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권 퇴직연금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확정급여형(DB)의 작년 평균 수익률은 1.81%에 불과했다. 손해보험이 2.0%로 가장 높고, 생명보험 1.98%, 증권 1.82%, 은행 1.44% 등의 순이었다.
전체 가입액의 26%의 비중인 확정기여형(DC)의 수익률도 1.71%였다. 손해보험이 2.38%로 가장 좋았고, 생명보험 2.07%, 은행 1.73%, 증권 0.77% 등의 순이었다. 0.5% 가량의 운용수수료를 제외하면 연간 수익률은 1% 초중반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운용업계는 은퇴자산 수익률 극복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지난해 4월 삼성자산운용이 업계 두번째로 TDF를 출시하게 된다. 가장 먼저 출시한 곳은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이미 2011년 미래에셋자산배분형TDF를 출시했지만 마케팅을 많이 하지 않아 규모는 크지 않다.
TDF는 미국에선 이미 1000조원이 팔린 인기 상품이다. 투자자의 은퇴시점을 맞춰 생애주기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프로그램(Glide Path)을 적용한 자산배분펀드를 의미한다. 삼성운용은 미국 캐피탈 그룹과 한국인의 생애주기에 최적화된 한국형 TDF를 시뮬레이션 한 후 상품을 출시했다. 2020년부터 2045년까지 매 5년 단위의 은퇴시점을 잡아 총 6개 펀드로 캐피탈그룹이 운용하는 11개 펀드에 재간접 형태로 투자한다. 하위펀드 조합을 통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이머징 채권 및 하이일드, 글로벌 국채의 회사채 등에 투자한다. 2045펀드는 주식비중을 79%로, 2020펀드 같은 경우엔 주식비중을 29%로 차별화했다.
지난달 21일 기준 이 펀드는 설정 10개월 만에 700억원이 몰리면서 인기몰이 중이다. 같은 날 기준 수익률은 7.24%를 기록해 순항하고 있다.
또한 미국에서는 이 TDF를 스스로 자산배분을 결정하기 어려운 투자자 대신 정부가 승인한 연금 상품을 적용하는 디폴트옵션에 들어가 있어 넓은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내년 디폴트옵션 제도 도입을 목표하고 있다.
최근 자본시장연구원이 주최한 세미나에서는 TDF 확산과 함께 최근 연금화와 디폴트옵션 결합을 통해 규제를 완화하려는 추세라고 진단한 바 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디폴트옵션은 노후자산 형성과 혁신을 통해 시장친화적 연금화를 구현하는 출발점일 수 있는 만큼,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에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삼성운용의 TDF 체제에 최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한국투자 TDF알아서펀드’를 출시하며 도전장을 냈다. 작년 10월 미국 티로프라이스사와 MOU를 체결하며 2015년 신설된 퇴직연금 전담부서를 통해 상품 준비에 속도를 냈다.
한국운용은 전체 국내 연금시장의 89%가 원리금 보장형 상품이다 보니 확정기여(DC)형에 대한 전망은 좋다는 입장이다. 국내 우량채와 주식을 30% 이상을 적용해 나머지는 글로벌 분산투자로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방안이다. 소득대체율을 극복하기 위해 주식 비중도 함께 올릴 계획이다.
지난달 열린 ‘한국투자 TDF 알아서펀드시리즈 런칭 세미나’에서 제롬 클라크 티로프라이스 운용 매니저는 “앞으로 기대수명이 90세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제대로된 설계가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KB자산운용 역시 이달 미국 TDF 시장 1위 운용사 뱅가드와 관련 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이후 6월경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다른 상품들과 차별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뱅가드는 인덱스 펀드의 창시자 존 보글이 만든 세계적인 금융운용사다. TDF 점유율 상위 두 업체인 뱅가드와 피델리티는 최근 5년간 연평균 8% 이상의 수익류을 보여주고 있다.
KB자산운용 측은 “빠르면 6월이지만 라인업을 더 정교하게 꾸밀 경우 좀 더 늦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도 “TDF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앞서 출시한 상품들을 정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투자 상품이기 때문에 원금 보장은 안되는 만큼 무조건 맹신해선 안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고영훈 기자 gy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