 진출할 기초 체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다만 새로운 사업 모델이 유의미한 수익원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시차가 존재하는 만큼, 기존 포트폴리오의 잠재 부실을 관리하면서 신규 성장 동력을 안착시켜야 하는 투트랙 전략의 실행력이 향후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사업 다변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단기간 내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신용평가업계는 2026년에도 부동산신탁 산업의 사업·재무 환경이 비우호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의 회복 속도는 지역별·유형별로 큰 편차를 보이고 있어 수익 환경의 빠른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금융 규제 대응과 신규 사업 확대를 위한 자본력 확보가 핵심 변수로 부상하는 배경이다.

책임준공 미이행 사업장의 대출 정리 과정에서 신탁계정대 투입이 더 늘어날 경우 추가적인 재무 부담도 배제하기 어렵다. 단순 재무지표를 넘어 잠재 리스크까지 반영하는 스트레스 테스트가 확대 적용되면서 자산건전성과 리스크 통제 능력의 중요성도 한층 커지고 있다.

결국 부동산신탁업의 향방은 ‘포스트 PF’ 전략의 실행력에 달려 있다. 한국자산신탁은 정비사업을 통한 ‘개발형 비즈니스 고도화’, 신영부동산신탁은 자산관리 중심의 ‘관리형 비즈니스 확대’라는 서로 다른 경로를 택했다. 두 전략 모두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성과를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다만 현재 업황을 감안할 때 포스트 PF 경쟁은 이제 막 시작된 국면으로 판단된다.

향후 시장 주도권은 단순한 사업 다변화 여부보다 자본력과 자산건전성, 그리고 리스크 관리 능력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PF 중심 성장 모델이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구조 전환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추진하느냐가 각 사의 중장기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조범형 한국금융신문 기자 chobh0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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