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16년 CEO세미나에 참석한 최태원 SK 회장이 주력 관계사 CEO들에게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실천을 당부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우선 이번 인사에서는 그룹의 컨트롤타워 격인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의 유임 여부와 지난 7월 가석방된 최재원닫기

당초 ‘최순실 게이트’ 와 관련한 대가성 로비 의혹 등 대내외적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김 의장의 유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특히 이달 초 최태원닫기

김 의장은 2012년부터 SK수펙스추구협의회의 수장으로 일해 왔으며 2년의 임기를 연임해 올해까지 4년째 의장직을 수행중이다. 그는 SK의 전문경영인 중 최고위 인사로 2013년 1월 구속 수감된 최 회장을 대신해 그룹 경영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인사가 임박하자 김 의장의 재임, 또 지난 10월 최 회장이 조직문화의 근본적 혁신을 주문함을 고려해 그의 2선 후퇴 가능성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최 회장이 지난해 사면돼 경영에 복귀 했고 최 수석부회장도 경영 일선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만큼, 김 의장이 세대교체 차원에서 물러날 것 이라는 분석이다. 김 의장의 후임 자리를 두고는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과 김영태 수펙스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이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가석방된 최 수석부회장의 경우, 10월 형기가 만료됐으나 아직 사면·복권이 안 돼 향후 5년간 그룹 계열사의 등기 이사를 맡을 수 없다. 때문에 계열사 CEO로 복귀하는 대신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자리를 맡을 가능성이 높았으나, 최 수석부회장이 특정 직책을 맡지 않을 가능성도 염두해야 한다. 최 회장이 등기이사 복귀 전까지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것을 자제해온 만큼, 동생인 최 수석부회장 또한 비슷한 행보를 보일 것 이라는 예측이다.
최 수석부회장은 수감 전 까지 그룹의 배터리 사업을 총괄해왔다. SK그룹은 지난 7월 충남 서산 배터리공장 설비 증설을 비롯하여,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투자를 지속 강화하는 중이다. 이에 최 수석부회장은 평소 관심 있던 전기자동차와 배터리의 연구 등 그룹의 신성장 사업 발굴에만 전념할 가능성이 있다.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자리에 거론되고 있는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을 비롯해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박정호닫기

정 부회장의 경우, SK이노베이션이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됨에도 교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룹 안팎에서는 정 부회장의 경영 능력 차원을 떠나,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SK이노베이션 차원의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 부회장의 자리는 유정준 SK E&S 사장이 이어받을 가능성이 있다.
장동현 SK텔레콤사장과 박정호 SK C&C사장이 자리를 맞바꿀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박 사장에 대한 최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박 사장은 2013년 3월 SK C&C 사장에 오르기 전 SK텔레콤의 뉴욕사무소 지사장을 비롯해 SK텔레콤 사업개발부문장(부사장)까지 역임한 바 있다.
임기 4년의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의 경우 유임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한때 교체설이 일긴 했으나 최 회장의 신임이 큰데다, 올 상반기 부진했던 실적은 하반기 회복하며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한 박 사장의 사내이사 임기 만료가 2018년 3월 19일로 예정돼 있어, 그가 SK하이닉스 사장직에서 내려올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종훈 SK네트웍스 사장의 경우 워커힐면세점 사업권 재획득에 실패하며 교체 대상 CEO에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앞서 10월 최 회장은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16년 CEO세미나에 참석, 주력 관계사 CEO들에게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실천을 당부했다. 최 회장은 당시“현 경영환경 아래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슬로우가 아니라 서든데스가 될 수 있다”며 ”혹독한 대가를 치르지 않기 위해서 모든 것을 바꾼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지 기자 rdwrw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