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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 위기론’ 심상치 않다

김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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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6-09-19 01:39

김의석 금융부장 겸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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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계빚 위기론’ 심상치 않다
[한국금융신문 김의석 기자] 부동산 호황 속 가계대출 증가 사상 최대

주담대 금리 들썩…미국 금리 인상 긴장

“가계빚 불안이 고개를 쳐든 지 3년 남짓 흘러지만 가계빚 폭탄이 터지지는 않고 있다. 집값이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그 이후에 불어닥칠 후폭풍은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크게 오르면서 무리하게 가계빚을 내 집을 장만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물었더니 목소리는 작아지고 표정이 금세 진지해졌다.

가계빚이 폭증하면서 통제 가능 수위를 벗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가계빚 급증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증가 속도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빨라지고 있어서 문제다. 늘어난 가계대출이 주로 주택시장에 흘러들면서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동시에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대책은 부동산 경기 진작에만 급급한 나머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처해 있는 것 같다. 게다가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 ‘핑퐁게임’에 몰두하는가 하면, 관련 대책 마련을 놓고서도 이견 노출을 거듭하고 있다. 물론 각각의 입장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거시적 통화정책을 다루는 한국은행과 규제기관인 금융위원회는 가계부채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 밖에 없다. 통화당국은 금리가 상승할 경우의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고, 금융위원회로서는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의 잣대를 무작정 들이댈 수는 없는 노릇일 것이다. 국토교통부 역시 거의 10년 만에 살아난 주택·건설 경기가 행여나 꺼질까 걱정스러울 것이다. 가계부채 요인이 워낙 복잡하게 얽혀있다 보니 또렷한 대책을 내놓기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분명한 건 가계부채가 생각보다 더 심각한 수준으로, 또 매우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사례와 비교해 보면 분명해진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된 것도 가계부채였다. 미국의 가계부채 총액은 2000~2007년 사이 무려 두 배가 늘어 14조 달러에 이르렀고, 가계소득대비 부채 비율도 1.4에서 2.1로 뛰어올랐다. 빚 갚을 능력이 없는 이들에게까지 이른바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불리는 주택담보대출을 해준 탓이다.

우리 경제도 이와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가계부채는 지난 2분기 말 현재 1257조3000억원으로, 한국은행이 가계신용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래 잔액기준으로 최대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현재 88.4%이며, 13년째 비교 대상 신흥국 중 1위다.

지난 1년 새 가계부채 증가 폭도 신흥국 중 가장 컸다. 이대로라면 올해 말에는 1300조 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이자 부담이 높은 제2 금융권 대출이 늘어나 빚의 질도 나빠졌다.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이미 숫자들이 보여준 셈이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여러 지표들이 경고한 것이다.

현재 부동산 시장 안팎에서는 ‘2018년 위기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큰 폭으로 늘어난 가계대출로 인해 2018년 이후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지난해 분양된 아파트들이 대부분 완공되는 2018년에 공급과잉이 현실화 돼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면 특히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급증한 집단대출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란 주장이다.

물론 이 위기론은 말 그대로 가설일 뿐이고, 맞아떨어질 것이란 보장은 없다. 그러나 경제 회복 없이 빚으로 밀어올린 주택시장은 언제든 다시 꺼질 수 있고, 영원한 저금리도 기약할 수 없다. 더욱이 하반기 미국이 금리를 다시 올리고 내년들어 이를 더욱 가속화한다면 국내 금리도 따라갈 수 밖에 없다. 막대한 빚을 지고 있는 국내 가계들은 한계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책 당국자들이 언제까지나 “괜찮다”, “관리가능한 수준이다”라는 낙관론을 펴서는 안되는 이유다.

앞서 언급했듯이 최근 가계빚 증가 속도를 보면 위험한 질주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지난 8월 가계대출은 8조7000억원이나 늘었다. 1개월 기준 증가폭으로는 사상 최대다. 부동산 비수기임에도 주택담보대출이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이는 은행권만 집계한 것으로 비은행권까지 포함하면 십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박근혜정부 들어 우리 경제 성장률은 3%대에 그치고 있으나 가계빚 증가 속도는 10%대에 육박하고 있다.

가계빚 증가가 주택시장과 맞물려 있는 점이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역대 정부는 가계대출을 늘려 그 돈이 주택시장에 흘러들게 함으로써 부동산 경기를 살리고 그 효과를 전체 경기에 확산시키는 전략을 펴왔다. 대표적인 것이 최경환 전임 경제부총리가 주도한 초이노믹스다. 최경환 전 부총리는 2014년 7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각각 60%와 70%로 완화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도 폐지했다. 돈을 더 빌려줄테니 집을 사라고 부추겼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만 과열됐을 뿐 경제는 살아나지 않았다. 그 대신 가계빚 급증이라는 시한폭탄만 떠안겼다.

최근 들어 곳곳에서 경계경보가 울리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에 대해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DTI 비율을 낮춰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점진적으로 30~50%까지 낮추라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고 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했음에도 최근 일부 시중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연내 미국금리 인상을 예견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주택시장 급랭→주택담보대출 부실화→가계파산→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안고 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희생은 더 커질 것이다. 지금은 주택경기 활성화에서 가계대출 안정화 쪽으로 정책방향을 틀어야 한다. 실패한 정책에 미련을 갖고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일을 더 꼬이게 할 위험이 크다. 여론에 떠밀려 급조한 정책이 아니라,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이번엔 나와야 한다. 더 이상 실기(失機)해서는 안된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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