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2017 시무식이 열린 가운데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새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전경련이 최근 동력을 잃으며 대한상의가 그 역할을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전경련의 핵심 회원사인 LG와 KT가 탈퇴를 선언했고, SK 또한 탈퇴의사를 타진하며 전경련의 와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고 있다.
전경련은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 기업들의 미르·K스포츠재단 자금 출원을 주도했고, 정치권의 해체 요구 또한 거센 상황이다. 2월 임기가 만료되는 허창수닫기허창수기사 모아보기 회장이 “퇴진 후 후임 수장을 데려오겠다”고 밝혔으나, 전경련의 차기 수장을 찾는 일 마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재계의 시선이다.
박 회장은 “전경련의 역할을 대한상의가 대신하겠다는 의미로 말한 것은 아니다”고 일축했으나,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대한상의가 재계의 구심적 역할을 해야함을 어느정도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날 박 회장의 발언은 전경련의 잇단 악재로 국내 원톱 경제단체를 차지하게 된 상의에 걸맞는 역할을 강조했다는 해석이다.
대한상의 측은 “회원사가 대기업만으로 이루어 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경제계의 이익 대변 역할을 하기에 무리가 있으며, 전경련을 대체할 역할론을 언급하는 것 조차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면서 “상의는 대한상공회의소법에 의해 운영되는 법정단체이므로 그 역할은 법의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간 전경련과 대한상의는 정부와 경제계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해왔으며, 경제계를 대표해 정부에 건의를 하는 것 또한 두 단체의 역할이었다. 때문에 전경련의 존립에 문제가 생길 경우, 대한상의의 역할에 변화가 생기는 일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날 박 회장은 “전경련의 문제는 옆에서 슬기롭게 해결하길 응원한다”면서도 “기업들은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다양한 정보, 외부의 판단과 예측을 필요로 하며 경제단체가 이런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대한상의 역할이 커질 것이다”고 발언했다.
한편 앞서 12월 허 회장은 “회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해 전경련이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쇄신안 마련에 대해 언급했지만, 재계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내놓고 있다.
주요 회원사들이 탈퇴로 쇄신안을 추진할 힘이 없어졌으며, 1월에 열린 정기 회장단 회의의 개최 여부도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열릴 예정이었던 전경련 회장단 회의는 참석자 저조로 무산된 바 있다.
김은지 기자 rdwrw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