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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매각에 직(職)을 걸어라

김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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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6-08-29 00:21 최종수정 : 2016-08-29 09:02

김의석 금융부장 겸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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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매각에 직(職)을 걸어라
[한국금융신문 김의석 기자]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우리은행 매각에 직(職)을 걸고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최근 예금보험공사가 우리은행 과점주주 지분 매각공고를 낸 이후 M&A시장을 중심으로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는 가운데 전직 고위 관료 A씨가 금융당국 수장인 임종룡닫기임종룡기사 모아보기 위원장을 향해 던지 조언이자 쓴 소리이다.

정부가 ‘과점주주 방식’으로 우리은행 민영화(民營化)를 다시 시도하고 나섰다. 2010, 2011, 2012, 2014년에 이은 다섯 번째다.

금융위원회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 51% 중 30% 내외를 4~8%씩 쪼개 매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 과점주주에게 실효성 있는 경영권 참여 장치를 보장하는 등 과거에 비해 진전된 측면도 있어 ‘주인 찾아주기’라는 민영화 목표에는 미치진 못해도 ‘절반의 민영화’로 볼 수 있다.

물 건너가는 듯싶던 우리은행 민영화(民營化) 작업을 정부가 정권 말에 다시 시도하고 나선 데는 그만큼 ‘자신 있다’는 의미가 깔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파장, 미국 대통령 선거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어 실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욕을 덜 먹을 복지부동’보다는 ‘그릇을 깨더라도 일단 판을 벌이고 보겠다’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승부수가 아닐까 싶다.

사실 12라운드까지 치러야 하는 프로복싱 타이틀매치도 아닌데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은 그동안 너무나 험난한 길을 걸어왔다. 지난 2001년부터 12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우리은행에 투입됐지만 지금까지 회수된 금액은 8조2000억원 정도다.

단순 계산으로도 4조5000억원 정도를 더 회수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초보적인 수준의 계산이다. 15년 전 12조7663억원은 현재 가치로 이를 넘는 수준이다. 따라서 현재 회수해야 하는 금액도 4조5000억원을 훨씬 넘게 된다. 물론 매각 시기를 늦출수록 회수해야 할 현재 가치 금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그 동안 진동수, 김석동,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모두 우리은행 민영화를 공언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기 위해 1인 대주주 매각 등 비현실적인 방식에 집착해온 탓이다. 2014년에도 경영권 지분 30%를 한 묶음으로 팔려다 무산됐다. 은산분리, 헐값매각, 국부유출 논란도 발목을 잡았다.

특히 장기간에 걸친 정부 아래서 우리은행 경영은 비효율적인 면이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국내 4대 은행 가운데 하나로 기업금융 분야에 강점을 가진 우리은행은 한때 부실여신이 다른 은행에 견줘 2~3배나 많았다. 이에 따른 불신 때문에 지금도 회사 가치에 견줘 주가가 매우 저평가돼 있다. 그렇다고 매각을 마냥 미룰 순 없다. 투입한 자금의 기회비용 손실이 계속 커지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과점주주 방안을 들고 나왔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기는 어렵지만 인수후보군을 늘려 민영화를 앞당길 수 있서다. 이른바 자갈돌 소유 구조다. 이는 작은 부담으로 소수의 과점주주들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식이다.

때문에 시장에선 정부의 우리은행 민영화 의지가 강하게 읽힌다는 소리가 들린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우리은행 매각은 이번 5라운드에서 끝내야 한다. 무엇보다 매각에 적극적이던 이광구 우리은행장과 우리은행이 전적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그림이 그려지면서 은행 임직원들도 과거와 달리 쌍수들어 환영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우리은행 직원들이 대거 우리사주를 신청할 정도로 기대감에 차 있다고 한다. 한 고위간부는 1억원을 대출받아 주식을 매입했다면서 이번만큼은 지분 매각이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우리은행 직원들까지 성공을 기대하는 것은 이번 매각 방식이 과거와는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는 2010년까지 네 차례 블록세일을 거쳐 지분을 낮춘 뒤 경영권 매각을 위해 첫 매각공고를 발표했다. 정부는 유효경쟁이 성립하지 않아 실패로 돌아갔음에도 거의 매년 경영권을 통째로 파는 방식을 고집했다. 더욱이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태의 답습을 두려워한 나머지 사모펀드나 중국의 안방보험 등을 투자적격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보신주의에 사로잡혀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영권이 아닌 과점주주 매각방식인 만큼 정부의 핑계거리도 별로 없다. 글로벌 저금리 기조 속에서 은행을 통째로 인수할 국내외 투자자도 없을뿐더러 금산분리법이 적용되는 국내 현실상 해외 인수자의 적격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국내 주요 시중은행을 비롯해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주주 형태가 과점주주로 구성돼 있는 만큼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여겨진다.

과점주주들에 매각하고도 정부 지분이 여전히 21% 남지만 정부가 경영불개입 원칙을 천명한 것도 긍정적이다. 사실 우리은행 주가가 1만원 안팎에서 정체돼 있는 것은 정부의 낙하산 인사 행태로 주가를 상당 부분 깎아먹은 측면이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22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 소유 은행이라는 이유로 경영 비효율이 크다는 비판을 받아왔고 회사 가치가 저평가돼 있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한 것은 늦었지만 박수 받을 만한 태도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우리은행 지배구조를 과점주주를 중심으로 한 이사회 구성과 이들을 통한 행장 선임으로 탈바꿈하려는 것은 성사만 된다면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획기적인 변화 사례로 남을 만하다. 그런 만큼 지금이 골든타임인 셈이다.

올해 상반기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경영실적과 세 차례 해외 50여곳 투자자를 직접 만난 이광구 은행장의 로드쇼, 이로 인한 연초 대비 30% 주가 상승 및 외국인 지분율 확대 등 시장 분위기도 무르익었다. 가장 중요한 매각수요 또한 그동안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국내외 로드쇼를 통해 만났던 투자자들로부터 상당한 진정성을 확인한 점은 4전5기의 성공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다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정권 말이면 나타나는 보신주의로, 다음 정권으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는 불신이 아직도 가시지 않는 상황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우리은행 민영화를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매각수요, 방식, 분위기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지금이 ‘골든타임’라고 판단하고 매각공고를 내는 ‘소신주의’를 선택한 만큼 정치권도 그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더욱이 최근 구조조정 이슈와 함께 불거진 산업은행 자회사의 문제점을 보면서 ‘제2의 대우조선해양’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은행을 현 상태로 놔둬서는 안 된다.

이제 남은 건 매각 성공을 위한 총력전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매각에 관련된 모든 책임자들은 직(職)을 걸고 매각한다는 각오로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것이다. 어쩌면 우리은행 매각 성공은 우리 금융시스템이 아프리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외국인들의 비웃음을 불식시키는 시금석이 될 수도 있다. 이번 매각 성공으로 인해 우리은행이 한국 금융산업 발전의 문도 활짝 열어젖히길을…. 아울러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이광구 우리은행장 그리고 우리은행 모두 웃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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