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보험업계에 CM(온라인) 영업이 본격 도입된 지 1여년, 저렴한 보험료와 금융당국 주도의 시스템 개선에 힘입어 보험사들의 점유율 전쟁이 치열하다. 초창기 88%에 육박하던 삼성화재의 시장점유율은 1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으며 후발주자인 현대해상·동부화재·KB손해보험 등이 경쟁적으로 영업을 확대하면서 입지를 조금씩 넓혀 나가고 있다.
◇ 판 커진 CM시장…후발주자 무서운 성장세
2009년 악사다이렉트와 삼성화재는 업계 최초로 CM채널을 도입했다. 당시 대다수 손해보험사들은 TM(텔레마케팅)에 주력했다. 대면 채널인 설계사나 대리점 운영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어서다. 별도의 안내나 설명 없이 고객이 직접 찾아 가입하는 CM채널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졌다. 보험 상품은 통상적으로 고객을 설득하고 가입의 필요성을 환기시키는 면대면 영업이 전통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과 모바일 기기의 대중화에 힘입어 CM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고객들 니즈도 변화했다.
특히 2015년 말 금융당국 주도로 온라인 보험 슈퍼마켓 ‘보험다모아’가 런칭하면서 손쉽게 회사별 보험료 비교가 가능해지면서 유입고객이 크게 늘어났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후발주자들도 CM채널 영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롯데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 등을 시작으로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손보사들이 줄지어 CM채널을 구축했다.
기존 보험설계사나 창구 운영과는 달리 초기 구축 비용을 제외하면 투입되는 사업비가 적기 때문에 보험사들로선 매력적인 영업 채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고객들도 기존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온라인 시장은 계속해서 확대됐다.
특히 자동차보험은 운전자라면 꼭 들어야 하는 의무보험이며 상품 구조가 대부분 정형화됐다는 특징으로 온라인 가입에 가장 적합한 상품으로 알려졌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손해보험사들의 CM채널 원수보험료는 1조951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2년 전인 2014년 9127억원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200%가 넘는 규모다. 같은 기간 설계사, GA등 대면채널을 통한 가입률은 10.6%로 소폭 늘어났다.
손해보험사별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기준 △삼성화재 87.9%로 독주 체제를 유지했다. 뒤이어 △KB손해보험 6.1% △현대해상 3.2% △메리츠화재 2.4% △롯데손해보험 0.3%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KB손해보험은 후발주자로 CM채널에 뛰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업계 2위로 뛰어오르며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악사와 더불어 업계 최초로 CM채널을 구축한 삼성화재의 선점효과는 갈수록 떨어졌다. 삼성화재의 시장점유율은 2분기 84.3%, 3분기 81.5%, 4분기 78.6% 등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오다가 올해 3월 기준 71.4%까지 떨어졌다. 불과 1년 사이에 16.5%포인트나 하락한 것. 동기간 현대해상은 3.7%포인트 상승해 올해 3월 6.9%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동부화재 역시 뒤늦게 출사표를 내고 경쟁적으로 영업에 뛰어든 결과 6.2%의 점유율을 가져갔다. 메리츠화재 2.6%, 악사손해보험 2.1%, 롯데손해보험 1.1% 등 중소형사들도 제각기 이름을 올렸다.
KB손해보험의 약진도 계속됐다. CM채널 강자로 새롭게 떠오른 KB손해보험은 꾸준한 성장세를 거듭해 올해 3월 9.1%의 점유율을 획득하며 2위인 현대해상과 격차를 벌렸다.
◇ 양종희 사장, CM채널에 전사적 노력 행보
이같은 KB손해보험의 CM채널 점유율 확대는 회사 차원의 전사적인 노력이 뒷받침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3월 KB손해보험에 신규 선임된 양종희 사장은 KB손보가 경쟁사에 비해 밀리고 있는 자동차 보험을 중심으로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고 신상품 출시에 힘쓰는 등 과감한 행보로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특히 1사 3가격제 시행과 모바일 채널 고성장 등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한 것이 주요했다.
CM채널 진출 직후 KB손보만의 쉽고 간편한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을 적극 알리기 위해 대외 홍보에도 주력했다. 여러 편의 광고 방영은 물론 업계 최초 VR(가상현실)을 활용한 동영상 캠페인과 임산부를 위한 핑크택 캠페인 등을 진행하면서 KB손보의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힘썼다.
양종희 사장은 고객중심 서비스를 강화하고자 웹사이트와 모바일 홈페이지 개편에도 아낌없이 투자했다. 특히 지난해 손보업계 최초로 ‘보이는 ARS’ 서비스를 실시하면서 기존 음성 안내와 함께 시각화된 메뉴를 제공해 고객 편의성을 도모했다. 홈페이지 역시 고객 데이터 분석을 통해 사용자 중심의 UI 구성과 로그인 기능 확대 등으로 고객 중심의 맞춤형 인터페이스를 구현하고자 힘썼다. 또한 본인인증 수단 확대, 간편결제 서비스 도입 등을 통해 ‘다이렉트 서비스’라는 의미에 걸맞게 고객 편의성 향상에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는 평가다.
KB금융지주 안에서 계열사 간 협력도 이뤄졌다. KB손보는 지난해 KB카드의 통계데이터를 활용해 보험 상품 개발에 나섰다. 이에 따라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 운전자일수록 사고율이 낮다는 점에 착안, 자동차보험 할인 특약인 ‘대중교통할인특약’을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이 특약은 매월 1600건씩 가입될 정도로 많은 소비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이같은 행보에 힘입어 KB손해보험의 지난해 실적은 전년대비 89.6%포인트 올라 손보업계에서 가장 높은 순이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CM채널 원수보험료가 2015년 91억5000만원에서 2016년 1조364억9500만원으로 약 15배 증가해 실적 향상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 KB금융 자회사로 새롭게 거듭나는 K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은 최근 KB금융지주의 완전자회사 전환을 결정하면서 업계 최고수준의 자본력을 갖춘 든든한 보험회사로 거듭날 것을 밝혔다.
이번 전환 결정에 따라 KB손해보험은 자사의 재무적 안정성이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험업계 최대 화두인 IFRS17 도입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보험부채 적정성평가(LAT)와 보험금 지급여력제도(RBC) 개선에 나섰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KB손해보험은 이같은 우려에선 한 발 비껴간 모양새다. 자금보유력과 조달능력이 국내 최고 수준인 KB금융을 통해 다양한 자본확충 선택지가 늘었기 때문이다. 절차상 과정에서 이해관계자가 줄어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지는 것도 큰 장점이다.
KB손해보험은 이번 자회사 전환을 결정하며 그룹 내 계열사 간 시너지를 통해 성숙기에 접어든 국내 보험시장에서 고객을 중심으로 차별적인 상품과 채널을 구축해 새로운 금융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밝혔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완전자회사 전환과 함께 든든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업계 최고의 신뢰도 높은 다이렉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민경 기자 aromom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